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유가에도 '진격의 코스피'...믿을 건 여전히 반도체
AI 인프라 확산 속 업종별 순환매 장세 전개
증권가 "비중확대 유지…과열 땐 분할 접근"

코스피 지수가 7000선에 근접하며 역대급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고환율과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지만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인프라의 실적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어서다. 증권가는 시장의 중심이 여전히 반도체에 있다며 비중확대를 유지하고 단기 과열 구간에서 분할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9.88포인트(0.75%) 오른 6690.90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는 22.02포인트(0.33%) 내린 6619.00으로 출발해 장 초반 약세를 보였지만 오후 들어 상승 전환에 성공하며 결국 종가 기준 신고가를 다시 썼다.
코스피는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상향 기대가 시장 하단을 지지하고 있어서다. 코스피 시가총액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업황 개선과 가격 상승은 시장의 이익 체력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은 외부 변수보다 실적을 우선 반영하는 모습이다.
증권가는 코스피가 여전히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매력적인 구간에 머물러 있다고 보고 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글로벌 주요 증시와 비교해 낮은 수준인만큼 지수 상단이 추가로 열려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국내 증권사들도 목표 지수를 잇따라 높이고 있다. JP모건은 코스피 예상 상단을 8500포인트까지 제시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반도체와 산업재 전반의 펀더멘털 개선을 근거로 12개월 전망치를 기존 7000포인트에서 8000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기준 코스피의 이익 추정치 증액분 472조6000억원 가운데 426조9000억원을 차지했다. 두 회사의 순이익과 시가총액 비중은 각각 70.7%, 42.2%에 달한다.
특히 반도체에서 출발한 AI 수요는 전력기기와 ESS, 태양광, 조선, 광통신, 후공정 장비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반도체 업종을 비롯한 AI 인프라 전반을 하나의 투자 테마로 인식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까지 코스피는 반도체와 전력기기 중심의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반도체 업종 중심 강세장은 코스피의 레벨업을 이끌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조창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5000선까지 하락했던 지수가 지난달 7일 휴전 합의 이후 7% 급등했고, 3주 만에 전고점 돌파 후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라며 "이익이 가격을 끌어주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전고점 돌파는 추가 상승 여력을 가늠해볼 만한 국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핀릿리서치센터는 조선, 전력기기, 증권, 2차전지, 바이오 등으로 이익 상향 추세가 확산될 경우 지수의 상승동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 인프라와 ESS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초고압 송전 투자 확대가 맞물리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력기기 업종은 글로벌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고 2차전지 역시 ESS 중심의 수요 회복과 현금흐름 개선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조선과 기계 업종도 기존 수주 사이클에 더해 AI 인프라 투자와 연계된 수요가 부각되고 있다. 신흥국 인프라와 광산 투자 확대는 기계 업종의 외형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증권과 금융 업종은 거래대금 증가와 자금 유입이 실적 개선으로 직결되는 만큼 상승장에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 역시 개별 파이프라인과 이벤트 중심으로 선별적 수급이 유입되고 있어 순환매 흐름에 편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증시를 짓누르는 변수는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오픈AI의 신규 사용자와 매출이 목표치에 미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AI 데이터센터 투자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고, 반도체 업종의 차익 실현 압력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상 과정에서 장기적인 봉쇄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정학적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 UAE의 OPEC 탈퇴로 국제유가 하락 압력이 발생했지만 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을 넘나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유 공급 확대 기대감을 꺾었다는 얘기다.
이에 증권가는 코스피에 대한 비중확대 유지를 추천하면서도 단기 과열 구간에서는 분할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추격 매수보다는 주도주 조정 시 선별 매수와 실적 확인형 종목 선별이 더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김영진 핀릿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지수는 이미 높은 위치에 있지만 상승의 근거가 단순 기대감이 아니라 반도체 실적 상향, AI 투자 확산, 전력 인프라 수요, 코스닥 성장주 정책 기대라는 실체를 동반하고 있다"며 "전체 비중을 급격히 줄이기보다는 핵심 주도주를 유지하고 과열된 종목은 일부 이익 실현 후 눌림목에서 재진입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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