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공포’ 탈출인가 ‘스마트 개미’ 익절인가… 코스피 폭등날 4조8000억원 판 개인들

코스피가 하루 만에 5% 넘게 폭등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4일, 시장의 시선은 개인 투자자들의 기록적인 ‘팔자’ 행보에 쏠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12% 급등했고, 외국인(2조9460억원)과 기관(2조90억원)이 합쳐 5조원가량을 사들였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4조7940억원어치 물량을 쏟아내며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너무 오른 주가에 놀라 시장을 떠나는 것”이라는 평가와 “합리적으로 수익을 챙기는 냉철한 펀드매니저 같은 선택”이라는 상반된 분석이 나온다.
◇’지금이 최고점’ 공포에 짐 싸는 개미들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 이면에는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공포감이 자리 잡고 있다. 코스피가 7000선 돌파를 시도할 만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이제는 정말 단기 고점”이라는 불안감이 고개를 든 것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5% 이상 급등한 날은 이날을 포함해 벌써 일곱 차례에 달한다. 지난 3월 5일(9.63%)과 4월 1일(8.44%), 4월 8일(6.87%) 등 유례없는 급등세가 나타난 날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번이 고점이다’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경계령이 내려졌다.
실제 지난 4일 각종 주식 관련 커뮤니티와 종목 토론방에는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는 이른바 ‘탈출 인증샷’과 함께 시장을 걱정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투자자들은 “상승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 무섭다” “지금 현금화하지 않으면 꼭대기에 물릴 것 같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여기에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쏟아진 각종 부양책이 선거 직후 소멸하면 증시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비관론도 불안 심리를 일부 자극했다.

◇‘냉철한 스마트 개미’ 반도체만 4조8000억원 팔아치워
하지만 세부 데이터를 뜯어보면 개인의 이번 매도는 단순한 투매가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스마트’한 행보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코스피가 5% 이상 급등한 날의 기록을 살펴보면, 개인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대거 주식을 팔아치웠다. 개인은 지난달 8일 코스피가 6.87% 급등하자 5조4160억원어치 팔았다.
눈여겨볼 점은 개인의 매도 폭탄이 반도체 대장주에 집중됐다는 사실이다. 개인들은 지난 4일 SK하이닉스가 12.52% 폭등하자 2조6240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삼성전자도 2조178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두 종목의 순매도액 합계(4조8020억원)는 이날 코스피 전체 개인 순매도액(4조7940억원)을 웃돈다. 코스피 나머지 종목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80억원가량을 순매수한 것이다.
지수가 6% 넘게 오른 지난달 8일에도 삼성전자(-1조6400억원)와 SK하이닉스(-1조9640억원)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똑똑해진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열 구간에서 외국인에게 물량을 넘겨 막대한 이익을 확정 짓는 영리한 출구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과거 하락장을 거치며 학습을 마친 스마트 개미들이 상승장에서는 냉철하게 수익을 챙기는 전략가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개인 투자자의 진화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 인터내셔널 회장은 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어떻게 주식 시장을 지배하게 됐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월가의 유행을 뒤늦게 쫓아다니는 ‘멍청한 돈(Dumb money)’ 취급을 받다가 지금은 저점 매수를 통해 인상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고, 주식 시장에서 단일 집단으로는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자 층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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