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향한 경제적 지원, ‘선’ 필요해요”

손효정 기자 2026. 5.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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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다! 손주경제] 최순아·장도영 모녀 인터뷰
최순아·장도영 모녀

최순아 씨와 장도영 씨는 꼭 닮은 모녀다.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집에서 생활하며, 육아 역시 함께 나누고 있다. 이러한 일상은 오늘날 변화하고 있는 손주 돌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조부모가 육아의 보조자를 넘어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두 세대가 바라보는 ‘손주 지원’의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조부모와 부모의 시선을 통해 ‘손주 경제’의 실제 모습을 들여다봤다.

최순아 씨(61)는 슬하에 2녀 1남을 두고 있으며, 장도영 씨(33)는 그중 둘째 딸이다. 첫째 딸 가족이 독립한 자리에 장도영 씨 가족이 들어와 살고 있다. 어느덧 6년째다. 손주 홍가온 군은 초등학교 5학년, 열두 살로 한창 성장기다.

신생아실 수간호사 출신으로 현재 모유수유 전문가로 활동 중인 최 씨는 이러한 전문성을 손주 돌봄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는 손주를 ‘봄’에 비유한다. “저는 황혼육아를 ‘다시 봄’이라고 말해요. 삼 남매를 키울 때처럼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고, 인생에 또 한 번의 봄이 찾아온다는 의미죠.”

두 번째 봄, 손주 돌봄

손주가 유치원 시절부터 함께 산 터라 최 씨는 황혼육아의 고충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손이 많이 가는 시기는 지났다”며 “2년 전 은퇴한 남편과 함께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맞이하고, 간식을 챙겨주고, 여가 시간을 함께한다. 간단한 돌봄을 이어가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양육을 대신 떠맡는다기보다, 부모 세대의 빈틈을 자연스럽게 메워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가깝다.

이 같은 환경은 30대 워킹맘 장도영 씨에게 큰 힘이 된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모유수유 전문가로 일하고, 뷰티 관련 일과 사회복지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장 씨는 “부모님이 계셔서 마음이 편하고 든든하다”며 “아들을 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 스케줄을 유동적으로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사는 일상은 조부모와 손주 사이의 친밀도를 자연스럽게 높였다. 최 씨는 “우리 손주는 예의도 바르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한다. 세상 최고의 손자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장 씨 역시 “아들이 할아버지·할머니에게만 유독 다정하게 군다”며 “혼내지 않고 편한 존재라고 생각해 부모님을 더 따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안양 도심에 살았는데, 노후에는 공기 좋은 곳에서 지내고 싶어 용인 외곽으로 이사 왔어요. 단독주택인데, 딸네가 1층을 쓰고 저와 남편은 2층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손주가 도통 2층에서 내려갈 생각을 안 해요. 심지어 잠도 자기 방에서 안 자고 우리와 함께 잡니다. 저와 남편 사이에서 손을 잡고 자요. ‘스무 살까지 할아버지·할머니랑 같이 잘 거예요’ 이렇게 말하죠. 그리고 할아버지·할머니랑 같이 고추를 따 먹고 운동을 하는 등 자연 속에서 살아서 그런지 아이가 편식도 안 하고, 구김살도 없어요.”

최순아 씨와 손주 홍가온 군이 마당 텃밭에서 고추를 따는 모습.(최순아)

손주 경제에는 ‘선’이 필요하다

이렇게 같이 사는 가운데 경제적 지출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했다. 생필품·컴퓨터 등 큰 소비는 딸 가족이 담당한다고. 다만 별도로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리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최 씨는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용돈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위로는 부모를 부양하고, 아래로는 자녀와 손주를 돕는 낀 세대죠. 일정 수준의 자산을 축적한 일들이 많다 보니 손주를 도와줄 여유도 있고, 소비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 씨는 손주를 둘러싼 지출이 단순한 용돈이나 선물을 넘어 교육비 지원 등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유수유 전문가로 활동하며 만난 산모들에게 이러한 변화를 느낀다고 했다. “요즘은 아이를 전적으로 봐달라고 요구하거나, 당연히 경제적 지원을 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부모 세대가 많아 부담을 느끼는 조부모들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자녀와 손주가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 “내 노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만큼만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확대되고 있는 손주 경제 흐름에서 유의미한 기준으로 읽힌다.

실제로 최 씨는 손주를 위해 소비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라고 했다. 책이나 옷을 사주거나, 생일 용돈, 간단한 간식을 챙겨주는 정도다. 연간 지출은 100만 원 안팎으로,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1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했다. 정기적으로 큰돈을 쓰기보다는 필요한 순간에만 적정선에서 돕는 방식이다. 장도영 씨 역시 “부모님의 지원이 합리적이고, 부담이 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친정 부모와 비교하면 시부모는 좀 더 경제적 지원이 후한 편이다. 가끔 손주만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이른 바 부모 세대를 건너뛴 ‘스킨젭 여행’도 적극적이다.

아무래도 같이 거주하지 않다 보니 오랜만에 만난 손주의 요구를 잘 들어주게 되는 경향이 있다. 손주 역시 고가의 선물이 갖고 싶으면 조부모 찬스를 쓴다. 이와 관련해 장 씨는 실제로 있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재작년쯤 아이가 스마트폰 ‘아이폰’을 사달라고 하더라고요. 학교 친구들은 다 가지고 있다면서요. 당시 가격이 100만 원이 넘었는데, 저는 필요 없는 물건이고 사줄 수 없다고 단언했죠. 그런데 외할머니는 안 사줄 걸 아니까 바로 친할머니께 사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시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고, 제가 ‘이번에는 절대 안 된다’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최순아·장도영 모녀 가족의 일상. 조부모와 손주는 함께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최순아)

경제적 지원보다 값진 ‘정서적 지원’

여러 경험을 거치며 장도영 씨는 조부모의 소비 지원에도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부모가 손주에게 무언가를 사주기 전에 반드시 부모와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불필요한 소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순아 씨도 “우리 딸이어서가 아니라, 부모로서 경계를 분명히 세우는 편이다. 그래서 소비와 관련된 부분은 무조건 딸에게 의견을 묻고, 그에 맞춰 결정한다”고 공감했다. 소비를 둘러싼 갈등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은 결국 ‘부모와 조부모의 사전 조율’이라는 얘기다.

더불어 장도영 씨는 조부모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정서적 지지’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지원은 제한적이지만, 함께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가치와 태도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손주가 조부모에게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장 씨는 밝혔다.

“엄마가 재작년에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보셨는데, 그때 시험이 많이 어려웠는데도 붙으셨어요. 지금 나이에도 공부를 지속하시고,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 보니 아이가 할머니를 굉장히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빠는 손주의 롤 모델이에요. 운동을 좋아하셔서 자전거도 직접 가르쳐주셨는데, 요즘은 신나서 매일 타고 있어요. 한때는 자기 이름을 할아버지 이름으로 바꿔달라고 할 정도였죠.”

최순아 씨와 장도영 씨의 이야기는 손주 경제가 소비 그 자체를 넘어 관계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조부모가 손주를 위해 지갑을 여는 시대지만, 더 오래 남는 것은 돈이 아니라 함께 보낸 시간과 기억이다.

마지막으로 모녀는 서로 마주 보고 마음속 이야기를 전했다. 최순아 씨는 “현재를 살아가는 딸아, 일과 가정 모두 참 잘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씩씩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도영 씨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것은 부모님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고, 항상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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