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설가 한승원 “파킨슨 투병…한때 안락사 고민, 이제는 더 살며 좋아하는 글 쓰고 싶다”
“안락사까지 생각했다…다시 붙잡은 삶”
욕심을 내려놓은 ‘비움의 철학’ 피력
“작품을 계속 쓰고 싶다”는 강한 의지

한승원은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며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 퇴행성 질환”이라며 ”재작년부터 하체에 힘이 없어지고 균형 감각이 흐트러졌다. 어지러워 평평한 땅이 출렁다리를 건너듯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삶의 의욕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렇게 살아 무엇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족에게 스위스 보내달라고 했다. 안락사 비용도 알아봤다. 그런데 가족 누가 동의를 해주겠나”라고 했다.
극단의 생각마저 했던 그를 다시 붙잡은 것은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문득 더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건강하게 좀 더 사는 게 저를 좋아하고 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에 대한 도리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병을 겪으며 삶에 대한 통찰도 깊어졌다. 그는 “나이 들어가고 있는데 젊었을 때처럼 한없이 욕심을 내면 안 된다. 마음을 비우고 살아야 한다”며 불교 경전 ‘백유경(百喩經)’의 한 우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소년이 ‘부처는 누구냐’고 묻자 스님이 ‘맨발로 뛰쳐나오는 사람’이라 답했다. 소년이 여러 곳을 찾았더니 아무도 그런 식으로 자신을 맞이하지 않았다.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가 맨발로 뛰쳐나와 그를 맞이했다. 소년은 깨닫는다 ‘아, 어머니가 곧 부처구나.’ 욕심을 내려놓고 사랑으로 반응하는 존재, 그게 부처다.”
그는 장흥 시내를 흐르는 탐진강의 이름을 언급하며 발음이 같은 ‘탐진치(貪瞋痴)’도 함께 이야기했다. 불교용어인 탐진치는 삼독(三毒)’ 즉 탐욕· 분노· 어리석음이야말로 인간 고통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절친한 친구인 김기홍 전 장흥문화원장은 “한승원 한강 부녀 덕에 ‘노벨문학상 도시’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돼 군민들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며 “한 작가가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작품활동을 해주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1968년 단편 ‘목선’으로 등단한 한승원은 ‘아제아제 바라아제’, ‘다산’, ‘원효’ 등 다수의 장편과 시집, 창작론을 포함해 10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1996년 고향 장흥으로 내려온 후 30년 가까이 집필을 이어오고 있다. 파킨슨병과 싸우는 와중에도 집필을 거두지 않는 그의 모습은, 끝내 글로 삶을 증명해내는 집요한 의지이자 단단한 존엄의 표정으로 남는다.
장흥=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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