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흐름이 장기화되면서 '가성비 뷔페'가 다시 외식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부담이 커진 가운데, 합리적인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하려는 소비자 수요가 뷔페 브랜드의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급식업체 아워홈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 신규 뷔페 브랜드 '테이크(TAKE)'를 론칭하며 외식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글로벌 푸드 마켓'을 콘셉트로 세계 각국의 음식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성인 기준 평일 점심 2만3900원, 저녁 2만9900원 등으로 책정됐다. 일반적인 외식 단품 메뉴에 사이드와 음료를 추가할 때 발생하는 비용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직장인 밀집 지역인 종각을 첫 거점으로 낙점한 것은 평일 점심 수요와 도심 관광객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뷔페 시장에 새롭게 뛰어드는 기업은 아워홈만이 아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 역시 지난해 한식 뷔페 브랜드 '복주걱'을 선보였고, 지난달에는 경기도 광명에 2호점을 열며 확장에 나섰다. 코로나19 시기 단체 외식 수요 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뷔페 시장이 고물가를 계기로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자, 외식업계 전반에서 관련 브랜드 출점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기존 뷔페 강자인 애슐리퀸즈와 빕스도 시장 회복의 수혜를 보고 있다. 애슐리를 운영하는 이랜드이츠는 2022년 59개에 머물던 애슐리퀸즈 매장 수를 최근 120개까지 늘렸다. 코로나19 이전 100개가 넘던 매장 수를 회복한 데 이어, 연내 150개 매장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실적 성장세도 뚜렷하다. 이랜드이츠의 지난해 매출은 568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0억원으로 41% 늘었다. 애슐리퀸즈는 이랜드이츠 전체 매출의 약 70%를 담당하며 핵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 역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CJ푸드빌은 지난해 전년 대비 12% 증가한 매출 1조206억원을 기록하며 7년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했다. 외식 사업 매출도 전년 대비 12% 늘었고, 빕스 매장 수 역시 2022년 25개에서 지난해 35개로 확대됐다.
충성 고객층도 넓어지는 추세다. 빕스의 우수 고객 멤버십인 '빕스 매니아' 회원 수는 전년 대비 22% 증가했고, 빕스를 꾸준히 이용하는 '빕스 프렌즈' 회원 수도 33% 늘었다. 특히 지난달 진행한 통신사 반값 할인 행사가 방문객 증가로 이어지는 등 고물가 속 외식 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흥 브랜드의 약진도 뷔페 시장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샤브샤브와 뷔페 콘셉트를 결합한 '샤브올데이'는 2023년 첫 매장을 연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3년 매출 7억원에서 지난해 540억원으로 몸집을 키웠고, 영업이익도 2억원에서 137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역시 매출 2099억원,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한리필 훠궈 브랜드 '용가회전훠궈'도 최근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매장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강남 1호점을 연 이후 전국 9개 매장까지 확장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부산과 대전에도 신규 매장을 순차적으로 열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뷔페 시장의 부활이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과거 뷔페가 특별한 날 찾는 외식 공간으로 소비됐다면, 최근에는 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실속형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일상적인 외식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회식과 단체 외식 수요가 다시 살아나는 가운데, 고물가로 인해 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소비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며 "다양한 메뉴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뷔페형 외식이 당분간 외식시장의 주요 선택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