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수출 슈퍼스타 기업, 누가 통제할까…성과급 논쟁 너머

요즘 한국 경제뉴스를 한 단어로 압축하면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삼전·하이닉스) 성과급’이다.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 속에서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치솟자 성과급 논쟁도 함께 끓어오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하며 파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이 논쟁은 “성과급을 얼마나 줄 것인가”라는 노사 갈등에만 머물지 않는다. 성과급을 두고 “억대 보상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내수 진작에 기여하게 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성과급을 아예 국민과 나눠야 한다”는 의견과, 이에 반대하는 재산권·시장질서 논쟁도 맞부딪치고 있다. 두 기업의 이익이 어느새 조세·복지·분배·정의를 둘러싼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의 재원이 삼전·하이닉스가 낸 법인세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경제학 연구에서는 이런 회사를 ‘수출거대기업(Export Superstar)’이라고 부른다. 30여개국의 비석유 수출을 보면 상위 1개 수출기업이 평균 14%, 상위 5개 기업이 30%를 차지한다. 특정 산업의 비교우위, 즉 ‘국가적 경쟁력’이 사실상 한두개 거대 기업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삼전·하이닉스는 이 정의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그 안에서 메모리 수출 대부분을 이 두 회사가 책임진다. 코스피 시가총액과 상장사 영업이익, 연구개발·설비투자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합치면, “한국 경제의 양대 기둥”이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수출은 평균적인 ‘많은 기업’이 아니라 극소수 거대기업이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그 결과 한 나라의 산업별 수출 구조와 비교우위, 거시 변동까지 소수 기업의 성과와 충격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삼전·하이닉스 실적이 곧 한국 경제 성장률”이라는 말은 이제 농담으로만 받으면 안 된다.

해외 수요가 커질수록 몇 가지 일이 동시에 벌어진다. 첫째, 이미 수출 비중이 큰 거대기업의 성장률은 더 뛰고, 작은 수출기업·내수기업·자영업은 상대적으로 밀린다. 기업 간 소득분배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2024~2025년 숫자만 봐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어떻게 소수 거대기업에 이익을 쓸어 모으는지 한눈에 드러난다. 2024년 SK하이닉스는 매출 66조원에 영업이익 23조원을 올렸고, 1년 뒤 2025년에는 매출 97조원·영업이익 47조원으로 영업이익률 49%라는, 제조업에서는 보기 힘든 수익성을 기록했다.
같은 해 삼성전자는 매출 333조원, 영업이익 43조원을 올렸다. 두 회사를 합치면 연간 영업이익만 90조원에 육박한다. 한국 상장사 250여 곳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 228조원 가운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몫을 삼전·하이닉스 두 회사가 쓸어 담는 구조가 된 셈이다. 이들 기업 반도체 부문의 수억대 성과급과, 수출기업·내수기업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한 화면에 겹쳐진다.
둘째, 기업 내 소득분배의 변화다. 노동분배율은 기업이 만들어낸 부가가치 가운데 임금으로 배분된 몫의 비율을 뜻한다. 수출 거대기업이 등장하면 이 노동분배율이 달라진다. 하이닉스 사례를 거칠게 계산해 보자. 부가가치비율을 두 해 모두 매출의 40%로 잡으면, 2023년에는 부가가치 13조원 가운데 인건비 8.2조원이 나가 노동소득분배율이 약 63% 수준이다. 2024년에는 부가가치가 26조원대로 두 배 이상 불어나는 사이 인건비는 12.2조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쳐, 노동소득분배율이 약 46%로 17%포인트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과 이익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새로 생긴 부가가치의 더 큰 몫은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 가져간 셈이다.
셋째, 거시경제 차원의 위험이다. 상위 몇개 수출거대기업의 개별 충격이 국가 경제 성장률까지 의미 있게 흔들 수 있다. 반도체 호황과 불황이 곧바로 성장률과 투자·고용·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에서 이 메커니즘은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업황이 좋은 해에는 성장률과 주가·임금이 동시에 튀고, 나쁜 해에는 반도체 한 품목이 미끄러지며 한국 경제 전체가 함께 흔들린다.
