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무기 성장사⑥] 전쟁 길어질수록 존재감 커진다…풍산의 탄약 사업
생산능력이 곧 전력…글로벌 탄약 경쟁 심화 속 풍산의 확장
![풍산의 군용 탄약. [사진=풍산]](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5/552795-r1dG8V7/20260505091008061qazy.png)
【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풍산이 전쟁 특수를 누리며 글로벌 방산 시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첨단무기가 현대 전장의 전력 핵심으로 부상했지만, 최근 중동 전쟁에서 보여주듯 전쟁의 본질이 여전히 '소모전(消耗戰)'으로 전개되며 병력·무기·물자 등 지속적인 자원 투입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탄약 재고가 승패를 가를 변수가 됐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탄약 사업을 영위하는 풍산의 존재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탄약 공급망은 전쟁 지속력을 결정짓는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전투기나 전차 같은 첨단 무기 역시 탄약 공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투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결국 장기전으로 갈수록 탄약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하느냐가 국가 전력으로 직결된다. 각국에서 탄약 생산 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도 이 같은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으로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은 탄약 재고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실제 전장에서 하루 수천 발 이상의 포탄이 사용되면서 기존 생산 체계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군도 중동 전쟁에서 탄약을 빠르게 소진해 재고 급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는 외신발 보도까지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단기간 내 대량 생산이 가능한 탄약 기업들의 전략적 가치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수준의 탄약 생산·비축 역량…'K-화력'의 심장
우리나라는 2025년 기준 세계 최대 수준의 155㎜ 포탄 생산 및 비축 능력을 갖춘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포탄(155㎜) 비축량은 300만발 이상으로 알려졌다. 연간 생산량과 비축 규모 모두 압도적인 수준으로, 고강도 전장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화력 지원이 가능한 군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방산 탄약 사업을 이끄는 풍산의 역할이 컸다. 풍산은 최근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설비를 대폭 확충, 기존 대비 생산 능력을 두 배 이상 확대하며 대량 생산 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안정적인 공급 능력과 대응 속도를 동시에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풍산의 5.56㎜ 소구경탄. [사진=풍산]](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5/552795-r1dG8V7/20260505091009389czjp.jpg)
상지대학교 최기일 군사학과 교수는 "풍산은 생산 능력과 품질 경쟁력, 대량 양산 역량 등을 고려했을 때 국내 방산업계에서도 상당한 저력과 전통을 갖춘 기업"이라며 "우리나라 방산 수출 1호 기록 역시 풍산의 5.56㎜ 소총탄 필리핀 수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경쟁력에 비해 아직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이 있어 '흙 속의 진주' 같은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독보적 가격 경쟁력
풍산은 단순한 탄약 제조업체를 넘어 구리를 기반으로 한 비철금속 소재 사업과 방산 탄약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원재료 조달 단계부터 소재 생산, 탄약 완제품 제조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생산 체계를 통해 전방위적인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구조는 외부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1973년 방산업 진출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생산설비 자동화, 국내 최초 종합생산관리(TPM)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생산 효율성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가격 경쟁력 역시 강화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반복되는 환경 속에서 소재와 완제품을 내부에서 통합 생산할 수 있는 풍산의 수직계열화 구조는 안정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핵심 기반으로 평가된다.
전북대학교 장원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풍산은 155㎜ 이하 탄약을 중심으로 생산하는 국내 대표 탄약 기업"이라며 "미국 스포츠탄 시장에도 진출해 있을 정도로 글로벌 시장 내 인지도 역시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풍산의 스포츠탄. [사진=풍산]](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5/552795-r1dG8V7/20260505091010691ybdd.png)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풍산 탄약사업 부문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주목하는 핵심 매물로 부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요 방산 기업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탄약 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재조명됐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진해 온 '빅딜'은 최종 단계에서 무산됐다. 장 교수는 "탄약 사업 자체의 매력도가 높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전략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며 "인수가 성사될 경우 기존 방산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역시 상당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풍산의 탄약 사업이 핵심 수익원으로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분리 매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경영권 승계 구조에 따른 변수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된다.
류진 회장의 장남 로이스 류(한국명 류성곤)가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은 방위사업법상 방산업체 경영권이 대한민국 국적자에게만 허용된다는 규정과 맞물리며 지배구조 측면의 잠재적 변수로 거론된다. 여기에 로이스 류가 방위산업 경영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가능성도 열려있다. 승계 구조 변화에 따라 탄약사업의 전략적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탄약 부족 현상…전략적 가치 재확인
방산 전문가들은 최근 전쟁 양상이 과거 예상과 달리 '고강도 장기 소모전'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밀타격 체계가 발전했음에도 결국 전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탄약 공급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포병 전력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포탄 생산 능력 자체가 군사력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
최 교수는 "드론이 전쟁 양상을 바꾼 것은 사실이지만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은 여전히 대구경 재래식 포탄"이라며 "현대전에서도 재래식 포탄과 탄약 생산 능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드론 의존 전투 비중이 높지만, 실제 인명 피해와 장비 손실의 상당수는 152㎜·155㎜ 포탄에 의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 역시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탄약과 미사일 생산 능력이 전쟁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탄약과 미사일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첨단 무기는 전장의 미래를 보여주지만, 탄약은 전쟁의 현실을 보여준다. AI와 무인체계 중심으로 전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결국 장기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지속적인 군수 지원과 안정적인 생산 능력이라는 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K-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풍산은 '보이지 않는 전쟁 지속 능력'을 책임지는 핵심축으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