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먹고 예배 가자” 뉴욕 성당 만석 사태…Z세대가 뒤집은 미국 교회 [박시진의 글로벌 픽]
그리니치빌리지 성 요셉 성당 ‘만석’ 진경
‘피자→예배’ 모임에 보스턴 등에서도 원정
Z세대 월 2회 예배…역대 최대 수치 집계
청년 남성 42% “종교 매우 중요”…여성 상회
신자 대상 데이팅앱까지…“예배 끝난 뒤 만남”
불확실성 높아지자 종교에 의존…유대감 갈망

일요일 오후 6시, 뉴욕 그리니치빌리지 성 요셉 성당. 20대 청년들이 발코니 계단에 쪼그려 앉았습니다. 예배석은 이미 만석입니다. 늦게 온 이들은 접이식 플라스틱 의자에 앉거나 현관에서 서서 벽에 기댄 채 90분간 미사를 드렸습니다. 매진된 공연장을 연상시키는 풍경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한 뉴욕 젠지(Gen-Z) 세대의 새로운 ‘핫플레이스’ 모습입니다. 수년간 텅 빈 예배석을 걱정하던 미국 교회의 풍경이 뒤집혔습니다.
변화의 중심에는 ‘피자 투 퓨스(Pizza to Pews·피자에서 예배석으로)’가 있습니다. 예배 한 시간 전 성당 인근 피자가게에 모여 함께 식사한 뒤 교회로 향하는 모임입니다. 22세 앤서니 그로스와 케이트 드페트로가 만들었습니다. 그로스는 지난해 여름 위스콘신에서 뉴욕으로 이사 온 뒤 모임을 결성했습니다. 젊은 기독교인 모임을 만들어 새로운 놀이 문화를 만든 셈입니다. 그로스는 “혼자 교회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라며 모임의 설립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모임 결성 첫 주에는 1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모였고, 셋째 주에는 200명까지 늘었습니다. 뉴욕 인근 롱아일랜드에서 차를 몰고 오는 청년들도 있고, 보스턴에서 기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한 시간가량 함께 피자를 먹고 스몰톡을 즐긴 뒤 걸어서 교회로 향합니다. 그로스는 “술집에 가서 400달러를 쓰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숫자가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미국 신앙 동향 조사기관 바나그룹에 따르면 Z세대 기독교인의 교회 출석률이 밀레니얼·X세대·베이비부머 세대를 모두 앞질렀습니다. 지난해 Z세대 교인은 월 약 2회 예배에 참석해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월 1회 대비 2배로 늘었습니다.
특히 청년 남성의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갤럽의 지난달 조사에서 청년 남성 42%가 “종교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직전해(28%)보다 크게 올른 수치입니다. 처음으로 여성들의 응답률을 넘어섰습니다.
인근 성패트릭 옛 대성당도 청년 신자가 급증했습니다. 영양 컨설턴트 이사벨라 올랜도(23세)씨는 젊은 여성들을 모아 센트럴파크에서 기도를 하는 ‘홀리걸 워크’를 시작했습니다. 일명 ‘묵주 기도’를 하는 여성들의 모임 홀리걸 워크는 ‘핫걸 워크’ 트렌드를 가톨릭식으로 변형한 것입니다. 첫 행사에는 50명이 모였고, 두 번째 모임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150명 이상이 모였습니다. 올랜도는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나가던 사람들이 기도 소리를 듣고 함께 기도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필라델피아 외곽에서 자란 25세의 테일러 도노휴는 대학 4년 내내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뉴욕으로 이사한 뒤 친구들과 함께 타임스퀘어 근처에 있는 파운트 교회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그는 매주 일요일 멋지게 꾸민 뒤 오전 10시 친구들과 예배를 드리고, 이후 브런치를 즐기는 게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도노휴는 “나만의 건전한 일요일을 즐기는 영상을 50만 명의 틱톡 팔로워에게 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Z세대를 신앙으로 이끈 동력은 불확실성입니다. 팬데믹 이후 공동체 회복 욕구, 정치 폭력, 지정학적 긴장, 경제 불확실성이 겹쳤습니다. 불안한 청년들이 종교에 의존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유대감에 대한 갈망까지 더해져 Z세대들이 심리적인 위안을 찾기 위해 신앙 공동체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부활 흐름은 데이팅 시장까지 번졌습니다. 6개월 전 출시된 가톨릭 신자 데이팅앱 ‘새크리드스파크’는 뉴욕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예배 후 Z세대들은 성당 계단에서 연락처를 교환하거나 커피나 저녁 식사를 함께합니다. 한 신부는 “미사에 가는 이유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면서도 “예쁜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설렘이 크다는 이유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숫자가 구조적 변화를 보여줍니다. 개종자 수가 대도시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번 부활절 성 요셉 성당에서만 약 90명이 성찬식을 통해 가톨릭 신자로 정식 입교했습니다. 이는 작년의 두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올드 세인트 패트릭 성당에서도 70명이 입교해 1년 새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올해 성 요셉 성당의 개종반 수강생 수는 평소 대비 3~4배 급증했습니다. 보니페이스 엔도로프 신부는 “새로 오는 사람들 중에는 성경을 한 번도 펼쳐본 적 없고,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사 후 청년 토론 모임은 25명 소규모 모임에서 200명 규모로 커졌습니다. 교회들은 예배 시간을 추가하고, 개종반을 연 2회 개설하는 안을 검토 중입니다.
젊은 교인들은 자원 봉사에도 적극적입니다. 브로드웨이 조명 디자이너인 한 교인은 최근 교회의 조명을 전면 개편했습니다. 다른 청년들은 매주 금요일 밤마다 술집이나 클럽을 찾는 대신 노숙자 봉사에 나섭니다.
엔도로프 신부는 “사람들이 교회를 가득 채우는 이유가 단순히 외로움만은 아니다”라며 “그들은 직업이나 소비 이상의 것, 바로 삶의 방향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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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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