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추정’ 韓화물선 화재 진압…“자력 구동 불가능 상태”

중동 전쟁으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피격 추정 피해를 본 HMM 운용 중소형 벌크 화물선의 화재가 진압됐지만, 기관계통에 치명상을 입어 자력 구동이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5일 HMM 관계자는 “전날 (오후 8시 40분쯤) 폭발음과 함께 일어난 화재가 자정이 넘어서야 진압됐다. 이산화탄소(CO₂)를 방출해 진화작업을 벌였다”며 “인명피해는 없으며,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사 측은 폐쇄회로(CC)TV로 화재 진압이 완료된 것을 확인했고, 질식 위험을 낮추기 위한 환기 작업을 마친 뒤 이날(한국시간 5일) 오후쯤 선박의 기관실에 진입해 조사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현재 해당 선박에 파공(破孔·구멍이 뚫림)이나 침수 피해는 없지만, 기관계통 치명상으로 자력 구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보인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CO₂를 방출해 선박의 화재를 진압했다는 건 꽤 큰불이라는 의미”라며 “특히 기관실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화재진압 내용 등으로 미뤄봤을 때, 피해가 작지 않아 사실상 자력 구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도 이날 언론공지 통해 “선박의 정상 운항 가능 여부가 불확실해 인근 항구로 예인한 뒤 피해 상태 등을 확인하고 수리 예정”이라며 “정확한 사고원인은 선박 예인 후 피해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HMM 측은 예인선을 동원해 피해 선박을 인근 두바이항으로 옮길 계획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현재 예인선 수배 중으로 구체적인 예인 일정은 미정이다. 예인 작업에는 수일가량 걸릴 전망이다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전날 호르무즈 해역 내측 움알쿠와인항 항계 밖 수역에 정박 중이던 HMM 운용 중소형 벌크 화물선 ‘나무호’(파나마 국적)의 하단 기관실 좌현에서 폭발음에 이어 화재가 발생했다. 정부 측은 “한국 선박의 피격 여부를 영사국에서 현재 확인 중”이라며 “정박 중에 피격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공격”을 주장하고, 한국 정부 측은 “피격을 단정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번 피해가 드론 공격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HMM에 따르면 나무호는 중동지역에 화물을 하역한 뒤 사고를 당해 별도의 화물은 실려있지 않은 ‘공선’이었다고 한다. 통상 벌크 화물선을 활용해 중동지역에 발전기와 같은 플랜트(정유·발전·화학 등 산업시설) 기자재, 파이프 등 중량화물을 나른다. 벌크선은 ‘택시’처럼 정해진 노선 없이 운송이 필요한 거점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화물 없이 이동하기도 한다.
피해 선박에는 한국 국적 선원 6명과 외국 국적 선원 18명이 타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오만 등 5개국 해상 구조 기관에 상황을 공유했고, 비상시 구조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은 이날 성명을 통해 “두 달 넘게 긴장 속에서 항해를 이어온 선원들은 침착하게 대응했지만 언제 또다시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 불안을 견디고 있다”며 “정부는 선원의 안전 확보와 신속한 상황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사고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도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해수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에 있는 한국 선박은 26척이고, 이들 선박에 타고 있는 한국인 선원은 123명이다. 해수부는 이들 선박을 안전한 해역으로 이동 조치했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 앞바다에 있던 한국 선박들이 카타르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외국 국적 선박에 승선해 있는 한국인 선원(37명)까지 더하면 해협 내 발이 묶인 한국인은 총 160명이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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