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축구단 방한, 정치가 아니라 축구로 다뤄야 하는 이유[김세훈의 스포츠IN]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차 남쪽으로 온다. 북한 여자 축구팀의 방항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지금 남북 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이라서 방한이 큰 관심을 끈다. 정치권 등은 엄청나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내고향여자축구단 방한을 환영하고 있다.
환영의사를 밝힌 것은 바람직하지만 방한을 너무 순수하게 또는 너무 낭만적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냉정하게 봐야 한다. 이번 방한은 남북 화해의 신호가 아니라 국제대회 시스템 안에서 북한이 선택한 ‘현실적 대응’일 뿐이다.
북한 여자축구는 세계 최강권 경쟁력을 입증해온 종목이다. 북한은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네 차례, 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 세 차례 정상에 올랐다. 성인 대표팀도 아시아 최상위권, 세계 정상권 전력이다. 북한 입장에서 여자축구는 체제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홍보 상품인 셈이다.
북한이 만일 챔피언스리그를 자의적으로 포기했다면 징계를 받게 되고 향후 국제무대 참가 자격에 문제가 생긴다. 북한이 한국 방문을 원해서 왔다기보다, 국제 대회 참가를 유지하기 위해 감수하는 측면이 강한 이유다.
북한은 베이징을 경유해 17일 입국한다. 이후 선수단 운영은 철저히 통제될 가능성이 높다. 숙소와 이동 동선, 훈련 일정, 외부 접촉 등뿐만 아니라 미디어 접촉 역시 최소화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선수단 얼굴에서 옅은 미소라도 보리라는 기대는 지나칠지 모른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축구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것도 반드시 이겨야할 것이다. 상대가 남한이라면 무게는 더 커진다. 한국에서 한국 팀에 패하는 장면은 북한 내부적으로 결코 가볍게 보지 못할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이번 방한은 ‘경기’ ‘승리’ 이상, 이하도 없을 것이다.
이를 우리 정부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번 방한을 남북 관계 개선의 출발점으로 과도하게 확대 해석해 이런저런 전시행정, 선전 행사를 하려고 한다면 아예 포기하는 게 현명하다. 스포츠가 외교의 문을 연 사례는 많지만, 지금의 남북 관계는 2018년 평창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냉정하게 말해 이번 방한 하나로 경색 국면이 풀릴 가능성도 거의 없다. 기대를 낮춰야 ‘오버’도 안하고 사고도 없고 후폭풍도 줄어든다.
수원과 경기도, 대한축구협회, 정부가 집중해야 할 것은 상징성 확대가 아니라 안정성 확보다. 선수단 입국부터 숙소, 이동, 경기장 운영, 관중 관리, 보안 대응까지 모든 과정이 매끄러워야 한다. 작은 변수 하나가 불필요한 외교적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경기장 안팎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 과도한 접근이나 정치적 메시지 표출도 최대한 삼가고 필요할 경우 통제돼야 한다.
반가운 발걸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의미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뜨거운 기대가 아니라 차분한 대응이다. 좋은 경기를 치르고, 아무 일 없이 돌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지금 남북 스포츠가 만들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의미 있는 결과일지 모른다.
수원FC와 내고향은 4강전은 20일 오후 7시에 열리며, 여기서 승리한 팀은 멜버른시티(호주)-도쿄 베르디 경기 승자와 23일 오후 2시 우승을 다툰다. 4강전 2경기와 결승전 모두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내고향이 수원FC를 꺾으면 결승전까지 총 2경기를 치른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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