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쏜 ‘오렌지색 빛’ 네 줄기…별로 가는 길 닦는다

곽노필 기자 2026. 5. 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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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은 밤하늘을 뚫고 우주로 뻗어가는 오렌지색 빛줄기가 눈길을 잡아끄는 이 사진은 SF영화에서 봤을 법한 우주전쟁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빛줄기의 실체는 고도 2600m가 넘는 칠레 아타카마사막에 있는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거대 망원경 간섭계(VLTI)에서 쏘아올린 네 줄기의 레이저 광선이다.

초거대 망원경 간섭계(VLTI)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저를 이용한 '적응 제어 광학'(Adaptive Optics) 기술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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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해발 2600m 망원경에 설치된 레이저 시스템
90km 상공에 인공별 만들어 빛의 굴절 보정
칠레 아타카마사막에 있는 유럽남방천문대의 초거대 망원경 간섭계(VLTI)에서 4개의 레이저 광선이 우주로 뻗어나가고 있다. 광선의 끝에 생성된 인공별을 이용해 별을 선명히 관측한다. 이는 대기 간섭에 의한 빛의 굴절을 보정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유럽남방천문대 제공

칠흑같은 밤하늘을 뚫고 우주로 뻗어가는 오렌지색 빛줄기가 눈길을 잡아끄는 이 사진은 SF영화에서 봤을 법한 우주전쟁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빛줄기의 실체는 고도 2600m가 넘는 칠레 아타카마사막에 있는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거대 망원경 간섭계(VLTI)에서 쏘아올린 네 줄기의 레이저 광선이다.

레이저가 향하는 곳은 16만광년 거리의 대마젤란은하에 있는 타란툴라성운(Tarantula Nebula)이다. 이곳은 우리 은하 인근에서 가장 활발하게 별이 탄생하는 ‘우주의 요람’ 중 하나다.

초거대 망원경 간섭계는 고정된 4대의 주망원경(8.2m)과 위치를 옮길 수 있는 4대의 보조망원경(1.8m)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을 조합해 최대 200m 거리에 달하는 거대 가상 거울 효과를 낸다.

유럽남방천문대가 최근 공개한 이 사진은 인류가 지상에서 우주를 관측하는 ‘눈’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성능 개선 작업을 마친 초거대 망원경 간섭계(VLTI)로 찍은 타란툴라성운 중심부에 있는 쌍성. 배경 이미지는 이전에 찍은 타란툴라성운의 전경이다. 유럽남방천문대 제공

인공별 움직임으로 별빛 왜곡 상쇄

지상에서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가 숨 쉬는 대기다. 별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공기 입자들에 의해 굴절되고 흔들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망원경이라도 이 ‘대기 간섭’을 피할 수 없다.

초거대 망원경 간섭계(VLTI)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저를 이용한 ‘적응 제어 광학’(Adaptive Optics) 기술을 사용한다. 적응 제어 광학 기술이란 레이저를 쏘아 약 90km 상공의 중간권에 있는 나트륨 원자를 자극하면 이 원자들이 마치 별처럼 빛을 내는데, 이를 ‘인공 가이드 별’로 삼아 대기 간섭으로 인한 빛의 왜곡을 상쇄하는 기술이다.

인공 별의 흔들림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대기가 빛을 얼마나 왜곡시키는지 파악한 뒤, 이를 반영해 망원경의 반사경을 안경 도수를 맞추듯 실시간으로 보정한다. 물결이 일렁이는 수영장 바닥의 타일이 찌그러져 보이는 현상을 컴퓨터와 정밀 거울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펴서’ 보여주는 것과 같다.

칠레 아타카마사막의 세로파라날산 정상에 있는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거대 망원경 간섭계(VLTI). 유럽남방천문대 제공

인류와 우주의 연결을 상징

유럽남방천문대는 지난해 11월 이 망원경에 ‘그래비티 플러스’(GRAVITY+)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성능 개선 작업을 벌였다. 그동안 주망원경 1대에만 적용했던 레이저 시스템을 주망원경 4대에 모두 적용하고, 대기 보정 센서와 거울 제어 시스템도 교체해 망원경의 시력을 높이고 관측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타란툴라성운은 새로운 시스템의 첫 번째 관측 대상 가운데 하나였다. 이 사진은 성능 개선 작업에 참여했던 천문학자 앤서니 버듀가 망원경 밖에서 망원경의 작동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4대의 주망원경에서 발사된 레이저, 지상 90km 상공에 생성된 인공 별, 16만광년 거리의 타란툴라성운이 모두 한 장의 사진에 담겨 인류와 우주의 심연이 연결돼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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