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⑭ 중국 공산당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부패의 뿌리

이춘우 호서대 특임교수 2026. 5. 5. 11: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춘우 호서대 특임교수

중국의 역사는 권력의 찬란함만큼이나 부패와의 끝없는 싸움의 기록이다. 왕조가 번성할 때마다 그 이면에서는 도덕의 해이와 탐욕이 자라났고, 쌓이고 쌓인 부정은 결국 민중의 분노를 불러 폭발했다. 황건적의 난, 홍건적의 봉기, 태평천국의 광풍은 시대와 이름만 달랐을 뿐 같은 구조를 반복한 사건이었다.

공산당이 ‘평등’과 ‘청렴’을 기치로 새 국가를 세웠을 때, 중국은 마침내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개혁·개방의 물결 속에서 경제가 급성장하자, 부패도 함께 진화했다. 더 은밀하고, 더 거대해진 부패가 다시금 중국 현실의 그늘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부패는 단순한 도덕적·사회적 문제를 넘어, ‘공산당의 생존’을 위협하는 체제적 리스크로 부상했다. 부패로 인한 부의 편중과 사회적 불평등은 인민의 생활 불만으로 이어지고, 그 불만은 곧 공산당 조직의 정치적 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 중국의 역사는 이를 반복해서 보여줬다. 중국 왕조의 흥망은 부패의 깊이와 궤적에 따라 변화했다. 지금의 중국 공산당도 예외일 수 없다. 부패가 어떻게 중국 공산당 체제를 위협할 정도로 확대됐는지를 짚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패와의 전쟁’을 이해하고자 한다.

◇ 전국적인 부동산 개발 광풍이 만든 치명적인 부패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부각된 중국의 심각한 부패 문제의 시작은 부동산 개발과 연관이 깊다. 경제성장에 힘입은 전국적인 부동산 개발 이전의 부패 규모는 지금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에 가까웠다. 필자는 중국인들과 폭넓게 교류하며 개혁·개방 이전 부패의 양상을 접할 수 있었다. 당시 부패는 구하기 힘든 기차표를 얻기 위해, 식량과 생필품을 많이 그리고 품질이 좋은 것을 배정받기 위해, 승진이나 좋은 보직을 위한 수준으로, 규모나 범위가 아주 작았다.

2000년 초반, 한국 돈으로 수억원을 불법 수수한 한 지방 고위공직자의 부패 사건이 중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이 사건은 매스컴을 통해 전국으로 전파됐고, 해당 공직자는 일벌백계의 차원에서 사형에 처해졌다. 당시 공산당 조직은 이를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충격적인 부패 사건’으로 인식했다. 그런데 10년 뒤, 수억원의 수천 배에 이르는 수천억에서 수조원 규모의 부패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확산한다.

중국 공산당 부패 척결 캠페인. /바이두

1998년 중국 정부는 주택 분배 제도를 폐기하고 주택 사유화를 확정했다. 이후 중국에서도 ‘내 집 갖기 운동’이 확산하면서 중국 전역에 부동산 건설 붐이 일었다. 전국이 아파트 공사장으로 변했고, 대한민국의 서울 같은 대규모 도시 수십 개가 동시에 부동산 열풍에 휩싸였다. 자본이 있는 기업가들이 일확천금의 기회를 얻기 위해 벌떼처럼 모여들기 시작했다.

2000년 초부터 중국에서는 소규모 기업이 아파트 건설 열풍을 타고 하루아침에 대형 기업으로 성장하는 일이 흔했다. 필자 지인의 경우 베이징 시내 근교에 대단지 아파트를 건설했고, 단기간에 수천억원의 이익을 봤다. 이를 발판으로 중견기업 수준이던 회사는 몇 년 만에 자산규모 10조원 규모의 대형 그룹으로 성장했다. 당시 중국 전역에서 아파트는 짓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건설업으로 확장을 시도했다. 문제는 핵심 지역 토지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중국의 모든 토지는 국가 소유로,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발 허가를 얻는 게 핵심 구조였다. 이에 중국 기업가들은 개발 허가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인맥 구축에 기업의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전역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전국구’급 인맥을 구축하는 게 과제였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스카이(서울대·고대·연대) 출신, 고시 출신 같은 전국적인 네트워크 조직의 부재로 인한 인맥 구축의 어려움이 상존했다. 또한 중국은 대한민국 인구의 30배에 달하는 대단히 방대한 국가로 학연, 지연 등으로 연결된 지인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에 지방 기업가들은 베이징에서 중앙정부의 인맥을 구축해야 한다는 중요성을 인지하게 됐다. 전국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앙당 조직, 신화통신사 그리고 인민해방군 실력자들이 주요 목표였다. 사업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인맥의 수요와 공급의 급격한 불균형이 이뤄졌고, 대규모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패가 싹트기 시작했다.

