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인상 사이클로 넘어갈 때”...피벗 본격화 [Pick코노미]
물가 압박 속 기조 변화 시그널
반도체 호황에 경기둔화 우려 ↓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당연직 멤버인 한은 부총재가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공개 석상에서 금리 인상을 거론한 것이다.
유 부총재는 3일(현지 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린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오르고 있어 인상 사이클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린 뒤 이후 1년 동안 동결하고 있다. 올 1월 금리인하 기조를 종결하겠다고 시사했지만 아직까지 금리 인상을 밝힌 적은 없었다. 하지만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성장률은 예상 외로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금리 인상 기조로 선회할 것을 밝힌 것이다.
유 부총재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 번 더 금리를 내린 뒤 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상황이 바뀌면서 고민이 커졌다”며 “올 4월 금리 동결 때와 비교해보면 성장은 2.0%보다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 같고 물가는 2.2%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향방은 이달 28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 역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 부총재는 “2월 점도표 대비 상단과 평균이 모두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한 번 인상을 넘어 두 번 인상까지 내다보는 기류 변화가 더욱 나타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연내 최대 2회 이상 인상 경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3일(현지 시간) 공개 석상에서 금리 인상 기조를 공식화한 것은 중동 전쟁 여파로 국내 물가가 본격 상승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 부총재는 당장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부의 여러 가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물가가 상당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전쟁에 따라 유가·환율이 동시에 뛰고 있어 통화 긴축으로 선제 대응할 필요가 커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해외 주요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있다. JP모건은 올 3월 1.7%에서 지난달 2.7%로 1%포인트 올렸고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도 기존 2.1%에서 2.9%로 물가 상승률을 0.8%포인트 끌어올렸다.

시장은 특히 유 부총재가 6일 4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를 앞두고 금리 인상을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3월 소비물가 상승률은 2.2%에 그쳤지만 4월은 유가 상승분이 본격 반영돼 2% 중후반대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소비자물가가 급등했다는 통계가 나오기 전에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 밖으로 양호할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란 전쟁 여파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도 나왔지만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추가경정예산 집행에 따른 내수 호조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우리나라 올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영국 리서치 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달 말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했다. 이는 한 달 전 내놓은 전망치(1.6%)보다 1.1%포인트 높다. JP모건체이스도 최근 3.0%를 제시하며 직전 전망치(2.2%)보다 0.8%포인트 상향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발표된 올 1분기 우리나라 성장률이 1.7%(잠정치)를 유지하면 남은 기간 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이 평균 0% 수준에 그치더라도 연간 성장률이 2.4~2.5%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는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면서 GDP 갭이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실물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언제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연내 몇 회 인상을 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유 부총재가 5월 금통위에서 인상 시그널을 보낼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고려해 7월에 인상에 나서고 연내 1회 추가로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조건이면 연내 2차례 인상까지 실시할 수 있다”며 “3분기, 4분기에 각각 한 차례 인상해 연내 최종 기준금리는 3%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자 4일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뛰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2%포인트 오른 연 3.615%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3.932%로 0.009%포인트 상승했다.
이날 장 초반 국고채 금리는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이란이 미국에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다는 소식 등에 힘입어 하락세로 출발했다. 그러나 장중 나온 유 부총재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금리는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김병훈 기자 co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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