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운명의 날...5월 9일 이후 서울 집값 어디로

한경머니외고 2026. 5.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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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5월 9일을 기점으로 시장이 다시 한번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최근 서울 집값이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전월세 공급 부족 등으로 불안해진 임대차시장도 집값의 복병으로 떠오른다.

[부동산 이슈] 

지난 3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방치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투기 근절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사진=한국경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5월 9일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 시장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 매물 증가로 조정받는 듯했던 집값은 서울 외곽 지역 수요가 크게 늘면서 다시 0.1%대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동성과 공급 부족에 따른 상승 압력과 다주택자 등을 겨냥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이다.

정부가 최근 양도세 중과 예외 조건을 추가로 완화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시장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유예 종료일이 지나면 보유세 등을 강화하려는 정부와 집을 팔지 않고 버티려는 다주택자 간 줄다리로 시장은 또 다른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잔금→계약→신청…잇단 기준 완화

정부는 지난 4월 9일 ‘다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는 당초 발표대로 ‘2026년 5월 9일’ 종료하되 해당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면 중과 적용에서 배제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앞서 지난 2월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히면서 당초 5월 9일까지 ‘잔금’을 치러야 하는 조건을 ‘계약하고 계약금이 지급된 게 확인됐을 경우’로 완화해 줬다. 이번에는 ‘계약’에서 ‘토지거래허가 신청’으로 다시 한번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지난해 ‘10·15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해당 지역에서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거래를 약정한 뒤 담당 자치구에 ‘허가 신청→허가 완료→정식 계약→실거래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신청 후 허가까지 법적으로 평일 기준 최장 15일(주말 포함 3주)이 걸린다. 각종 휴일까지 감안하면 4월 17일이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인식됐다. 심사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4월 말부터 매도를 포기하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다주택자가 나타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중과 배제 여부가 불확실해 신청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며 “(5월 9일까지) 신청분까지 인정하면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매도 여건도 개선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주택자가 중과 배제를 받기 위해서는 기존 조정대상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은 4개월 이내인 9월 9일까지, 지난해 10월 신규 지정된 조정대상지역은 6개월 이내인 11월 9일까지 양도를 완료(잔금 혹은 소유권 이전)해야 한다.

이번 개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6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검토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재정경제부와 국토부는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및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4월 중으로 공포·시행할 방침이다.

집값 밀어 올리는 중저가 아파트

시장에서는 이번 추가 완화 방침에 대해 4월 들어 서울 집값이 다시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3월 넷째 주 0.06%, 마지막 주 0.12%로 2주 연속 상승 폭을 키웠다. 앞서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유예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1월 말 이후 3월 셋째 주까지 7주 연속 상승 폭이 둔화하던 분위기가 다시 달라진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 세금 압박 등으로 5월이 가까워지면 서울 집값이 하락 전환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대출이 최대 6억 원까지 나오는 15억 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서울 외곽 집값이 오른 영향이 컸다. 서울과 경기도 12개 지역은 15억 원이 넘어가면 대출 총액이 4억 원, 25억 원을 넘어가면 6억 원으로 금액별 규제를 받는다.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우성5차’ 전용면적 79㎡는 지난 3월 5일 11억5000만 원에 신고가를 기록하며 전년 최고가(8억9000만 원) 대비 2억6000만 원(29.2%) 급등했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전용 84㎡(10억5000만 원→13억1000만 원),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 전용 71㎡(6억1000만 원→8억5000만 원) 등 직전 고점을 갈아치우는 중저가 단지가 잇따른다.

토지거래허가 심사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다주택자들이 3월 말부터 매물을 거둬들인 영향도 있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2월 초 5만6000여 건에서 지난 3월 21일 8만80건까지 늘어났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4월 2일 기준 다시 7만 건대(7만7772건)로 내려앉았다.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시간이 5월 9일까지 한 달 더 연장되긴 했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하향 안정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6498건으로 중과세 유예 기준 완화가 발표된 이후에도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2주 연속 상승 폭을 키웠던 집값은 소폭이나마 진정되는 분위기다. 4월 첫 주(4월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0.1% 올라 전주(0.12%)를 밑돌았다. 다만 강서구(0.25%), 성북구(0.23%), 구로구(0.23%), 서대문구(0.22%), 종로구(0.2%) 등 외곽 지역이 0.2%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서초구와 송파구는 하락 폭을 키웠지만 성동구와 강동구가 상승 전환하는 핵심 지역도 방향성이 엇갈린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단기간 급등한 중하위 지역은 가격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출회되는 매물 대비 거래 흐름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임차인들의 매수 움직임도 꾸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반전세 물량으로 나오는 임대가 많아지고 있다. 잠실 한 아파트단지 상가에서 시세를 보는 임대인. 사진=한국경제

