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래도 대구는 보수”…접전지 대구에 ‘공소취소발’ 샤이보수 결집 움직임

“김부겸이가 민주당 사람 중에는 제일로 낫지. 점잖고 총명한 건 인정한다 말입니다. 근데 대구는 진짜 보수지예. 김부겸이 사람은 좋지만 민주당이 독식하게 놔둘 수가 없다 아입니까.”
대구 북구 주민 최하영씨(65)는 “대구는 보수의 마지막 성지”라며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 후보로 공천되며 6·3 지방선거에서 대구가 이례적으로 접전지로 전망됐지만 위기감을 느낀 보수 세력이 결집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지난달 23일 국민의힘이 2020년 당명을 변경한 이래 최저치 지지율 15%를 기록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가 나온 지 열흘여 만이다.
여당이 추진 중인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법’도 보수 결집의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부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시민들은 “대구에선 안심해선 안 된다”며 막판 보수세 결집을 우려했다. 지난 3일 대구 중구 반월당, 북구 칠성시장과 유통단지, 경북대 대구캠퍼스,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시민들을 만나 표심을 물었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 다수는 추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하거나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역 발전이나 내란 세력 심판을 위해 김부겸 후보를 찍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시민들은 대구시장 선거가 2파전 구도로 확정되면서 보수 세력 결집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택시기사 최모씨(71)는 “지금은 여론이 김부겸이지만, 추경호로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고 나서부턴 국민의힘에 힘이 쏠리지 않겠나”며 “지난주부터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김 후보를 뽑겠다고 말한 대구 달성구 주민 김모씨(69)는 “추경호가 나와서 (국민의힘 후보가) 하나로 합쳐졌으니 불안하다”며 “요즘에는 민주당 지지율이 높긴 하지만 대구 사람들은 워낙 완고해서 막판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30일 조작기소 특검법을 발의하며 포함한 공소취소 권한은 ‘샤이보수’ 결집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서시장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홍도씨(62)는 “국민의힘이 더욱 결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공소취소 권한을 보면 이재명이가 자기가 불리한 쪽 상대로 살벌하게 정치하는 게 보인다”며 “의원 수가 민주당이 앞서니 유리한 법안은 다 통과시키지 않나”고 말했다. 최씨는 “민주당 당원이나 의원이 공소취소를 발의하는 건 그렇다 쳐도, 대통령이 반대하지 않고 가만히 모른 체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유통단지 전자 상가에서 일하는 조모씨(41)는 “김부겸은 절대 안 뽑겠다”며 “총리 한다고 대구를 버리고 가놓고선 다시 와서 시장을 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조씨는 공소취소 권한에 대해 “(여당이) 권력을 잡아 없는 법까지 만들어 자기들의 죄를 피해가려고 한다”며 “민주당이 국민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은 “마음을 못 정했다”면서도 “그래도 대구는 보수”라며 말끝을 흐렸다. 동서시장에서 30년째 국밥집을 하는 이모씨(63)는 “이 사람 찍자니 별로고 저 사람 찍자니 별로”라면서 “가게 손님들도 ‘이제는 추경호가 아니라 그 누가 와도 김부겸을 찍어야 한다’고 말하더라. 대구 사람들도 이제 추경호를 그렇게 안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는 ‘누구를 뽑겠냐’는 질문에는 “이러다 대구가 보수 성지라는 말이 없어질 것 같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50대 택시기사 노모씨는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불리하긴 할 것”이라면서도 “누구 뽑을진 아직 모르겠다. 민주당이 거대 여당인 배경을 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12·3 내란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국민의힘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북구에서 24년째 가구점을 운영하는 박종일씨(61)는 이번 선거에서 생애 처음으로 민주당에 표를 주겠다고 했다. 박씨는 “장동혁 대표가 윤어게인과 이별하지 않는 걸 보면 정말 안타깝다. 윤석열은 우리가 잘못 뽑은 대통령으로 기억에 남을 텐데 정리를 해야 하지 않겠나”며 “보수는 보수다운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국민의힘은 너무 엉망진창”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선 지역 경제가 발전할 것이란 기대감이 엿보였다. 박씨는 “김부겸이 총리도 했으니 행정을 잘할 것이다. 대구도 이제 바꿔봐야 한다”며 “대통령 지지율도 지금 높으니 대구를 발전시키는 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를 믿긴 어렵다는 주장도 있었다. 대구MBC 의뢰로 에이스리서치가 지난 2~3일간 조사한 결과 김 후보에게 투표하겠단 응답은 45.9%, 추 후보는 42.4%로 두 후보 간 격차가 3.5%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 후보를 뽑겠다고 말한 북구 주민 마종득씨(67)는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은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민주당 지지자들이 조사 참여를 적극적으로 해서 김부겸 지지율이 높다고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두류공원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씨(42)는 “추경호를 찍겠다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작게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김부겸을 찍을 것”이라면서도 “이번에 대구가 완전 새로운 분위기라고까진 모르겠다. 대구는 대구”라고 말했다.
경북대에서 만난 학부생 4명은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20대 초반 김씨는 “누가 당선되든 똑같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지난 대선에도 투표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A씨는 “추경호가 민주당에서 나온 후보냐”며 “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북대 북문에는 ‘대구 경제 꼭 살리고 싶다’고 적힌 민주당 현수막만 걸려있었다.

NBS 결과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0~22일 만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조사했다. 대구MBC 의뢰로 에이스리서치가 진행한 조사는 지난 2~3일간 대구 거주 만18세 이상 1004명 대상으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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