기준 지킨 농약은 안전하다고?… “여러 성분 섞이면 암 위험 8배”

대체로 농약 하나하나는 기준치 이하라면 안전하다. 그런데 여러 종류가 동시에 몸속으로 들어오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농약이냐가 아니라 몇 가지가 함께 쌓이느냐다.
페루에서 이런 위험을 전국 단위 15만 명 데이터로 수치화한 연구가 나왔다.
프랑스 국립지속가능개발연구소(IRD)·파스퇴르 연구소·툴루즈대와 페루 국립종양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세계보건기구가 발암물질로 분류하지 않은 농약 31종이 섞인 환경에 사는 페루 주민들의 암 발생 위험이 낮은 노출 지역보다 2~8배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는 《네이처 헬스(Nature Health)》에 최근 게재됐다.
기준치 지킨 농약도 함께 퍼지면 달라진다
농약 안전성 평가는 성분별 단독 검사가 기준이다. 여러 종류가 동시에 존재하는 현실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이 페루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페루는 좁은 땅에 많은 종류의 농약을 집중적으로 쓴다. 여러 성분이 동시에 퍼지는 환경, 즉 '복합 노출'이 일상인 나라다.
농민의 88%가 화학농약을 정기적으로 사용하지만 유기농법을 실천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친환경 바이오농약은 가격이 비싸고 정부 보조도 거의 없어 원주민·농촌 빈곤층은 저가 화학농약 외엔 선택지가 없다. 이들은 많은 농약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복합 노출을 측정할 방법론과 데이터 인프라가 없다는 이유로 그동안 연구 대상에서 소외돼 왔다.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사용된 농약 31종이 토양·물·공기를 통해 퍼지는 범위를 100미터 단위로 지도에 담았다. 이 지도를 2007~2020년 사이 암 진단을 받은 15만 8072명의 주소 데이터와 겹쳐 분석했다.
농약이 많이 퍼진 지역과 암이 집중된 지역이 뚜렷하게 겹쳤고, 전국에서 436개 위험 지점이 확인됐다. 특히 간암과 관련한 분자 변화가 두드러졌다. 페루 경작지의 농약 오염은 최대 50km 밖에서도 검출됐다.
연구 책임자인 스테판 베르타니 IRD 분자생물학 연구원은 "전국 규모에서 농약 노출과 암 위험의 연관성을 생물학적으로 확인한 것은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암을 만들지 않아도…암이 자라기 좋은 토양 만든다
지금까지 농약 독성 연구는 유전자(DNA)를 직접 손상시켜 암을 일으키는 경로에 집중했다.
이번 연구는 그간 통념을 흔들었다. 농약 혼합물이 DNA 손상 없이도 세포가 제 기능을 잃게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농약 혼합물이 정상 세포를 유지하는 신호 체계를 무너뜨리면서 세포는 감염·염증·환경 스트레스에 훨씬 취약해진다. 농약이 직접 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암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셈이다. 고노출 지역 주민의 간 조직을 분석한 결과 암이 생기기 전부터 세포 변화가 이미 시작돼 있었다.
기존 독성 허용 기준은 이 경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엘니뇨와 같은 이상기후가 농약 사용량을 늘리고 농약이 더 넓게 퍼지도록 만들어 복합 노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제기됐다.

한국도 예외 아니다…세계 최상위권 농약 사용량이 던지는 경고
이번 연구는 페루를 대상으로 했지만,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특정 국가가 아니라 여러 농약이 동시에 존재하는 환경이다. 현재 대부분 국가의 잔류농약 기준은 개별 성분 중심으로 설정돼 있어,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통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1헥타르당 농약 사용량이 10kg을 넘는 세계 상위권 국가다. 미국·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3~4배 높은 수준이다. 사용량이 많을수록 다양한 성분이 함께 작용할 우려도 커질 수 있다.
채소를 씻으면 표면 잔류농약은 줄일 수 있지만, 이번 연구가 주목한 공기·토양을 통한 복합 노출까지 차단하기는 어렵다.
농경지 인근에 산다면 농약 살포가 잦은 시기에는 창문을 가급적 닫아두고, 텃밭·주말농장에서는 여러 종류의 농약을 한꺼번에 쓰지 않는 것이 낫다. 농산물은 유기농을 우선 고르고, 일반 농산물은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는 것이 기본이다.
최승욱 기자 (swchoi63@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지 남편 맞아?”…두 달 만에 14kg 빼고 확 달라져, 뭐 했길래? - 코메디닷컴
- 상추, 대파 ‘이렇게’ 보관하면 한 달도 거뜬하다는데…사실일까? - 코메디닷컴
- 권은비, 콜라병 보디수트핏…한 줌 허리 비결은 ‘이 운동’? - 코메디닷컴
- “아침 공복에 꼭 먹는다”… 비만전문의가 극찬한 다이어트 음식 2가지 - 코메디닷컴
- “10살은 어려보여” 임영웅, 확 달라진 비주얼…‘이것’ 바꾼 덕분? - 코메디닷컴
- 포슬포슬 햇감자 오래 보관하려면? 냉장고 말고 ‘이곳’에 두세요 - 코메디닷컴
- 요즘 유행하는 ‘미니 달걀프라이’…무턱대고 따라하면 ‘이것’ 위험? - 코메디닷컴
- 55세 김혜수, 탄탄 몸매 뽐내며 ‘이 운동’…중년 여성에게 매우 좋다고? - 코메디닷컴
- “냉장고? 상온?”...간장, 식초 양념류 어디에 보관해야 하나 - 코메디닷컴
- 혈관 청소하고 살 쏙 빼주는 음식 8가지 - 코메디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