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 추가됐다’ 자랑한 촉법소년…부작용 우려에 촉법 연령 만 14세 현행유지로 가닥 [세상&]
교육계 “제도 악용해 처벌 회피…하향해야”
“처벌 강화만으로는 교화 어려워” 신중론도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이브더칠드런, 아동인권포럼 등 15개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9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5/ned/20260505084708130lslh.jpg)
[헤럴드경제=김도윤·전새날 기자] 촉법소년 연령 하향 여부를 둘러싸고 두 달간 진행된 공론화 과정이 결국 ‘현행 유지’로 결론이 기울었다. 교육 현장에서는 현행 제도가 범죄 억제에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과 함께 실효성 있는 대응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협의체’는 지난달 30일 전체 회의를 열고 최종 권고안을 의결했다. 권고안에는 현행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체는 연령 하향 시 낙인 효과와 재범 가능성 증가 등 부작용을 주요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소년사법 체계 보완과 피해자 보호 강화, 관계 부처의 제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번 논의는 정부 차원에서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를 거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국무회의에서 “압도적으로 다수의 국민들이 연령을 한 살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공론화를 거쳐 두 달 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을 주문했다.
이후 대통령 지시 열흘 뒤인 지난 3월 6일 출범한 협의체는 4번의 전체 회의, 12회의 분과회의, 2회의 자문회의를 열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함께 두 차례 공개 포럼도 열었다. 오송과 서울에선 지난달 18일과 19일 양일간 시민참여단 숙의 토론회를 가지며 의견을 공유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촉법소년 연령 조정 관련 자문위원 간담회를 열고 제도개선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5/ned/20260505084708505hbvf.jpg)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현행 유지로 가닥이 잡혔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다. 현행 기준이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과 함께 처벌 강화보다 예방과 제도 보완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촉법소년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이 촉법소년 제도를 처벌 회피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법을 악용해 지도에 나선 교사를 위협하거나 상급생이 하급생을 시켜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적지 않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A교사는 “중학교 1학년(만 13세) 학생이 모텔을 아지트 삼아 선배들의 지시에 따라 차량 절도와 금품 갈취를 반복했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관찰 처분에 그쳤다”며 “피해자가 수십명에 달했음에도 소년보호소 단기 수감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학생은 조사 과정에서도 이를 훈장처럼 여기며 ‘별 하나 추가됐다’는 식으로 SNS에 자랑했다”며 “촉법소년 제도가 반성의 기회가 아니라 범죄의 방패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호욱 서울 방학중학교 학교폭력책임교사는 “중학교 시기는 자율성과 책임이 강조되는 단계인데 처벌이 약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으면 오히려 비행을 더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며 “현행 기준은 문제 행동이 집중되는 시기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낙인 효과 우려에 대해서도 “학교폭력 조치 역시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만큼 이미 일정 부분 낙인 효과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경기 남부에서 3년째 중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B씨는 “교사에 대한 폭언이나 SNS를 통한 학생 간 금전 요구 등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지도할 때도 아동학대 신고 우려로 보다 적극적인 지도를 망설이게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학생들은 ‘어차피 촉법 아니냐’는 발언을 자연스럽게 한다”며 “장난처럼 보이지만 촉법소년 제도를 만 14세까지 처벌을 회피할 수 있는 장치로 인식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촉법소년 범죄가 갈수록 증가하며 연령 기준 하향을 위한 법 개정 요구 여론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남부지방법원의 소년범 재판 모습. [연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5/ned/20260505084708810efzm.jpg)
![청주소년원에서 소년원 학생들이 검정고시 수업을 듣고 있다. [법무부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5/ned/20260505084709048rygs.jpg)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비행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는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3년 차 교사 C씨는 “학교 안에서 청소년 비행을 제재하는 수단은 벌점을 부여해 생활교육위원회를 열고 학부모 면담이나 봉사활동을 시키는 정도”라며 “교화가 어려운 학생의 경우 이러한 조치로는 변화가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학생 자신도 촉법소년이라는 점을 알고 법이나 교칙을 무시하거나 교사와 경찰을 조롱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린 나이에 저지른 비행에 대해 반성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그것이 촉법소년과 같은 형태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처벌 강화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경기지역에서 27년째 근무 중인 초등학교 교사 D씨는 “연령을 낮춘다고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변화하는 범죄 유형에 맞는 예방 중심 제도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는 예방 교육에 집중하지만 문제 발생 시 강제할 수단이 제한적이고 법과 제도가 사회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연령 하향으로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권고안이 오는 5월 중순께 국무회의에 보고되면 향후 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열린 4차 전체 회의에서 “현장에서는 일관되게 이번 논의가 촉법소년 연령조정 논의에 그치지 않고 정책 개선 사항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줬다”며 “향후 제도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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