반 토막 난 전세 시장도 복병

전월세 공급 부족 등으로 불안해진 임대차 시장도 서울 집값 안정에 복병이 될 수 있다. 지난 4월 13일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1만5129개로 1년 전(2만8333개) 대비 반 토막 수준(-46.7%)이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2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만6000개를 밑돌았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계속 줄어든 데다 주택 구매자의 실거주 의무, 다주택자에 대한 매도 압박으로 나와 있던 전세마저 사라지고 있어서다.

1년 새 성북구 전세 물건은 1217개에서 128개로 89.% 줄었다. 중랑(57개), 노원(193개), 금천(52개), 관악(116개), 강북(53개), 구로(142개) 등도 같은 기간 70~80% 감소했다. 3544가구 대단지인 관악구 ‘관악드림타운’은 최근 전용 60㎡ 전세가 하나 나왔다가 바로 사라졌다. 인근 ‘힐스테이트관악센트씨엘’(997가구), ‘봉천벽산블루밍1차’(2105가구) 등도 전세 물건이 3~4개뿐이다.

새 전세 물건은 구하기도 힘들지만, 가격도 고공행진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2월 첫째 주부터 한 주도 빠짐없이 오르고 있다. 2022년(-10.1%), 2023년(-6.9%) 하락한 뒤 반등해 2024년(5.2%)과 지난해(3.8%) 2년 연속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도 석 달 새 1.8% 올랐다. 서초(2.9%), 성북(2.9%), 노원(2.8%) 등 일부 지역은 2% 넘게 뛰었다.

전세가 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월세화에도 속도가 붙는다.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은 1만7475건 가운데 월세 계약은 8924건으로 48.9%를 차지했다. 전국 아파트 임대차 계약(7만5671건) 중 월세 비중은 47.1%였다. 새로 맺은 계약만 따지면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3월 서울 전월세 신규 계약(8660건)에서 월세는 4617건으로 53.3%를 기록했다. 새 아파트 입주가 감소하고 전세 물량이 줄자 어쩔 수 없이 월세를 택한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제 정책, 비거주 1주택 규제에 쏠린 눈

5월 이후 서울 집값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변수는 아직 세부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다. 시장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등 추가 보유세 인상 폭과 ‘비거주 1주택자’를 어느 정도로 규제할지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 12일에도 엑스(X·옛 트위터)에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신규 전세대출 보증 금지와 함께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을 불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첨부하면서 “세제, 금융, 규제 정상화를 통한 부동산 투기 제로 구현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반드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회의에서 1주택자 세 낀 매매를 위한 제도 개선을 주문한 것도 ‘규제를 앞두고 팔고 싶은 사람은 팔 수 있도록 해주는 차원’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주요 지역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20~30% 오른 가운데, 향후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얼마나 상향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유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정한 뒤 세율을 적용하는 구조다. 현실화율이 같아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오르면 세금이 늘어난다.

세액공제 축소 가능성도 있다. 현재 1세대1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에서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만 70세 이상이면서 15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는 최대 80%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세액공제가 적용되지 않은 경우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의 보유세가 1257만 원가량으로 전년(약 867만 원) 대비 45% 증가한다.

비거주 1주택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신규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고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을 허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세금 부담을 버틸 수 없는 집주인은 매도를 택할 수 있다”며 “향후 부동산 시장 방향은 보유세 강화 여부와 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1~2년은 1주택에 대한 정책 변화 등에 따라 수도권 주요 지역의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그 이후에는 다시 공급 부족과 그에 따른 전월세 상승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유정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