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을 따내야 진짜 1등 아파트” 현대 vs DL 사활 건 수주전쟁
향후 정비사업 선점에 영향
‘조합 수익 극대화’ 냐 ‘압구정 현대 브랜드’냐
서울 강남 재건축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압구정5구역의 시공사가 이달 말 선정된다. 압구정동 일대 6개 구역 중에서 유일하게 경쟁 입찰로,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압구정 현대’ 브랜드 대 조합원 수익 극대화를 내걸고 맞붙었다.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강남 재건축’ 한 건이 아니라 향후 대형 정비사업의 수주 공식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압구정5구역(한양1·2차)은 기존 1232가구가 최고 60층 이상의 약 1400가구로 바뀐다. 총 공사비는 약 1조5000억원대에 달한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혈투를 벌이고 있다.
‘아크로 압구정’을 단지명으로 제안한 DL이앤씨는 ‘조합원 수익 극대화’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4일 DL이앤씨에 따르면, 3.3㎡(1평)당 공사비를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보다 100만원 이상 낮춘 1139만원을 제안했다. 필수사업비 금리는 ‘가산금리 제로(0)’를 제안했다. 시공사가 사업비로 돈을 빌릴 때 붙는 이자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분담금으로 이어지는데, 조합원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통상 입주 시 내야 하는 분담금도 ‘입주 후 최대 7년’으로 늦췄고, 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은 150%를 제안했다. 보통 재건축 사업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조건으로 평가받는다. 조합원의 이주비와 사업비 이자를 줄이자는 취지로 공사기간으로 57개월을 제시한 점도 눈에 띈다. 50층 이상 초고층의 경우 공사기간이 최소 60개월을 넘어간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원래 이곳은 ‘압구정 한양’ 아파트인데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를 단지명으로 제안했다. 한국의 ‘원조 부촌’ 이미지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그러면서 압구정을 하나의 도시로 연결하는 ‘압구정 원시티’(One City) 구상을 제안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전체 6구역 중 2구역은 시공사로 선정됐고, 3구역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점을 활용, 2·3구역과 5구역을 오가는 입주민 교통 시스템을 지하에 구축하겠다고 했다. 입주민이 앱을 통해 차를 부르면 무인 DRT가 압구정역,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잠원한강공원 등 주요 거점에 내려준다. 로봇이 주차와 전기차 충전을 대신해 주는 스마트 주차 시스템, 무인소방로봇 등도 눈에 띈다.
두 회사의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마감 직후 DL이앤씨 측이 현대건설의 입찰서류를 ‘도촬용’ 펜카메라로 무단 촬영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현대건설이 DL이앤씨를 고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압구정 5구역의 경우 총 6구역 중 유일한 경쟁 입찰이고,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서 제시되지 않았던 파격 조건이 제안되다 보니 3구역, 4구역 등 다른 구역의 조합에서 ‘왜 우리에겐 이런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느냐’는 불만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이처럼 두 건설사가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는 까닭은 이번 시공사 선정 결과가 향후 서울 여의도, 목동, 성수 등 다른 대형 재건축 사업 수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하이엔드 브랜드 1등을 누가 선점하는지가 달려 있다. 최고급 주거지라는 상징성이 있는 압구정에 깃발을 꽂는지 여부에 따라 ‘1등 아파트 브랜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1등 입지는 압구정인데, 이곳을 수주해야 1등 아파트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압구정 5구역의 시공사는 5월30일 열리는 총회에서 조합원 투표로 결정된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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