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나면 사준다"…피 튀기는 재건축, 파격 금리도 남발
기준선 없는 금융 경쟁 확산, 향후 리스크 불씨 우려
서울 강남 주요 단지 재건축 수주전에 마이너스 금리를 비롯한 이주비 LTV 100%, 다양한 사업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포기할 수 없는 한강변 최대어 압구정과 강남 알짜 반포까지, 수익성이 보장된 핵심 사업장을 중심으로 무조건 서너 곳을 수주해야 하는 건설사들이 조합원 표심을 자극할 파격 조건을 앞세우고 있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달 30일 시공사를 선정할 압구정5구역의 경우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5구역을 수주해 2·3·5구역을 묶은 압구정 현대타운으로 조성하려는 현대건설은 통합 개발 기대감이란 강점을 갖고 있다. 이에 맞서기 위해 DL이앤씨가 택한 전략은 단연 조합원들의 '금융비용 절감'이다.
공사비가 폭등하는 환경에서 조합의 예정가보다 3.3㎡당 약 100만원 낮춘 1139만원으로 공사비를 확정 제안했다. 필수사업비 금리는 신잔액 COFIX 기준 가산금리 0%로 제시했고, 분단금은 입주 이후 최대 7년까지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공사기간은 57개월로 정했다.
이주비 제안도 핵심 중 하나다. 기본이주비에 더해 총 이주비를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의 150%까지 조달하고, 추가이주비 금리는 기본 이주비와 동일 적용하기로 했다. 또 아파트와 상가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 DL이앤씨가 조합에 유리한 조건으로 직접 인수한다.
DL이앤씨 측은 "확정공사비 제시로 공사비 상승 전가 우려를 덜고 상가와 일반분양 수익을 높여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압구정5구역(한양 1·2차)은 기존 1232가구를 최고 60층 이상, 1400여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1조5천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 19·25차 통합 재건축에선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마이너스 금리에 더해 이주비 전액 지원 카드까지 내세워 수주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조합원이 체감할 수 있는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방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뜨거운 감자였던 신반포 19·25차 '마이너스 금리' 제안은 관할구청인 서초구청이 조합 측 재량에 맡긴 것은 불붙은 금융조건 경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포스코이앤씨는 해당 사업비 금리를 양도성예금증서(CD)-1%로 제시했는데, 1.82%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현대건설 측은 아직 사업제안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정비업계에서는 금융비용에 민감한 서울 핵심 재건축 수주전에서 금리와 이주비·분담금을 고려한 파격 제안이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물산은 신반포 19·25차 조합에 이주비 전액 지원을 보장했다. 조합원이 규제 한도인 LTV 40%로 기본 이주비를 마련하면, 삼성물산이 추가이주비를 더해 LTV 100%까지 맞춘다는 것이다. 분담금의 경우 중도금 대출을 활용할 필요 없이 입주 시점에 분담금 원금만 100% 납부하도록 설계했다.
재건축 수주전에 불이 붙으면서 잇단 파격 카드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건설사들이 공격적인 수주 제안으로 발생한 수익감소를 만회하려고 하면 결국 공사비 증액, 설계 변경 등 조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마이너스 금리 제안이 향후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행 법상 건설사가 무이자 또는 은행 최저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금융 이자 상당액을 보전하는 행위가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신반포 19·25차 사례도 마이너스 금리 제안 관련 대법원의 판례가 없어 조합 판단에 맡기는 걸로 결론이 났다. 추후 관할 지자체가 제재 대상으로 판단하면 사업 차질로 인한 위험 부담도 조합이 감당할 몫이라는 얘기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3일이란 비교적 짧은 사전검토 기간이 주어졌고, 국토부 유권해석을 기다린다고 했을 때 조합 입장에서 지연으로 인한 손해 부분도 봐야 하는 제반 사정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강남권 외에도 시공사 선정에 발을 뗀 목동과 여의도, 성수 등 수익성이 보장된 유망한 단지에는 파격 조건을 앞세운 공격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간 제도적 장치에 머물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실제 부담금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조합원 표심을 읽을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고 말했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