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다] ② 용인 일극에서 분산으로”…반도체 팹, 왜 지금 구미인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입지 전략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수도권, 특히 용인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가 전력과 용수 문제에 직면하면서 산업계와 정부 안팎에서 '입지 재검토''필요성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단순한 지역 유치 경쟁을 넘어 국가 산업 전략의 근본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K-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균형발전을 위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남부 송전망을 만든다고 해서 지역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현실적 갈등을 언급하며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재확인했다. 전력은 생산지에서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메시지다.
◆용인클러스터, 구조적 한계
문제의 핵심은 용인 클러스터의 구조적 한계다. 계획상 필요한 전력은 약 16GW에 달하지만 이 중 11.5GW를 외부 지역에 의존해야 한다. 이는 원전 11기에 해당하는 막대한 전력 수요다. 용수 역시 하루 107만t 이상이 필요하다. 반도체 팹 1기당 하루 10만~15만t의 물이 사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도시 전체가 사용하는 생활용수 수준이다.

◆대만과 일본 등 반도체 글로벌 흐름 '분산전략'
글로벌 흐름도 분산 전략으로 이동 중이다. 대만은 지진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거점을 분산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북쪽 홋카이도와 남쪽 규슈로 투자를 나누고 있다. 특정 지역에 생산을 집중하는 것은 산업안보 측면에서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준비된 산업도시 구미, 반도체 생태계 완성
이런 가운데 경북 구미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구미는 이미 반도체 산업의 태동기부터 성장과 고도화를 거친 '준비된 산업도시'다. 1970년대 한국전자와 금성반도체에서 시작된 기반은 1980~90년대 전자산업 집적을 통해 후공정과 양산체계로 발전했고 현재는 소재·부품 중심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2023년 비수도권 유일의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공급망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구미에는 SK실트론, LG이노텍, 매그나칩, 원익큐앤씨, LB세미콘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집적해 있다. 웨이퍼, 기판, 패키징 등 반도체 소재·부품 중심의 생태계가 잘 형성돼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우수한 인프라-전기, 용수, 부지, 인력, 의지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어
입지 조건에서도 경쟁력이 뚜렷하다. 경북은 전국 최고 수준의 전력 자립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량 역시 전국 상위권이다. 특히 연간 5만6천 GWh에 달하는 여유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 팹 입지에 핵심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용수 역시 안정적이다. 하루 취수 가능량 대비 실제 사용량이 30% 수준에 머물러 있어 대규모 산업용수 공급이 가능한 상태다. 이는 수도권과 달리 외부 수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부지 확보도 용이하다. 구미국가5산단 2단계와 신규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즉시 공급 가능한 대규모 부지가 준비돼 있으며 대구경북 신공항 예정지와 인접해 물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고속도로와 철도망 확충까지 더해지면서 접근성은 더욱 개선된다.
인력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금오공대, 포항공대, DGIST, 경북대 등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반도체 전문 인력 공급 체계가 구축돼 있으며 특성화 대학과 인력양성 플랫폼 사업도 추진 중이다.
구미는 반도체뿐 아니라 방산, 이차전지, 로봇, 메타버스 등 미래 산업과의 융합 기반도 갖추고 있다. 방산혁신 클러스터, 기회발전특구 지정 등 정책적 지원도 이어지고 있어 산업 확장성이 크다.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이번 지방선거에 구미시장 후보로 나선 김장호 국민의힘 예비후보와 장세용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모두 팹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장호 후보는 "1969년 구미에서 처음 싹을 틔운 대한민국 반도체의 씨앗이 2023년 비수도권 유일의 반도체특화단지 유치로 꽃을 피웠다"며 "이제는 반도체 팹 유치로 화룡점정을 찍고 구미가 대한민국 반도체의 심장으로 도약하는 열매를 맺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장세용 후보는 "반도체와 에너지 중심 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일부를 구미로 분산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결국 반도체 입지 전략의 핵심은 '효율'에서 '지속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력과 용수, 환경, 지역균형, 산업안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특정 지역 집중은 더 이상 최적 해법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이 아니라 재설계다. 그리고 그 해답 중 하나로, 구미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기업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정주 여건 개선, 수도권 대비 인식 격차 해소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방향성은 분명하다. 반도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입지 전략의 근본적 전환이 불가피하다.

◆남병국 구미시 첨단산업국장
"구미는 반도체산업의 최적 입지다. 팹(Fab) 유치로 산업구조 대전환 이끌겠다." 남병국 구미시 첨단산업국장을 만나 추진 전략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구미시가 반도체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도체는 국가 경제의 핵심이자 모든 산업의 기반이다. 구미는 과거 전자·IT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도시로 산업 전환의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기존 제조 인프라와 기술력을 반도체 산업으로 확장한다면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구미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어느 수준인가?
△"완성형 반도체 클러스터라고 보긴 어렵지만 잠재력은 충분하다. 특히 전자부품, 디스플레이, 통신장비 등 기존 산업과의 연계성이 높아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기반를 갖추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산업 구조 속에서 구미의 강점은 무엇인가?
△"첫째는 타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인프라다. 구미국가산단은 이미 대규모 산업용 전력과 공업용수 공급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 지정과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의 거점으로 관련 기업이 집적을 이루고 있다. 둘째는 넓은 산업용지다. 즉시 투자가 가능한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큰 경쟁력이다. 셋째는 비용이다. 수도권 대비 낮은 입지 비용은 기업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투자유치 전략과 타깃 기업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특히 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도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 유치를 위해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인가?
△"세제 지원과 입지 보조금은 물론, 신속한 인허가와 맞춤형 행정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기업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걸림돌이 없도록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전력과 용수 확보는 문제 없나?
△"현재 구미는 산업단지 운영을 통해 충분한 전력 공급 경험을 축적해 왔다. 용수 역시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추가 수요에 대비한 확충 계획도 병행하고 있다."
-인력 확보 방안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지역 대학, 연구기관과 협력해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기업 맞춤형 교육을 통해 실무형 인재를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한계는 무엇인가?
△"수도권 중심의 산업 집중은 여전히 가장 큰 장벽이다. 기업들이 공급망과 인력, 인프라가 집적된 수도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 분산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구미에도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팹 유치 시 기대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단순히 하나의 공장이 들어오는 것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가 변화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협력업체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구미국가산단의 체질 개선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기업과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구미는 준비된 도시이다. 기업에는 최고의 투자 환경을 제공하고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가겠다. 반도체 산업을 통해 구미의 미래를 다시 쓰겠다."
구미시는 반도체 산업을 축으로 산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팹 유치가 현실화될 경우 구미국가산단은 전통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 산업 중심으로 전환되는 중대한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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