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법규 ‘칼준수’… 차량 끼어들자 후다닥 감속 방어운전

유지혜 2026. 5. 5. 06: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WM 자율주행택시 타보니
차선 부드럽게 바꾸고 속도 가감
디스플레이엔 장애물 등 나타나
운행건수 9000여건 무사고 기록
어린이보호구역 ‘수동 전환’ 안내
해외와 경쟁 위해 규제 완화 필요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강남구청 앞 도로. 자율주행 로보택시 코란도 EV(전기차) 차 안에서 안내음이 나오자 운전석에 앉은 안전 요원이 핸들에서 손을 뗐다. 로보택시는 자연스럽게 차선을 바꾸고, 속도를 내거나 줄이며 운행을 시작했다. 탑승자 입장에서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특별한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이날 강남구청에서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왕복하며 9.3㎞, 약 30분 동안 로보택시를 타면서 불안한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에서 SWM이 운영하는 로보택시가 자율주행을 하고 있는 모습. 운전석에 앉은 안전 요원의 손이 무릎 위에 놓여 있다. 유지혜 기자
이 로보택시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SWM이 운영하는 강남 심야 자율주행 택시다. 2024년 9월부터 운행을 시작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다 지난달 6일부터 유료로 전환됐다.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20.4㎢ 지역에서만 탈 수 있다. 요금은 이동 거리와 상관없이 시간대별로만 차등 적용된다. 오전 4∼5시는 4800원, 오후 10∼11시와 오전 2∼4시는 5800원, 오후 11시∼오전 2시는 6700원이다.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일반 택시를 호출하듯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면 ‘서울자율차’로 표시된다. 운행이 시작되는 오후 10시에 맞춰 앱을 켜니 차량이 떴지만, 잠시 뒤 바로 사라졌다. 취재용 차량이 아니었다면 아예 시승을 하지 못할 뻔했다. 이용해보니 일반 택시 대비 저렴한 가격이 인기를 끌 만했다. 실제 강남구청에서 타워팰리스까지 편도 기준 로보택시는 5800원이었지만, 일반 택시 예상 요금은 1만400원이었다. SWM 관계자는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아 보통 10초 안에 사라진다”고 말했다.

뒷좌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조수석 뒤쪽에 탑재된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화면에는 현재 주행 중인 차선 표시와 함께 주변 차량, 보행자, 장애물 등이 나타난다. 외부에 부착된 라이다(LiDAR)와 카메라, 센서 등을 통해 주변 상황을 감지한 결과물이다. 안전 요원용인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화면에는 신호, 속도, 핸들·브레이크·엑셀과 카메라·GPS·라이다 등 동작 중인 장치의 상황이 자세히 나온다.
로보택시 외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운행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중앙역 근처를 달리던 중 화면에 ‘라이다 점검이 필요합니다’라는 문구가 뜬 것. 결국 안전 요원이 직접 운전을 하며 시스템을 재부팅한 뒤에야 다시 자율주행이 가능했다. SWM 관계자는 “강남에 유리로 된 고층 건물이 많아 난반사가 일어나며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지만 흔하진 않다”며 “이런 ‘엣지 케이스’(예외 상황)들을 수집해 학습 중”이라고 설명했다.

SWM의 로보택시 운행 건수는 9000건을 넘었지만 ‘무사고’다. 그만큼 철저하게 방어운전을 한다. 타워팰리스 앞에서 잠시 정차했다 출발할 때는 비상등을 켠 앞차를 감지하고 움직이지 않아 안전 요원이 개입해 차량을 피해갔다. 제한속도나 교통법규도 ‘칼같이’ 지킨다. 옆 차선 택시가 급격하게 차선을 바꾸며 끼어들자 급격히 속도를 줄이는 일도 있었다. 로보택시는 뒷좌석도 안전벨트 착용이 필수인데, 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얼굴을 조수석 뒤에 부딪혔겠다 싶을 정도였다.

자율주행이 한정적으로 허용되는 현행법 체계상 아쉬운 점도 있었다. 어린이보호구역에 들어서자 “수동 주행으로 전환한다”는 안내음이 나왔다. 어린이보호구역을 비롯해 노약자보호구역, 공사구간 등에서 사람이 직접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의 로보택시를 탔을 때와 확연히 다른 지점이기도 했다. 당시에도 시범 운행으로 운전석에 안전 요원이 탑승했지만 내내 손이 무릎 위에 놓여 있었던 것과 달리 아직 국내에선 사람의 개입이 더 많이 필요했다. 이미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가 상용화된 해외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등 해결할 문제가 많아 보였다.

현재 강남 자율주행택시는 SWM 5대와 3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카카오모빌리티 2대를 합쳐 7대가 달리고 있다. SWM와 협력 중인 KGM은 기존 코란도 EV 모델 외에 새롭게 토레스 EVX를 추가 공급하고, 로보택시 생산도 올 연말까지 20대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