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예산 삭감에 날개 꺾였던 K방산... 향후 3년이 골든타임이다

방위사업청 20주년...'K방산'의 현재와 미래<5·끝>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7월 신임 방위사업청장으로 전제국 청장이 부임하였다. 그는 부임 직후 방산비리 트라우마를 겪던 방사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힐링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또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각군 사령부 등과 대화채널을 만들어 관계 기관간의 협의·심의를 정례화했다.
트라우마 치료, 협업 시스템 정착, 관련 법 제정...방산업계의 위기 극복
국방부 최초의 비(非)육사 일반직 공무원 출신 국방정책실장이었던 전 청장이 기관간 이견을 해소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을 정착시키면서 대화와 협업이 일상화됐다. 이로 인해 기관간 갈등으로 인한 비용 낭비, 무기체계의 전력화 지연 등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었다. 필자가 방사청장에 임명된 2020년 12월쯤에는 국방 분야 각 기관이 이슈가 있을 때 알아서 대안을 마련하고, 서로 협업하는 수준으로 소통이 고도화돼 있었다.
그리고, 2018년 8월 왕정홍 청장이 신임 방사청장으로 부임했다. 곧이어 개최된 대통령 주관 방산진흥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방산비리를 '국외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로 재정의했다. 이에 국내 방산업계와 연구개발 분야는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2020년엔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과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약 8년 전 장수만 청장의 지시로 검토됐던 '획득업무 혁신 법제화 방안'이 숙성된 것으로, 이 법안에는 방산 분야의 '퍼스트 무버' 즉 선도자가 되기 위한 각종 제도적·정책적 장치가 담겼다. 대표적인 것이 '신속시범획득사업'과 '미래도전기술개발제도'의 본격화, '성실수행인정제도', 주요 사업의 '국가정책사업화' 등이다.

왕 청장은 주1회 이상 중소·벤처 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방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였고, 방사청 직원들이 제시한 제도 개선 방안을 선별하여 법제화했다. 이 법들은 K-방산 세계화의 법적 기반이 되었다.
2020년 12월 필자가 내부 직원 출신 최초로 방위사업청장이 됐을 때는 이미 전제국 청장의 힐링 프로그램으로 내부 직원들의 사기가 회복됐고, 국방 기관 간 고도화된 협력 구조가 정착돼 있었다. 또 왕정홍 청장이 마련한 법률적 토대, 문재인 대통령이 되살린 방산 현장의 활력 등으로 K-방산 세계화의 기반이 단단하게 다져져 있었다. 이들 모두 방산 분야의 귀인들이다.
방위사업청과 국방부, 대통령실, 국정원의 긴밀한 협업...수출 성과로 이어지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반은 방산수출 현장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방사청은 현장 컨트롤 타워로 방산기업들과 함께 현지화 생산 등 우방국과 윈-윈하는 협력방안을 제시했고, 국방부는 장관이 중심이 돼 합참 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이 자발적으로 나서 수출을 지원했다.
대통령실도 안보실이 중심이 돼 범정부적 방산수출 지원을 총괄하며, 외교부, 산업부, 기획재정부, 문화재청 등 유관 부처의 협력을 이끌었다. 특히 당시 국정원장은 국제 방산시장 동향을 정밀하게 분석한 보고서를 밀봉하여 주기적으로 보내주었다. 1,600여명의 방사청 직원들도 맡겨진 업무를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을 찾아 자발적으로 협업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 결과, 2016년부터 5년간 연 평균 약 28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방산수출이 2021년에는 73억 달러, 2022년에는 173억 달러로 급성장하는 성과가 나타났다. 그리고 마침내 전 세계가 ‘K-방산’에 주목하고 있다.
이것이 지난 20년간 K-방산을 일군 귀인들의 역사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정확한 시점에 자발적으로 나서서 위기를 극복하고 성과를 창출한 귀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역사를 쓸 수 있었다. 앞으로 K-방산의 역사는 계속될 것이다.
'R&D 카르텔 타파'로 방산 현장 무너뜨린 윤석열 정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은 방산 현장이 무너지고, K-방산의 흐름이 정체된 시기였다. 연구개발(R&D) 카르텔 타파라는 명목으로 국방 R&D 예산을 대폭 삭감해 연구개발 현장을 패닉 상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방위사업청은 군 전력 증강만 추진하는 조직으로 역할을 한정했다. 그 결과 상승하던 방산수출은 2023년 135억 달러, 2024년 96억 달러로 하락 추세로 바뀌었다. 그나마, K-방산의 명성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방산 기업 현장이 살아 있기 때문이었다.

