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셰프 요리 5000원” 통했다… 태안 원예치유박람회 ’북적’
꽃 보고 입도 ‘힐링’…음식 맛보려 수백명 대기줄
개막 9일만에 관람객 52만명 돌파 흥행 ‘청신호’

“5000원? 5만원이라도 사 먹지”.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3일 오후, 충남 태안군 꽃지해안공원. 중앙광장 푸드트럭 앞에서 한 커플의 대화에 주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검은 모자와 마스크, 조리복을 갖춰 입은 정지선 셰프가 분주히 팬을 움직이자, 관람객들은 하나둘 발걸음을 멈추고 줄을 서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원예치유’를 내건 박람회가 이번엔 ‘맛’으로까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정 셰프는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정지선 셰프 뜨자 긴 줄…“비 와도 먹는다”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조직위원회는 이날부터 ‘스타셰프와 함께하는 맛있는 원예치유’ 행사를 시작했다. 박람회 기간 매주 일요일마다 유명 셰프들이 원예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첫 주자로 나선 정지선 셰프를 시작으로, 오세득·임희원·김성운 셰프가 차례로 태안을 찾는다. 이들은 각각 ‘카이저슈마렌’, ‘술빵 티라미수’, ‘루꼴라 김밥’을 선보인다.
행사 시작은 오후 2시였지만, 인기 셰프의 음식을 맛보려는 관람객들은 1시간 전부터 몰려들었다. 준비가 채 끝나지 않았다는 안내에 한 차례 해산됐다가, “지금부터 시작하겠다”는 마이크 방송이 나오자마자 수백 명이 일제히 줄을 섰다. 대기 줄에서는 “이런 기회가 어디 있나” “비 오는데도 올 만하다”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인파가 몰리면서 통제에 대한 불만도 일부 나왔다. 푸드트럭 앞 차단봉 근처에 서 있던 관람객들에게 뒤로 물러나 달라는 안내가 반복되자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행사 관계자는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 셰프가 선보인 메뉴는 ‘라벤더 로우 창펀’. 낮 12시와 오후 2시 두 차례에 걸쳐 총 300인분이 준비됐고, 가격은 5000원이었다. 행사장 내 다른 음식 가격이 1만원 안팎인 점과 유명 셰프가 직접 조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음식은 모두 다회용기에 담겨 제공됐고, 식사 후 반납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꽃·바다·향기까지…오감 만족 ‘힐링 공간’
‘맛’으로 분위기를 달군 관람객들은 곧바로 꽃길로 향했다. 야외 전시장에는 80여 종, 100만 본이 넘는 꽃이 심어져 있다. 아이와 함께 방문한 30대 여성은 “대부분 평지라 걷기 편하고, 어디를 가도 꽃향기가 나는 느낌”이라고 했고, 단체 관광을 온 50대 여성은 “발길 닿는 곳마다 정원 같다”며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이 특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행사장 바로 앞이 꽃지해수욕장이라 관람객들은 바다와 전시장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었다.
궂은 날씨에 실내 전시관도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특별관 입구에는 수백 명이 줄을 섰고, 내부에 들어서자 바닥과 벽면 전체가 디스플레이로 변하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정원의 초대’, ‘황금 화원’, ‘빗방울 정원’ 등 6개 테마 공간마다 각기 다른 향기가 연출돼 오감을 자극했다. 하루 7000명 이상이 찾는 대표 인기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행사장 곳곳에서는 원예 치유 체험, 산업 전시, 어린이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다.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개막 이후 한 달간 총 182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막 9일 만에 관람객은 이미 52만 명을 넘어섰다.
조직위 관계자는 “원예치유라는 주제에 ‘맛’과 ‘체험’을 더하면서 관람객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며 “남은 기간 동안도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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