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 일자리 뺏는다? 182개 직업 살펴봤더니…[나유정]

김용훈 2026. 5.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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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정보원 182개 직업 분석…일자리 62% 그대로
고령화·디지털 전환에 고용 판 재편…직무 격차 확대
CES 개막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로봇 아틀라스가 부품 이동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중견기업 마케팅팀에서 근무하는 5년 차 직장인 B씨는 최근 사내에 도입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다. 팀원 3명이 매달리던 데이터 분석과 보도자료 초안 작성을 AI가 단 몇 분 만에 처리했기 때문이다. B씨는 “업무는 편해졌지만, 다음 채용 때 우리 팀 자리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불안은 이미 현실이 됐다. 적어도 체감은 그렇다.

하지만 인공지능(AI) 확산과 산업구조 변화에도 향후 10년간 국내 일자리는 대규모 감소보다 ‘구조 재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체 직업의 60% 이상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감소로 분류된 직업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직무 내용과 요구 역량은 크게 바뀌며 노동시장 내부의 ‘질 격차’는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5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2025~2035 정성적 일자리 전망 사업보고서’를 보면, 205개 직업 중 관리자 직종 23개를 제외한 182개 직업을 분석한 결과 ‘현 상태 유지’가 114개(62.6%)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다소 증가’ 47개(25.8%), ‘증가’ 9개(4.9%)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소 감소’는 12개(6.6%)에 그쳤고 ‘감소’로 분류된 직업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이는 AI 확산이 곧바로 대규모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다.

182개 직업 분석해보니 ‘감소 0개’, 고용은 재편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동규·김형래·이은수·윤미희 연구진은 일자리 변화가 ‘감소’가 아닌 ‘재편’의 성격을 띤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일자리의 생성과 소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직무 재구성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와 양상이 복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화의 핵심은 ‘직업’이 아니라 ‘직무’다.

생성형 AI와 디지털 기술은 단순·반복 업무를 빠르게 줄이는 동시에 기존 직업의 역할과 업무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일자리를 없애기보다 ‘하는 일’을 바꾸는 방식이다.

예컨대 사무직에서는 자료 정리나 보고서 초안 작성 같은 업무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의사결정과 기획, 문제 해결 능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콘텐츠 분야 역시 제작보다 기획과 창의 영역의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는 특정 직군에 그치지 않는다. IT 개발, 회계, 금융 등 전문직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향후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이 본격화될 경우 생산·현장직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AI는 사무직뿐 아니라 IT 개발, 디자인, 회계 등 전문직 영역까지 영향을 확대하고 있으며, 향후 로봇·자율주행 등 ‘피지컬 AI’로 확장될 경우 생산·현장직까지 변화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완전한 일자리 대체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연구진은 AI가 반복 업무를 줄이는 대신 문제 해결, 창의성, 대인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영역의 중요성을 높이는 ‘보완적 기술’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에 따라 동일 직업 내에서도 수행 업무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늘어나는 돌봄·데이터, 줄어드는 반복업무

그렇다면 어떤 일은 늘고, 어떤 일은 줄어들까.

증가 흐름은 비교적 뚜렷하다. 고령화와 디지털 전환이 핵심 축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의료·돌봄·생활지원 분야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간호·요양·재활·정신건강 관련 직무가 대표적이다.

디지털 전환 역시 중요한 변수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운영, 정보보안 등은 산업 전반에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콘텐츠 산업 성장과 관광 활성화 등도 일자리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반대로 감소 압력은 ‘반복성’이 높은 업무에 집중된다. AI와 자동화 확산으로 단순 사무보조, 일부 고객응대, 콜센터, 단순 서비스 직무 등은 축소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교육 관련 직무 일부도 수요 둔화가 예상된다.

결국 직업이 아니라 ‘업무 성격’이 미래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셈이다. 이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연구진은 향후 노동시장의 핵심 변수로 ‘일자리 수’보다 ‘일자리의 질’을 지목했다.

일자리가 줄어드느냐보다, 같은 직업 안에서 ‘누가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디지털 활용 능력과 문제 해결 역량에 따라 생산성과 임금 수준이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일자리는 유지되지만 ‘좋은 일자리’와 ‘그렇지 않은 일자리’ 간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AI는 일자리를 없애기보다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그 과정에서 격차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편, 고용정보원은 이번 분석을 시작으로 약 490개 직업 전체를 대상으로 일자리 전망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나유정]은 ‘나에게 유용한 정책 정보’를 쉽게 풀어 소개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이 제안된 배경과 변화의 의미를 짚고, 누가·언제·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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