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빼고 다 무너진다”…IMF 총재, 이란 전쟁발 ‘초대형 경기침체’ 경고 [오늘의 DT인]

미국·이란 간 군사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딥 리세션’(깊은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나왔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살인적인 물가 상승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4일(현지시간)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6에 패널로 참석해 “전쟁이 2027년까지 이어지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5달러 수준에 고착화될 경우 지금보다 심각한 결과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급격한 물가 상승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 연쇄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며 “세계 경제는 더 이상 낙관적 시나리오를 전제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재정 여력이 취약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경제 초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전 세계 국가의 약 80%가 원유 수입국이다. 이중 상당수는 에너지 가격 급등을 감당할 재정적 여력이 부족하다”며 “미국과 중국은 비교적 견조한 체력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깊은 침체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식량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비료 가격이 지난 1년간 30~40% 급등하면서 향후 식료품 가격 역시 추가로 3~6%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농업 생산비 전반을 끌어올리는 구조적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IMF는 중동 정세 불확실성을 반영해 2026~2027년 세계 경제 전망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하기도 했다. ‘악화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2.5%로 둔화되고 물가 상승률은 5.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심각 시나리오’의 경우 성장률은 2%에 머무는 반면 물가는 5.8%까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나온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현재까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금융 여건도 급격히 긴축되진 않았지만, 전쟁 장기화 시 이러한 균형 역시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면 기대 인플레이션도 불안정해지고 이는 정책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재차 확대될 경우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전환 시점을 늦추거나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는 이미 둔화된 경기 회복을 더욱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촉발하는 ‘2차 파급 효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운송비와 생산비 상승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임금 인상 압력까지 자극할 경우, 물가 상승이 일시적 충격을 넘어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이미 완충 장치가 소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함께 패널로 참석한 마이크 워스 셰브런 최고경영자(CEO)는 원유 시장의 위기감을 더욱 생생하게 전했다. 유가 폭등을 막아주던 시장의 ‘방파제’가 사실상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워스 CEO는 “그동안 전쟁 중에도 유가가 115달러 선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지상 및 해상 재고, 그리고 각국의 전략비축유 덕분”이라며 “사태 초기에 비축유가 대거 풀렸고 상업 재고도 넉넉해 공급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지만 이제 이 모든 완충 장치가 소진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태의 심각성을 상징적인 일화로 표현했다. 워스 CEO는 “걸프만에서 빠져나온 마지막 선박이 마침 오늘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서 하역 중”이라며 “시장에 가격 충격을 막아주던 완충 장치들이 그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워스 CEO는 글로벌 경제의 도미노 타격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가장 긍정적인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미 몇 주 전에 폐기됐다. 이제는 장기간 이어질 파괴적인 시나리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미 아시아 경제에서 타격의 징후가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럽 경제가 곧바로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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