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향에 천연 항균물질까지…꿀벌이 준 선물 ‘OO초’
자연 환경 관심 높아지며 주목받는 중
항균 성분 갖추고 알레르기 반응 적어
불켜면 그을음 없고 연소시간 더 길어


불을 붙이는 순간, 인공 향 대신 은은하고 달콤한 향이 번진다. 꿀벌이 몸속에서 만들어낸 천연 물질 ‘밀랍’으로 만든 초다. 시중에는 다양한 향초가 넘쳐나지만, 국산 밀랍으로 만든 밀랍초는 다르다. 색소도 방향 물질도 없이 오직 밀랍 본연의 성분만으로 은은한 꿀향을 낸다. 천연 항균 작용을 하는 데다 인체에 해가 없어 건강과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최홍민 교수 연구팀이 공개한 ‘국산 밀랍의 일반성분 분석 및 영양학적 가치평가’ 논문에 따르면, 국산 밀랍은 수분 함량이 0.6% 수준으로 극히 낮아 보관성이 뛰어나고, 조단백질 함량도 0.3%에 불과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 사람이 섭취하더라도 인체 내부에 영향을 주지 않고 그대로 체외로 배출되므로 안전하다. 또 칼륨(11.05㎎/100g)·칼슘(6.55㎎/100g)·인(5.43㎎/100g) 등 6종의 무기물도 포함하고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조선시대 밀랍초는 왕실 전용품에 가까웠다. 밀랍이 워낙 귀해 조선 초기에는 임금에게 전량 진상하고 일반인은 사용을 금지하는 법령까지 만들었다. 궁중 행사에서도 초의 개수를 엄격히 제한했다.
빈 대표는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임금은 6개, 왕세자는 그보다 적은 수로 행사마다 사용할 수 있는 초 개수를 명시한 목록이 남아 있다”며 “밀랍초는 공을 세운 신하에게 내리는 하사품 목록에도 올랐으며, 일본이나 류큐국(지금의 일본 오키나와) 등 해외에서 수입한 기록도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에서 농업회사법인 ‘동방허니’를 운영하는 김민영 대표는 밀랍초만의 실용적인 장점을 강조한다. “파라핀초를 태우면 까맣게 그을음이 생기는데 밀랍초는 그런 게 없다”며 “연소 시간도 파라핀초의 2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형초(티라이트) 기준으로 직접 재보니 2시간15분 정도로 측정됐다”며 “연소할 때도 천연 항균물질과 꿀향이 함께 나온다”고 덧붙였다.
재활용이 된다는 점도 밀랍초만의 장점이다. 김 대표는 “파라핀초는 다 타면 끝이지만 밀랍초는 촛농을 모아서 심지만 꽂으면 다시 초로 만들 수 있다”며 “완전히 소모되지 않는 이상 계속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환경에 관심이 높아지며 일반인이 직접 밀랍으로 일상용품을 만드는 경향이 늘고 있다. 특히 밀랍 체험 수업은 미취학 아동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을 아우른다. 성인들은 밀랍초뿐만 아니라 기존 비닐랩(wrap)을 대체하는 밀랍랩 만들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관심이 높다. 김 대표는 “파라핀초가 연소할 때 나오는 물질이 반려동물에게 좋지 않다고 알려지면서 밀랍초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양봉농가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가업을 승계받거나 양봉에 나서는 젊은 양봉인이 늘어나며, 젊은 기술자나 장인들과 함께 여러 시도를 하는 모습도 늘어나고 있다. 김 대표는 “캐나다에서 공부한 젊은 기술자와 함께 빵에 바르는 크림 등 새로운 상품을 준비 중”이라며 “기존과 달리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논의하며 꿀과 양봉 부산물로 새 제품을 만드는 일이 업계에 관심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랍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자연이 준 안전한 성분을 꼽는다. 빈도림 대표는 “몸에 나쁜 성분이 없다는 것, 그 자체가 밀랍초의 중요한 점”이라고 짚었다. 김 대표는 “벌들을 키우다보면 밀랍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는데, 사용할 때마다 벌과 자연이 건넨 귀중한 선물이라는 점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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