그럴수록 경제정책 당국은 “산업 다변화”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거대기업의 투자와 보상, 입지 결정을 뒤쫓기 바쁘다. 아마 현 정부의 지방균형발전 정책도 삼전·하이닉스의 도움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거대기업의 거시 영향력이 클수록, 정책과 언론, 교육까지 그 궤도에 종속되기 쉬워진다. 오죽하면 의대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SK하이닉스 성과급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넷째, 시장지배력 확대와 정치·사회에 대한 지렛대다. 매출이 소수 상위 기업에 집중될수록 부가가치는 상승하고, 상승분은 노동이 아니라 자본으로 흘러간다. 이는 기업 내부에서의 노동–자본 분배 논쟁(성과급, 임금, 배당, 사내유보 등)과 함께, 산업 정책, 나아가 정치와 언론에 대한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이를 ‘메디치 악순환’이라 부른다. 돈으로 권력을 사고, 권력으로 규칙과 시장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바꾸고, 그 결과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쥐게 되는 순환고리다. 삼전·하이닉스를 두고 “국가대표” “안보 자산”이라는 수사가 난무할수록, 이 기업들이 법과 규제, 세제와 노동정책에서 ‘특별대우’를 요구하고 또 실제로 누릴 가능성도 커진다. 수출 거대기업의 경제적 힘은 곧 정치적 힘으로 전환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출거대기업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번째 축은 보수 언론이 성과급 논쟁을 다루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들은 “무능한 노조의 끝없는 욕망”을 꾸짖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논조가 일부 사실을 짚고 있다 해도 전체적으로는 비생산적이다. 정작 문제의 핵심에서 비켜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선진국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특징은 비교적 분명하다. 산업 구조 차원에서는 소수 거대기업으로의 집중과 노조 가입률 하락이, 거시경제 차원에서는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의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 실기 논란을 떠올려 보자. 당시 원인 분석은 2010년대 후반 에이치비엠을 ‘당장 돈 안 되는 틈새시장’으로 보고 개발 조직을 축소하거나 중단한 경영진의 전략 판단, 그 과정에서 핵심 인력이 경쟁사로 빠져나간 인재·조직 관리 실패, 의사결정이 느리고 위계적인 ‘수직적 제국’ 조직문화에 맞춰져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조의 욕망을 탓하는 데 에너지를 쓰는 일이 아니다. 거대기업이 만들어내는 기업 간·기업 내 소득분배의 변화와 거시경제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할지 해법을 모색하는 일이다.
두 번째 축은 정치와 제도의 문제다. 수출거대기업을 통제한다는 것은, 결국 기업이 규칙을 자기 뜻대로 바꾸지 못하게 막는 일이다. 현 정부의 SK하이닉스 사례만 봐도 그 긴장이 드러난다. SK하이닉스는 대규모 투자를 명분으로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했고, 이 요구는 곧바로 정책 논의의 한복판으로 떠올랐다. 수출거대기업의 말 한마디가 언제든 규제 틀을 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거대기업은 아니지만 쿠팡의 미국 로비 사례도 비슷한 위험을 보여준다. 쿠팡은 몇 년간 워싱턴 정가에 최소 수십억원대 로비 자금을 쏟아 붓고 정치 네트워크를 넓혀 왔다. 그 결과 한국 정부의 조사에 반발한 쿠팡 측 미국 의원들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고 공개 압박하는 일까지 실제로 벌어졌다. 규칙을 만드는 정치 공간에 기업이 직접 들어가, 해외 정치력을 지렛대로 자국 규제까지 되돌리려 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술·데이터·플랫폼 지배력 남용을 일반 경쟁정책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감시·제재해야 한다. 대기업 광고와 후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언론, 기업 연구비에 기대 선 학계는 거대기업에 “기준점을 정하는 권력”을 키워준다. 공영·비영리 미디어와 공공정책연구를 통해 거대기업을 비판·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공정경제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독립 연구기관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현실도 되짚어볼 대목이다. 이상적인 상태는 국가와 기업의 힘이 서로를 견제하되 어느 한쪽도 절대 강자가 되지 않는 ‘골디락스 균형’이다.
삼전·하이닉스의 성과급 갈등은 ‘먹고 살만한 사람들의 배부른 싸움’만이 아니다. 한국형 수출거대기업 시장경제의 구조적 긴장이 표면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해외 수요와 기술 혁신이 몇몇 기업을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렸고, 그 성공은 다시 국내 노동과 산업 구조, 정치와 여론까지 재편하고 있다. “성과급을 얼마나 줄 것인가”는 중요한 질문이지만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 우리는 함께 물어야 한다. 이 수출거대기업이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지는 않는가. 수출거대기업의 힘이 경제를 살리면서도 정치와 사회까지 장악하지 않게 만들 제도적 장치는 무엇인가. 성과급 협상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수출거대기업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는 한국 경제가 앞으로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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