지방에서 성공한 기업가도 ‘중국 정치 일번지’ 베이징에서는 평범한 개인에 불과했다. 수많은 경쟁과 과정을 이겨내고 성장한 베이징의 관리들은 상당한 자부심과 오만함을 갖고 있었고, 쉽게 연결되지 않았다. 이에 지방 기업가들은 우선 자기 고향 출신이면서 중앙정부 관직을 지낸 퇴직 유력자를 찾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정성과 막대한 돈을 들여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 이 인맥을 발판으로 점차 여러 부서의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넓혀갔다.

이런 인맥을 통해 도시의 노른자 위치의 땅을 정부로부터 개발 허가를 받는 순간, 단숨에 백만장자가 될 수 있었다. 허가만 획득하면 금융회사와 건설사들이 몰려들어 제반 업무를 지원했다. 기업가는 사실상 앉아서 떼돈을 버는 구조였다. 이는 절대 한 개인이 성사하기는 어려운 구조로, 먹이 사슬처럼 집단의 부패 고리를 형성했다.

부동산 개발이 확대될수록 전국적으로 대규모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패로 발전했다. 대규모 프로젝트 한 건당 수천억원의 이익을 고려하면, 정부 관계자들에게 돌아가는 뒷돈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아파트 건설에는 여러 정부 기관의 허가와 규제, 그리고 감독 등 복잡한 절차가 뒤따른다. 기업으로서는 아파트를 조속히 완공하고 다시 신규 아파트를 건설해야 더 큰돈을 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건설과 관련된 수많은 정부 기관 인사들의 부패가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대규모로 자행되기 시작했다. 부패 규모는 몇억원 단위를 뛰어넘어 몇십억, 심지어 수백억원 단위로 확대됐다. 인민의 공복을 자처하던 공산당 관리들이 중국의 신흥 부유층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중국 내륙 도시 충칭시 야경. /바이두

필자의 지인인 중앙정부 국장급 이상 대부분은 최소 수십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주택 분배 제도가 폐기되기 전 정부로부터 배정받은 도심 아파트는 면적이 작고 허름하나, 재개발 등으로 가격은 상당히 높다. 여기에 추가로 베이징 시내에 고급 아파트를 최소 한 채 이상 소유한다. 대부분 건설업체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혹은 거의 헐값으로 취득한 아파트다.

건설업자 입장에서 이런 선의는 미래에 발생할 위험에 대한 보험과 같았다. 정부 관리 역시 이 정도는 부패가 아니라 편의를 봐준 데에 대한 반대급부 정도로 생각했다. 그것이 시간이 지나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가치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 관리의 자녀 상당수는 해외 유학을 하고 있다. 중앙정부 국장급 월급이 대략 1~2만 위안(약 200~400만원) 수준이다. 어떻게 이 월급으로 수십억원 이상의 재산 보유 및 자녀들 해외 유학까지 시킬 수 있을까?

경제성장의 둔화로 실질적인 생활 환경의 악화에 불만을 품은 인민들은 심각한 빈부격차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이 의문이 단순한 불만을 넘어 인민들의 공산당 생존과 직결되는 행동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하는 공산당 지도부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편집자 주] 이춘우 호서대 특임교수는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삼성 중국 지역 전문가로 대륙을 돌면서 중국과 인연을 맺은 후, CJ(제일제당) 중국사무소 대표를 지냈으며,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실에서 근무했고, 현지에서 화장품 유통업체 카라카라를 창업하기도 했다. 2012~2017년에는 중국 50대 민영기업 신화련그룹의 투자수석고문을 역임한 바 있다. 이춘우 특임교수의 칼럼은 3주에 한 번씩 연재될 예정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