2025년 6월 'K-방산 G4 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방산 분야 첫 번째 조치는 국방 R&D 예산의 대폭 증액이었다. 방산 연구개발 현장을 다시 정상화하는 조치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취임 후 가장 빨리 방산 진흥대회를 열어 방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방위사업청도 이용철 신임 청장 부임 이후 급속히 활기를 찾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K-방산의 G4 진입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3년이라고 생각한다. 나토에 의존하던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군비 증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국 군 전력 증강에 몰두할 향후 3년이 우리에게는 천금 같은 시장개척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 기간을 놓치면 수십 년 내 이런 기회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K-방산 G4 진입' 공약한 이재명 대통령...향후 3년이 골든타임
첫째, 무모하리만큼 도전적인 기술 개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첨단기술을 선점하고 K-방산의 기술력을 입증해야 한다. 10개 중 2~3개만 성공해도 보상을 받는 포트폴리오 운영, 무모한 도전을 독려하는 혁신트랙의 도입, 실패를 데이터로 전환하는 지표 선정 및 평가체계 등 미국 영국 이스라엘의 ‘실패 허용 제도’를 도입하기 바란다. 첨단기술의 도전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현재 운영 중인 ‘성실수행인정제도’ 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실패를 권장하며 무모한 도전이 가능하도록 해야 첨단기술의 선점이 가능하다.
둘째, 대·중소기업 상생 등 건강한 방산 생태계를 조성하여 국내 방산기반의 저변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중소 벤처 기업의 연구 능력을 확충하고, 현장 기능 전문가 양성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빠른 방산 신기술 개발은 중소 벤처 기업들이 더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의 근본적인 기반인 현장 기능 전문가들이 고령화되어 있다. 조만간 제조업 전체의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방사청이 제조업의 근간인 기능 전문인력 양성에 선도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한다.

셋째, 기존 수출 무기체계의 운용을 완벽하게 보장하고, 나아가 성능개량도 공동으로 실시하는 등 K-방산 수출국과 윈-윈 협력을 고도화해야 한다. 특히, 수출된 무기체계의 운용 보장은 군과 방위사업청, 방산업체가 한 팀이 되어 나서야 한다. 대규모 수출이 이뤄진 2022년 이후 약 3년이 경과하는 2026년부터는 무기 운용과 관련한 쟁점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 기후 환경적 조건과 무기체계 운용 여건이 현저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작은 운용 문제가 대형 성능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기존 협력국과 수출 대상국에 방위사업청과 각 군의 획득·군수 장교, 산업통상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원들로 구성된 '한국형 국방 협력단(K-DCG)'의 파견을 검토해 보기 바란다. 후속 군수지원 보장, 성능개량 지원, 신기술 공동개발 등 윈-윈 협력의 고도화 창구를 만드는 방안이다. 한국산 무기 사용자의 평가와 입소문이 ‘K-방산의 명품 브랜드화’의 출발점이다.
국제 방산시장 40% 차지하는 미국에 적극 진출해야
넷째,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에 진출해야 한다. 국제 방산시장의 40% 규모에 이르는 미국 시장 진출 없이 G4 진입은 불가능하다.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은 조속히 체결돼야 하며, 미 방산시장 진출과 첨단 무기 도입을 연계하여 협력 방안을 고도화하는 전략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신기술을 내장한 핵심 구성품을 개발하여 방산 수출 주력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프랑스 독일 등 방산수출 선진국을 경쟁의 대상에서 협력의 대상으로 바꾸어야 한다. 방산수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라는 뜻이다. 현재 K-방산의 주력 수출 상품은 1990년대 개발한 최종 플랫폼 중심의 무기체계다. 대형 수출 협상에 유리하고 수주 성사시 성과도 매우 크다.
그러나 이는 협상기간이 지나치게 장기화될 수도 있고, 매년 1~2개의 대형사업 수주 여부에 방산수출 규모가 결정되는 극히 취약한 구조다. 신기술을 탑재한 첨단 플랫폼의 출현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는 국제 방산시장에서 이런 수출 구조가 3~4년 후에도 지속 가능하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구조는 최첨단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는 미국 정도만 지속 가능하다. 첨단 신기술을 내장한 핵심 구성품을 개발하고 우방국의 명품 무기체계에 탑재하여 수출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구조로 발전시켜야 한다. K-방산의 기술력이 담긴 핵심 구성품으로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등과 경쟁할 분야는 경쟁하되, 양국의 강점을 결합할 수 있는 협업분야를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 신시장 개척의 지름길이고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는 국제 방산시장에서 K-방산이 생존하는 방법이다.

여섯째, 방산현장 컨트롤 타워로서 방사청의 역할이 고도화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최근 폴란드 잠수함 사업의 수주 실패 사례를 보면, 경쟁 대상도 몰랐고 폴란드 해군의 잠수함 요구조건도 오판했으며 의사결정 시기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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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의 결정적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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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한국형 패트리엇' 천궁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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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지상전의 최강자' K2 흑표 전차
- • 30년 시행착오 딛고 탄생한 '명품' K2 전차...방산 장인들이 영혼을 갈아 넣었다
- • 6·25 때 서울 함락시킨 소련 전차 T-34...그 트라우마가 명품 전차 K2 낳았다
- • 개발 중인 K2 전차를 수출하겠다는 무모한 꿈…독일과의 경쟁에서 이겼다
- • ‘K2 전차 심장’ 파워팩 개발 시행착오…해결 실마리 찾게 한 대통령의 메시지
- • “9600㎞ 쉼없이 달려야 합격” K2 전차 변속기 개발의 험난한 도전
- • K2 흑표 전차에 반한 폴란드 “한국산 폭탄주도 수입하겠다”
- • 노르웨이 눈 덮인 산에서 성능 테스트...독일 레오파르트 압도한 K2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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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방위사업청 20주년...'K방산'의 현재와 미래
강은호 전북대 교수(전 방위사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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