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우버컵 '우승'…박주봉 "전략·훈련 혁신 통했다"
박감독, 팀 분위기와 전략의 중요성 강조
선수들 조화로운 협력 통해 역사적 승리
대표팀 운영 방식 변화로 미래 성장 기대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중국을 3-1로 꺾고 우버컵 정상에 오른 이번 우승은 단순한 결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일본에서 '가미사마(神)'로 불렸던 박주봉 감독이 한국에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팀을 완성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박주봉 감독은 일본 대표팀을 이끌며 2014년 토마스컵 첫 우승, 2018년 우버컵 37년 만의 정상 복귀를 이끌었다. 일본 배드민턴을 세계 최강 반열로 올려놓은 중심에는 '시스템'이 있었다. 2026년, 같은 시스템이 한국에서도 작동했다.
이번 결승에서 안세영이 완벽한 경기력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김가은이 천위페이를 잡으며 이변을 연출했다. 김혜정-백하나 조합도 작전이 성공했다. 박주봉 감독은 세영이의 경기력, 가은이의 승리, 김혜정-백하나 조합의 성공을 구체적으로 평가했다.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는 건 확실하다. 박주봉 감독의 전략도 큰 몫을 했다"며 이번 우승의 의미를 간결하게 설명했다. 에이스, 이변, 조합이 결승의 본질이었다.
박주봉 감독은 대표팀 운영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코치진을 7명에서 9명으로 늘렸고, 궁극적으로 10명 체제를 목표로 한다. 남녀 단식, 복식, 혼합복식 등 5개 종목마다 2명의 코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혼합복식 경쟁력 회복을 위한 선발 구조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합숙 시스템도 변화했다. 진천선수촌 중심의 장기 합숙에서 소속팀 중심 훈련으로 전환하고, 대표팀 합숙은 주요 대회를 앞두고 10일 내외로 줄였다. 자율성을 주되 책임을 묻는 구조다. 이 변화는 대표팀 예산의 흐름까지 바꿀 수 있다. 줄어든 비용을 주니어 육성이나 코치 지원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봉 감독은 독단적인 지도자가 아니다. 코치진과 상의를 전제로 하며, "결국은 선수들이 얼마나 평소 몸을 만들고 기량을 끌어올렸느냐가 단체훈련의 강도와 기간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선수 박주봉은 이미 전설이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4개, 국제대회 72회 우승 기록은 기네스북에 올랐다. 코트에서 흐름을 읽던 그는 이제 팀의 흐름을 설계하는 지도자가 됐다.
대표팀 환경도 함께 살핀다. 선수들은 개인 후원 계약으로 경제적 보상을 받고 있지만, 코치진 처우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 박 감독이 후원사에 코치 지원을 요청하는 이유다.
이번 우승은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전망에도 직접적인 신호다. 안세영이 1단식에서 확실한 승점을 책임지고, 김가은이 2단식에서 누구와도 겨룰 수 있음을 확인했다. 복식 자원도 충분하다. 관건은 체력과 조합이다. 단체전과 개인전을 병행하는 일정에서 에이스 부담을 나누고, 최적 조합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박주봉은 선수로 전설이었고, 일본에서 명장이었으며, 이제 한국에서 시스템 설계자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우버컵은 그 과정의 결과이자 시작이다. 한국 배드민턴이 다시 숲을 갖추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