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난 양키스 인내심..데뷔 3년만 첫 강등, ‘지터의 후계자’ 볼피의 미래는?[슬로우볼]

안형준 2026. 5.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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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지터의 후계자'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마이너리거 신세로 전락한 볼피다.

뉴욕 양키스는 5월 4일(한국시간) 고심 끝에 중요한 로스터 결정을 내렸다. 마이너리그에서 재활경기를 소화하던 유격수 앤서니 볼피를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시켰다. 그리고 메이저리그로 콜업하는 대신 마이너리그 옵션을 사용해 트리플A 스크랜턴/윌크스-베리 레일라이더스로 강등시켰다.

양키스 주전 유격수 볼피의 사상 첫 마이너리그 강등이다. 지난 2023시즌 개막전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볼피는 3년간 빅리그 로스터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3년간 부동의 주전으로 로스터를 지켜온 볼피다. 2023년 빅리그 계약을 맺고 곧바로 데뷔한 볼피는 마이너리그 옵션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선수였다. 볼피는 데뷔 4년차에 첫 강등의 굴욕을 맛보게 됐다.

3년간 주전 라인업을 굳게 지킨 선수인 만큼 올해도 당연히 유격수 자리는 볼피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볼피는 오프시즌 왼쪽 어깨 수술을 받으며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그 사이 상황이 변했다. 볼피를 대신할 선수가 생긴 것이다.

양키스는 볼피가 빠진 동안 주전 유격수를 맡은 호세 카바예로에게 계속 그 자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카바예로는 지난시즌 도중 양키스가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영입한 유틸리티 플레이어. 지난해 양키스 이적 후 40경기에서 .266/.372/.456 3홈런 9타점 15도루를 기록했고 올시즌에는 33경기에서 .259/.306/.405 4홈런 12타점 13도루를 기록했다.

카바예로는 지난해 이적 후 성적은 좋았지만 올해 성적은 사실 뛰어난 편이 아니다. 주루와 수비는 좋지만 타격 생산성은 사실 리그 평균을 웃돈다고 보기 어려운 선수다. 우승을 노리는 팀인 양키스가 그런 카바예로의 성적에 '대만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카바예로의 활약이 너무 뛰어나 볼피를 밀어낸 것이 아니다. 이번 강등은 볼피에 대한 양키스의 현재 기대치가 카바예로보다도 낮다는 것으로 봐야한다.

양키스가 2019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30순위)에서 지명한 2001년생 볼피는 양키스가 공을 들인 선수였다. 뉴욕 태생인 볼피는 데릭 지터의 고향인 뉴저지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고향팀에 1라운드 지명을 받아 지터가 은퇴한 후 장기적인 주인이 없었던 양키스의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무려 20년간 양키스 중앙 내야를 지킨 지터처럼 양키스의 확실한 주전 유격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지터의 후계자'였다.

드래프트 1라운더였던 볼피는 마이너리그에서 4시즌 동안 287경기에 출전해 .263/.375/.499 51홈런 168타점 91도루를 기록했다. 정교함은 조금 부족했지만 빠른 발을 가진 중장거리 타자였고 유격수로서 운동 능력도 준수했다. 2022년에는 전체 8순위, 2023년에는 전체 5순위(MLB 파이프라인 기준) 유망주 평가를 받으며 양키스 최고 유망주로 자리매김했다.

데뷔시즌 159경기에서 .209/.283/.383 21홈런 60타점 24도루를 기록한 볼피는 삼진이 많고 타율이 낮았지만 신인으로서 20-20을 달성하며 가진 '툴'이 좋다는 것을 보였고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골드글러브도 수상했다. 신인왕 투표에서도 8위에 올랐다. 2년차 시즌에는 160경기에서 .243/.293/.364 12홈런 60타점 28도루를 기록했다. 홈런은 줄었지만 타율을 2할대 중반까지 끌어올렸고 큰 발전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2년차에도 큰 어려움까지는 겪지 않으며 여전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볼피는 발전은 커녕 오히려 퇴보하며 팀 내 입지가 줄어들었다. 153경기에서 .212/.272/.391 19홈런 72타점 18도루를 기록해 타격 생산성이 2024시즌보다 떨어졌다. 여기에 첫 2시즌 동안 안정적이었던 수비력도 뚝 떨어져 강점을 잃었다. 데뷔시즌 +1, 2024시즌 무려 +13을 기록했던 OAA(Outs Above Average)는 지난해 -6으로 곤두박질쳤다. 여전히 20개 전후의 홈런, 30개 전후의 2루타를 기록할 수 있는 장타력과 20개 정도의 도루를 기록할 수 있는 주루 능력은 있었지만 그 외의 것들이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올해 재활경기에서도 이런 흐름은 계속됐다. 볼피는 재활경기 13경기에서 .250/.306/.318 1홈런 6타점 2도루를 기록했다. 지난 3년의 정규시즌 성적과 별반 차이가 없는 수치. 재활경기는 사실 성적보다 건강과 실전감각 점검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지만 양키스 입장에서는 볼피가 또 다시 제자리 걸음을 하고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했다. 사실상 장타력을 제외하면 카바예로보다 나은 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볼피인 만큼 양키스도 굳이 지금의 라인업에 변화를 줄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마이너리그 강등을 당한 볼피는 일단 트리플A에서 매일 경기에 나서며 기량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원래 주루 외에는 빅리그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던 선수인 카바예로가 하락세를 타거나 볼피가 트리플A에서 빼어난 성적을 쓴다면 언제든 볼피가 빅리그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형세가 고착화된다면 볼피의 양키스 팀 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팀 최고 기대주인 유격수 유망주 조지 롬바드 주니어가 최근 더블A를 졸업하고 트리플A 콜업을 받았기 때문이다. 양키스가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한 2005년생 유격수 롬바드는 양키스 팀 내 1순위 유망주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크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올해 더블A 20경기에서 .312/.400/.571 4홈런 10타점 4도루를 기록하며 한 단계 발전했음을 알렸다.

비록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지만 볼피는 이제 막 25세가 된 젊은 선수다. 아직 성장의 여지가 많은 나이고 부족함을 채워 빅리그로 돌아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아쉬움이 길어진 만큼 양키스도 볼피에게 시간을 무한히 주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제자리 걸음에도 3년이나 주전 유격수 자리를 보장했던 양키스의 태도도 변했다. 볼피의 첫 강등은 양키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처음이자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볼피가 트리플A에서 절치부심해 '지터의 후계자' 면모를 되찾고 당당히 핀 스트라이프의 내야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앤서니 볼피)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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