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채용도, M&A도 허락 받아라”…실질 21% 인상 요구한 ‘1억 연봉’ 노조, 그들만의 리그

최은지 2026. 5. 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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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인사·M&A 의결권 명문화 요구에 인사권 무력화 논란
신입 사원 초봉 실질 21.3% 인상안 고수…사측 안의 3.4배
1500억 피해 속 6일부터 ‘준법투쟁’…기득권 요새화 비판
노동조합 전면 파업 나흘째인 4일 오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평균 연봉 1억1400만원이라는 업계 최고 수준의 처우를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신입 사원 채용과 인수합병(M&A)에 대한 의결권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임금 역시 기본급 인상과 정액분 합산 시 신입 사원 초봉 기준 실질 인상률이 21%를 상회하는 고율의 요구안을 고수 중이다.

취업 준비생들이 선망하는 기업 중 한 곳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가 기업 경영의 본질적 권한을 침해하고 기득권을 요새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4일 노사정 간담회가 빈손으로 종료된 가운데, 노조가 6일부터 ‘무기한 준법투쟁’을 예고하면서 경영권 침해를 둘러싼 갈등은 장기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채용·인력배치 노조 동의받아라”…무너지는 인사권 경계

금전적 보상보다 더 심각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인사 및 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개입 시도다. 노조가 단체협약에 명문화할 것을 요구한 조항들은 기업 운영의 근간을 위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노조는 성과 배분과 채용, 인력 배치 등 핵심 인사 사안에 대해 노조와의 공동 의결을 거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는 조항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인재 영입과 적재적소의 인력 배치를 노조가 사실상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공정성이 화두인 우리 사회에서 노조가 채용 의결권을 갖겠다는 주장은 기득권 요새화와 ‘고용 세습’ 논란으로 번질 위험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노조는 임원의 임면과 보직 변경 계획 및 결과까지 모두 통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경영진의 관리권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M&A 거부권 요구…속도 생명인 바이오 산업 ‘발목’

노조의 요구는 기업의 미래 전략인 인수합병(M&A)과 사업 재편 영역까지 뻗어있다. 노조는 회사의 분할, 합병, 양도, 업종 전환 및 도급·외주화 결정 시 노조와 공동의 고용안정위원회 심의·의결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바이오 산업은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가 핵심이다. 노조가 경영 의사결정의 ‘거부권(Veto)’을 가질 경우, 적기 투자가 불가능해져 결국 기업 경쟁력 고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더구나 노조의 요청 시 제반 문서와 자료의 열람·복사 협조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조항도 요구사항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기업 경영을 감시·통제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되며,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업계 최고’ 대우에도…신입 초봉 21.3% 인상 요구

노조가 제시한 임금 요구안은 사측이 수용 가능한 한계치를 크게 벗어난 수준이다. 노조는 기본급 14.3% 인상에 더해 전 직원에게 동일하게 350만원의 정액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액 인상분만으로도 신입사원 초봉 기준 약 7%의 인상 효과가 발생해, 이를 합산한 총 임금 인상률은 21.3%에 달한다. 이는 사측이 제시한 역대 최고 인상안인 6.2%를 세 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여기에 노조는 전 직원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지급과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평균 연봉이 이미 1억1400만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골드칼라’ 노조의 요구는 대외적인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적 피해 1500억원…‘배치 실패’ 공포 부추기는 준법투쟁

경영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노조가 권한만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파업은 지난달 28일 자재 소분 부서의 기습 파업으로 시작됐다. 이에 따라 항암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등 23배치(Batch·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해 의약품을 일괄 생산하는 단위)의 생산이 중단됐으며, 1일까지 사측이 파악한 손실은 약 1500억원이다.

노조는 6일부터 무기한 준법투쟁(Work-to-rule)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준법투쟁은 노동자가 법규나 안전 수칙 등을 평소보다 엄격히 준수함으로써 업무 능률을 떨어뜨리는 단체행동이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특성상 분 단위 공정 관리가 필수적인데, 의도적인 작업 지연은 배치 전체의 오염이나 품질 저하로 이어져 전량 폐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미 1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준법투쟁은 사측에 ‘상시적 배치 실패’의 공포를 주는 전략이다.

노사가 6일과 8일 연이은 대화를 앞두고 있으나, 노조가 경영권 침해와 무리한 임금 요구라는 투 트랙을 고수하는 한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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