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에 닿을까, 쓰러질까… 위험 키우는 재해우려목 [현장, 그곳&]
용인 야산도 재해우려목 다수 방치
제거 기준 모호·사유재산 등 침해
보전 위주 대응 선택… 잠재 위험
전문가 “인명·재산 피해 대응해야”

“가지치기만 해놓고 버티게 하는 건 임시방편에 불과한데, 위험해 보이는 나무는 과감히 정비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요?”
4일 오전 수원특례시 팔달구 경기도청 도담소 진입로 초입에는 한 그루 소나무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채 도로 위로 뻗어 있었다. 나무는 지지줄에 의존해 버티고 있었으며, 가지는 전선 가까이 뻗어 차량 통행 공간까지 걸쳐 있는 상태였다. 전선과의 간격도 좁아 강풍 시 사고 우려를 낳고 있었다.
팔달산 둘레길에도 소나무가 도로 쪽으로 길게 뻗은 채 지지대에 의존해 버티고 있고 일부 가지가 차량 통행 공간 위까지 드리워져 아슬아슬한 모습이었다. 인근 시민 오도규씨(가명·60대)는 “지지줄로 겨우 버티고 있는 모습이라 미관상 좋지 않고 불안감도 크다”며 “천연기념물이 아닌 이상, 위험 요소가 있다면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용인특례시 처인구 포곡읍 일대에서도 민가와 맞닿은 야산에 재해 우려목이 다수 방치된 상태였다. 나무들은 주택 방향으로 가지를 길게 뻗었지만 일부 가지를 잘라내는 수준에 그칠 뿐, 나무 자체를 제거하거나 근본적인 정비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

강풍이나 집중호우 시 추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재해우려목’이 도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지자체들이 모호한 제거 기준과 사유재산 침해 논란, 민원 우려 등을 이유로 보전 위주 대응을 택하면서 잠재적 위험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산림청 등에 따르면 재해우려목은 강풍이나 폭우 등 자연재해 시 쓰러지거나 가지가 부러질 가능성이 높은 위험 수목을 말한다. 주로 수형이 한쪽으로 기울었거나 뿌리 고정력이 약해진 나무, 병해충이나 노후로 상태가 나쁜 수목 등이 해당되며 도로·주택·전신주 등과 인접할수록 위험성이 크다.
산림청은 각 지자체에 재해우려목 선별·제거를 권고하고 있으며, 일선 시·군들도 나무병원 자문을 통해 위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다만 ‘사고 유발 가능성’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 제거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이처럼 자문에 의존한 판단 구조 탓에 재해우려목에 대한 별도 통계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재산권 침해 논란과 미관 훼손 민원, 수목 보존 원칙 등이 맞물리면서 상당수 재해우려목은 지지대 설치나 지지줄 보강 등으로 버티는 방식의 관리에 머물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생육이 가능한 수목은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고, 사유지 문제까지 얽혀 있어 위험성이 있어도 제거보다는 유지·관리 중심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나무 한 그루당 100만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되는 지지대 설치가 능사가 아니다”라며 “산림청이 재해우려목에 대한 명확한 선별 기준을 마련해 인명·재산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박소민 기자 so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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