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도 지났던 길인데"…광주 10대 흉기 피습에 얼어붙은 동네
학부모들 자녀 심야 외출 통제
상점가, 야간 영업 포기 고민
도주 피의자 11시간 만에 검거

5일 오전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의 한 대학교 인근. 불과 몇 시간 전 10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발생한 곳이지만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겉으로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침 일찍 뉴스와 지인을 통해 비극적인 소식을 접한 인근 주민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특히 사건 발생일이 어린이날과 겹치면서 평온해야 할 휴일 아침에 들려온 참혹한 소식에 동네 전체가 얼어붙은 분위기였다. 간밤에 발생한 참변을 아직 인지하지 못한 채 길을 지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인근 주민들은 일상 공간에서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끔찍한 범죄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인근 주민 최모(48)씨는 "동네에 벌써 소문이 다 퍼졌다"며 "내 아이가 사는 동네에서 그것도 어린이날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너무 끔찍하고 무섭다"고 몸서리를 쳤다.
늦은 시간 귀가하는 10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컸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인근 아파트 주민 문모(57)씨는 "아들이 매일 밤늦게까지 스터디카페에 있다가 혼자 밤길을 오가는데 사건 소식을 듣고 눈앞이 아찔했다"며 "오늘도 공부하러 나갔는데 꼭 친구들과 함께 다니라고 단단히 주의를 줬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업무나 약속으로 현장 주변을 찾은 시민들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이동 경로를 바꾸기도 했다. 인근 대학교 수영장을 찾은 김모(23)씨와 박모(18)양은 아침 일찍 기사로 사건을 접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이들은 "주말마다 방문하는 곳 근처에서 그런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니 너무 무섭다"며 "오늘은 일부러 평소 다니던 샛길 대신 사람이 많은 큰길로 돌아서 왔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 현장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상인들 역시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정모(62)씨는 "평소 대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치안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가게 근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니 장사하면서도 계속 밖을 쳐다보게 된다"며 "밤늦게까지 문을 열어두는 것도 걱정돼 당분간 일찍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간밤의 사건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참변을 알게 된 시민들은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 주민 직장인 박모(25)씨도 "주변 동네로 약속을 가던 길이었는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무서워서 택시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평범한 일상 공간에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네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용의자는 5일 오전 11시24분께 범행 약 11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광산경찰은 5일 살인 및 살인미수 등 혐의로 20대 남성 장모(24)씨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이날 0시11분께 광산구 월계동 대학교 인근 보행로에서 고등학교 2학년 A양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A양을 도우려던 고등학교 2학년 B군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범행 후 승용차와 택시 등을 번갈아 타며 도주한 장씨는 이날 오전 사건 현장에서 멀지 않은 광산구 첨단지구의 주거지 근처에서 검거됐다. 도주 과정에서 추가 범행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장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피해자들과의 관계 등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파악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