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에서 사라지는 멸종위기 어린 생명들

이지연 기자 2026. 5. 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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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은 '어린아이'를 소중히 여기기 위해 기념하는 날이다. 하지만 야생에서는 어린 개체들이 먼저 사라지는 사례가 있다. 태어나도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어른이 되지 못하거나, 태어날 기회조차 줄어드는 개체도 있다. 기후위기는 특히 성체보다 더 취약한 '어린 생명'부터 흔든다.

멸종위기종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겹쳐 나타난다. 이미 개체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다음 세대마저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끼가 사라지면 종의 미래도 사라진다.

어린이날을 맞아 야생에서 사라지고 있는 '어린이들'을 들여다본다. 각기 다른 위협에 놓인 5종을 통해 성장하지 못하는 생명의 현실을 짚어본다.

영원한 어린이, 아홀로틀
물속에 사는 아홀로틀. (사진 Envato)/뉴스펭귄

'우파루파'로 알려진 아홀로틀(Axolotl)은 평생 '어린이'의 모습으로 산다. 보통 양서류는 올챙이에서 성체로 변하지만, 아홀로틀은 아가미를 가진 유충 상태 그대로 자란다. 이를 유형성숙(neoteny)이라고 하는데, 성체가 돼도 어렸을 때 모습을 유지하게 된다.

이 종은 평생 물속에서 지낸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강한 재생 능력이다. 상처를 입어도 다시 자라난다. 팔다리는 물론 척수와 심장 일부, 뇌 조직까지 스스로 재생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아홀로틀 대부분은 실험실에서 사육·번식된 개체다. 야생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1998년에 비해 2014년 개체 밀도는 약 99% 줄었다. 도시화와 수질 오염, 외래종 유입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아홀로틀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위급(CR)으로 분류된다. 현재 야생에서는 멕시코 소치밀코 운하 일대에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미에게 플라스틱 먹이 받아 먹어 죽는 새, 북방왕알바트로스
북방왕알바트로스. (사진 뉴질랜드 보전부(Department of Conservation))/뉴스펭귄

북방왕알바트로스(Northern Royal Albatross)는 뉴질랜드 오타고 반도 끝 타이아로아 헤드(Taiaroa Head)에서 번식하는 대형 바닷새다. 일평생 대부분을 바다 위에서 보내다가 번식기가 되면 육지로 돌아온다. 한 번에 알 하나만 낳고, 새끼를 오랫동안 돌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는 바다에서 먹이를 삼킨 뒤 돌아와 이를 토해내 새끼에게 먹인다. 문제는 이 먹이에 플라스틱이 섞인다는 점이다.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삼킨 뒤 그대로 새끼에게 먹인다. 새끼는 이를 소화하지 못해 장폐색, 영양 결핍 등으로 폐사한다.

실제로 2024년 3월 타이아로아 헤드 번식지에서는 생후 10일 된 새끼가 플라스틱을 먹고 폐사한 사례가 있었다. 당국 조사에 따르면 새끼 토사물 대부분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으며, 병뚜껑과 주사기 같은 물건도 나왔다.

이 종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EN)로 분류된다.

어른에게 노래 배우는 새, 아키키키
하와이 카우아이섬에 사는 하와이꿀새 아키키키. (사진 U.S. Fish & Wildlife Service, Jim Denny)/뉴스펭귄

아키키키(ʻAkikiki, Kauaʻi Creeper)는 하와이 카우아이섬에 사는 작은 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기준 위급(CR) 종이다. 기후위기로 모기가 고지대까지 퍼지면서 조류 말라리아가 확산됐고, 개체 수는 급격히 줄었다. 2024년 기준 야생에서는 사실상 기능적 절멸 상태로 평가된다.

이 새는 어릴 때 어른 새의 노래를 따라 하며 배운다. 새의 노래는 짝을 부르고 영역을 알리는 '언어'에 가깝다. 보통 여러 음절과 리듬을 섞어 다양한 패턴을 만든다.

문제는 노래를 가르칠 '멘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체 수가 줄어들면 듣고 따라 할 수 있는 노래 자체가 줄어든다. 그 결과 어린 새들이 배우는 노래도 점점 단순해진다. 짧고 반복적인 소리만 남게 되면서 짝을 찾는 데 불리해진다.

하와이 보전 당국은 일부 꿀새류를 대상으로 인공 번식과 함께 녹음된 노래를 틀어주는 방식으로 학습을 유도하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해빙 녹아 굶어 죽는 새끼들, 황제펭귄
황제펭귄. (사진 Envato)/뉴스펭귄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Emperor Penguin)은 해빙 위에서 번식한다. 5~6월 해빙 위에 알을 낳고, 부화한 새끼는 그 위에서 자란다. 새끼는 스스로 먹이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바다에서 먹이를 구해 돌아와야 한다.

그러나 새끼들은 일정 시기까지 바다에 들어갈 수 없다. 방수 깃털이 완전히 나기 전에 물에 들어가면 익사하거나 저체온으로 얼어 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새끼들은 해빙 위에 머물며 부모가 먹이를 가져오기를 기다린다.

기후위기로 해빙이 예년보다 일찍 깨지면서 새끼들이 충분히 자라기도 전에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 해빙이 무너지면서 새끼들은 바다에 빠져 죽거나, 부모가 돌아오지 못해 먹이를 받지 못한 채 굶어 죽는다.

지난해에는 거대 빙산이 황제펭귄 번식지와 바다 사이 길목을 막으면서 새끼가 집단 폐사하는 사례도 있었다. 먹이를 구하러 나간 어미가 14km 길이의 빙산에 길이 막혀 돌아오지 못하자 새끼들이 굶어 죽었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로스해 쿨먼섬에서 황제펭귄 새끼 수가 1년 만에 2만 2천 마리에서 6,700마리로 약 70% 줄었다고 밝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 4월 황제펭귄을 기존 준위협(NT)에서 멸종위기(EN)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 전 세계 성체 개체 수는 약 60만 마리로 추정된다.

아들만 태어나 새끼 못 태어나는 파충류, 투아타라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투아타라. (사진 Envato)/뉴스펭귄

투아타라(Tuatara)는 뉴질랜드 일부 섬에만 남아 있는 파충류다. 약 2억5천만 년 전 등장한 옛도마뱀목(Rhynchocephalia) 계통의 마지막 생존 종으로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뉴질랜드에서는 가장 큰 토종 파충류로, 몸길이는 약 60cm 이상 자란다. 머리 위에는 '제3의 눈'으로 불리는 두정안을 갖고 있다. 부화 직후에는 비교적 선명하지만 성장하면서 비늘에 덮여 잘 보이지 않는다. 이는 빛을 감지해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투아타라는 번식 속도가 매우 느린 종이다. 성적으로 성숙하는 데 10~20년이 걸리고, 암컷은 2~5년에 한 번 알을 낳는다.

특히 이 종은 알의 부화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 온도가 높을수록 수컷 비율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기후위기로 둥지 온도가 상승하면서 일부 개체군에서는 수컷만 더 많이 태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번식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투아타라는 뉴질랜드 정부가 외래 포식자를 제거한 섬과 보호구역에서 관리되고 있으며, 전체 개체 수는 수만 마리 수준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