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다멜 맞을 준비 끝낸 뉴욕필, 미리 맛본 '새 시대의 사운드'

김소연 2026. 5. 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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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펜홀에서 열린 뉴욕 필하모닉의 '스프링 갈라' 연주회.

봄 갈라를 위해 무대 앞단을 화려하게 장식한 꽃은 반년도 채 남지 않은 두다멜의 공식 취임을 미리 축하하는 의미로도 보였다.

올가을 음악·예술감독으로 부임하는 두다멜과 뉴욕필의 새 시대는, 취임 전부터 뉴욕 관객의 열렬한 환영 인사 속에 시작되고 있었다.

뉴욕필의 미래를 미리 엿보게 한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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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데이비드 게펜홀서 스프링 갈라
9월 예술·음악감독 취임 앞두고 후원자들과 만남
키신과 10년 만의 협연으로 의미 더해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펜홀에서 뉴욕 필하모닉이 차기 음악감독 구스타보 두다멜과 스프링 갈라 연주회를 열고 있다. ⓒChris Lee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펜홀에서 열린 뉴욕 필하모닉의 '스프링 갈라' 연주회. 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으로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동안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45)은 연주자들을 향해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건넸다. 봄 갈라를 위해 무대 앞단을 화려하게 장식한 꽃은 반년도 채 남지 않은 두다멜의 공식 취임을 미리 축하하는 의미로도 보였다. 올가을 음악·예술감독으로 부임하는 두다멜과 뉴욕필의 새 시대는, 취임 전부터 뉴욕 관객의 열렬한 환영 인사 속에 시작되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두다멜이 차기 음악감독 자격으로 악단 후원자들과 만나는 상징적 자리였다. 연주 전후로 칵테일 리셉션과 갈라 디너가 열렸다. 뉴욕필과 약 10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의 협연이 특별한 만남에 의미를 더했다. 프로그램은 무소륵스키 오페라 '호반시치나' 전주곡과 '페르시아 노예들의 춤', 스크랴빈의 피아노 협주곡,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으로 구성됐다. 색채와 에너지, 클라이맥스가 분명한 러시아 작품들은 갈라 무대에 최적화된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뉴욕필의 소리였다. 화력 넘치는 금관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곤 했던 악단은 이날 두다멜의 손끝을 거쳐 절제되고 균형감 좋은 소리를 빚어냈다. 금관은 필요한 순간에 빛났고, 현과 목관은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음색으로 균형을 잡았다. 서울시향 연주회에서 접한 직전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의 강한 타격감 있는 인상을 떠올리면, 이날 연주는 유연하고 결이 풍성한 새 방향을 예고하는 듯했다.


"악단 정체성은 연주자들과 함께 완성"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펜홀에서 차기 음악감독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이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과 스크랴빈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Brandon Patoc

오랜만에 뉴욕필 협연자로 나선 키신의 스크랴빈 협주곡은 이날 무대의 중심이었다. 그는 화려함 대신 응축된 서정과 긴 호흡으로 곡의 흐름을 밀도 있게 이어갔고, 두다멜은 독주를 덮지 않으면서 오케스트라의 질감을 정교하게 조율했다. 객석의 열렬한 환호에 키신은 스크랴빈의 '마주르카'(Op. 25-3)와 차이콥스키의 '나타-왈츠'(Op. 51-4) 두 곡을 앙코르로 남기며 화답했다. 인터미션 없이 이어진 후반부 '불새'에서는 리듬과 색채를 단계적으로 축적해 피날레에서 폭발시키는 두다멜의 드라마 구축력이 돋보였다.

이날 무대에서 보여준 단원들과의 긴밀한 호흡은 두다멜이 최근 시즌 발표 대담 등을 통해 강조한 예술적 비전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었다. 그는 새 리더의 흔한 언어인 '개혁'을 말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바꾸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음악은 늘 진화한다"며 "내가 와서 내 생각대로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오랜 시간 함께할 때 같이 정체성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했다. 지휘자가 색깔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단원·관객·도시와 함께 오케스트라의 미래를 만든다는 뜻을 이날 무대에서도 연주자들을 향한 인사를 통해 보여줬다. 그는 "아름다움은 사치가 돼서는 안 된다. 사람들에게 주어진 권리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특정 계층의 문화가 아닌 공동체를 연결하는 공공 자산으로서의 클래식 음악을 강조한 것이다.

뉴욕필은 2026-27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두다멜 임기 첫 시즌을 맞아 세계 초연작들, 유럽 투어, 카네기홀과 함께하는 오페라 프로젝트, 베토벤 집중 조명, 레너드 번스타인의 '미사' 등이 예정돼 있다. 이날 갈라는 후원자들을 위한 화려한 이벤트에 그치지 않았다. 뉴욕필의 미래를 미리 엿보게 한 서막이었다.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펜홀에서 뉴욕 필하모닉이 차기 음악감독 구스타보 두다멜과 스프링 갈라 연주회를 열고 있다. ⓒChris Lee

뉴욕=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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