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태의 신노인 산책] 세대 간 소통이 어려운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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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말은 빠르고, 늙은이들의 말은 느리다.
기성세대는 한자에서 비롯된 말을 많이 쓰고, 젊은이들은 줄임말과 신조어를 좋아한다.
세종대왕은 말과 글이 서로 통하는 쉬운 글을 만들려 했다는데, 요즘 우리 한국어는 너무 어렵다.
젊은이들의 줄임말 쓰기도 그 도가 지나쳐 늙은이들은 따라잡기가 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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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말은 빠르고, 늙은이들의 말은 느리다. 소통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이보다 더한 불통의 이유가 있다. 기성세대는 한자에서 비롯된 말을 많이 쓰고, 젊은이들은 줄임말과 신조어를 좋아한다. 그런가 하면 신문과 방송, 길거리에서 뜻을 알기 어려운 말들이 범람한다. 한국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가 즐겨 쓰는 말 가운데 '모순'이란 말이 있다. 나는 이 용어의 말뜻을 고등학교 한문 시간에 배웠다. 모순은 '창 모(矛)'와 '방패 순(盾)'이 합쳐진 말이다. 창과 방패를 함께 파는 상인이 창을 두고 어떤 방패도 뚫어낸다고 말하고, 방패를 들고서는 어떤 창도 막아낸다고 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나는 말의 이치를 쉽게 깨우쳐 주는 한문 시간이 가장 좋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K-컬처의 인기를 타고 한국어 배우기가 세계적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어 능력시험이 세계 89개국에서 실시된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 어려운 한국어를 외국인들이 어떻게 익히는 지가 의아스럽다. 세종대왕은 말과 글이 서로 통하는 쉬운 글을 만들려 했다는데, 요즘 우리 한국어는 너무 어렵다.
이렇게 혼돈스러운 것은 한글 전용 탓이 크다. 한자에서 유래된 말을 그대로 쓰면서 한자를 없애버렸으니 말뜻을 알기가 어렵게 됐다. 한국어는 2중 언어다. 순수한 우리말 표현과 한자에서 유래한 말을 함께 쓴다. '낡았다'는 뜻으로 '노후했다'라고 하고, '불을 껐다'를 '진화했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에게는 혼란스러울 것이다.
나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할 때 사회복지 저널에 '사회복지 용어 정화를 위한 제언'이란 논문을 실은 적이 있다. 교재들이 온통 외래어나 한문 투의 용어로 뒤범벅이 된 것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마음의 상처를 가리키는 뜻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같은 표현을 쓴다. 어느 날 강연을 듣는 자리에서 강연자에게 그렇게 어려운 표현을 왜 고집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강연자는 다들 그렇게 쓰니까 자기도 따라 쓴다고 무책임하게 답했다.
젊은이들의 줄임말 쓰기도 그 도가 지나쳐 늙은이들은 따라잡기가 힘든다. 길거리의 아파트 분양광고에 '초품아'라는 말이 있기에 인터넷을 뒤졌더니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고 알려준다. 나만 몰랐을 뿐 이미 통용되고 있는 말이었던 것이다. 간판도 어렵다.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 있는 먹거리타운 이름이 '식음가무'다. 무슨 뜻인가 하고 한참 생각한 끝에 겨우 알아차렸다. 먹고(食), 마시고(飮), 노래하고(歌), 춤춘다(舞)는 말이란 것을.
우리의 한글 전용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시행된 정책이다. 따라서 늙은 세대를 빼면 국민 대부분이 한자를 모른다. 요즘은 한자 이야기를 하면 꼰대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학교에서 기본 한자 1천 자는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일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명사의 대부분이 한자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어원도 모른 채 한자 투의 말을 고집하는 풍조도 바뀌어야 한다. 쉽고 순수한 우리말이 있는데도 구태여 한자 투의 말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정부와 학계, 사회단체가 나서 올바른 우리말 쓰기 운동에 나서야 할 것 같다.
김상태 신노인운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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