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가 서서 받아도 스트라이크”…ABS 3년 차, 삼진 잡는 ‘고퀄스’의 등장[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6. 5. 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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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고영표가 지난 1일 광주 KIA전에서 힘껏 투구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고영표(35·KT)는 대표적인 땅볼 투수다. 컨디션이 좋은 날엔 건드리지도 못할 체인지업과 함께 제구 좋은 투심을 낮은 코스로 깔아 던져 맞혀잡는다. 삼진형 투수들보다 투구 수 관리가 잘 되다보니 긴 이닝을 효율적으로 던지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1위로 리그를 지배해왔다. 동시에 볼넷대비삼진비율(KK/BB)도 늘 리그 1위를 다퉜다. 삼진이 아주 많지는 않은데 볼넷이 워낙 적기 때문이다.

2026년, 개막 한 달 여를 지난 지금 고영표는 탈삼진 2위다. 4일까지 6경기를 던져 39개로 두산 곽빈(7경기 51개) 뒤에 있다. 반면 1.0개 내외를 유지하던 9이닝당 볼넷(BB/9)은 지난해 1.68로 오른 뒤 올해 현재는 2.03까지 올라가 있다. 고영표의 9이닝당 볼넷이 2.0을 넘은 것은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삼진이 많다보니 ‘볼삼비’는 5.57로 4위, 리그 상위권을 달린다.

고영표도 탈삼진 부문에서 리그 최강속구 투수인 곽빈 뒤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데 대해 “아이러니”라고 했다. 가장 최근 등판한 1일 KIA전에서 고영표는 삼진을 12개나 잡았다. 개막후 최고 컨디션의 그날에도 고영표의 최고구속은 140㎞, 평균구속은 137㎞였다. 평소보다 좋았던 구속이다.

고영표는 이제 답을 찾기 시작했다고 느낀다.

2024년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 리그에 도입되면서 스트라이크존이 좌우보다는 상하를 기준으로, 특히 상단에 관대해졌다. 타자보다 투수에게 유리하다고 했지만, 사이드암 투수들은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리그 대표 사이드암 선발 투수인 고영표도 꽤 어려움을 겪었다. 2023년까지 최고를 달리다 2024년 사실상 첫 부상으로 브레이크가 걸렸고 지난해에도 11승(8패)으로 ‘기본’은 했지만 세부 기록은 전같지 못했다. ‘하이볼’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지만 사이드암 중에서도 특히 낮게 던지는 데 강점이 뛰어난 고영표는 기존의 습관과 인식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하다보니 쉽지 않았다.

고영표는 “하이볼에 대해 (이강철) 감독님이 많이 강조하셨고, 나 역시 필요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해온 야구의 패턴을 아예 바꾸는 게 쉽지가 않다. 항상 코너에 넣는 연습을 해왔고 위쪽 존에는 볼을 줘왔기 때문에 그 의식 자체를 (경기 안에서) 바꾸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며 “최근 경기에서도 (포수) 승택이가 일어나서 받았는데 스트라이크가 돼 삼진을 잡았다. 기존엔 당연히 볼이라 생각하고 던졌던 코스다. 그런 의식을 바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KT 위즈 제공

스트라이크존의 변화를 마음으로 따라가는 데 시간이 걸렸던 고영표는 개막 이후 잘 잡히지 않던 것들을 5월의 시작과 함께 잡았다. 세부기록과 별개로 경기 결과는 개막 한 달 간 좋지 않았다. 4월 5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 5.40에 머물렀다. 올시즌 퀄리티스타트도 1일 KIA전(6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12탈삼진 2실점)이 2번째였다.

고영표는 “여러 훈련도 많이 하고 다른 투수들 밸런스도 많이 지켜보면서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최근에 찾았고 지난 경기에서 확실히 나온 것 같다”며 “4월 5경기와 비교해 투구 분포도나 체인지업 스윙 비율, 그라운드 땅볼 비율 등이 확 달라서 ‘이제 시작했다’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스트라이크존 상단과 친해지기 시작한 고영표는 이제 ‘정상궤도’로 향할 참이다. 삼진을 많이 잡고 있지만 더 많이 잡을 생각은 없다. 맞혀잡으며 오래 버티던 기존의 ‘고퀄스’로 돌아가겠다는 목표다.

고영표는 “매년 삼진을 이닝당 0.8~0.9개는 잡았다. 150이닝 던지면 130개 정도, 적진 않았다. 물론 지금 삼진이 많은 게 신기하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삼진은 생각하지 않는다. 삼진이 적어지고 범타가 많아지면 7~8이닝을 던질 수 있다. 감을 좀 찾았으니 이제 5월부터는 꾸준히 좋은 경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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