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네스크풍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100년… “질곡 속 늘 국민과 함께, 마음의 안식처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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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 2일 축성(祝聖·사람이나 물건을 하느님에게 봉헌해 거룩하게 하는 일) 100주년을 맞았다.
영국 건축가 아서 딕슨(1856∼1931)이 설계한 네오로마네스크풍의 이 건물은 1926년 5월 2일 부분 완공 상태로 축성식을 가졌으며, 이후 70년 만인 1996년 증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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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민주화운동 산실 역할도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 2일 축성(祝聖·사람이나 물건을 하느님에게 봉헌해 거룩하게 하는 일) 100주년을 맞았다. 영국 건축가 아서 딕슨(1856∼1931)이 설계한 네오로마네스크풍의 이 건물은 1926년 5월 2일 부분 완공 상태로 축성식을 가졌으며, 이후 70년 만인 1996년 증축됐다.
눈에 확 띄는 주홍색 지붕과 아치형 창문, 석조와 벽돌을 쌓아 만든 외벽 등이 돋보이는 서울주교좌성당은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을 정도로 아름답다. 당시 성당 건립을 추진한 3대 성공회 조선 교구장 마크 트롤로프 주교(1862∼1930)는 유럽의 많은 성당처럼 고딕 양식으로 짓고 싶어 했지만, 설계를 위해 한국에 온 딕슨이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로마네스크풍을 권유했다고 한다.
하지만 100년이나 됐음에도 이곳에 이런 예술적인 성당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날 성당에서 만난 박성순 신부는 “1937년 조선총독부가 체신국 청사(훗날 국세청 남대문 별관으로 사용)로 쓰기 위해 지은 건물이 70년 넘게 성당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2015년 8월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대문 별관이 철거되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명소로 재탄생했다”고 설명했다.
70년 만에 증축이 이뤄진 데도 사연이 있다. 딕슨이 설계한 성당은 하늘에서 내려볼 때 완벽한 십자가 모양. 하지만 재정 등의 이유로 가로세로 길이를 축소해 미완성인 상태로 문을 열었는데, 일제강점기 태평양 전쟁과 6·25전쟁 등이 터지며 완성이 미뤄졌다. 1990년대 들어 완성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딕슨의 설계도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박 신부는 “설계도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중에 증축 총감독을 맡은 김원 건축가가 딕슨의 부고 기사에서 그가 유품을 영국의 한 시골 도서관에 기증했다는 내용을 찾아냈다”며 “그 안에 설계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주교좌성당의 가치는 건축미에만 있지 않다. 대통령 직선제, 언론 자유 보장 등이 포함된 6·29선언을 이끈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1987년 6월 10일 전두환 정권이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를 대선 후보로 선출하자, 이날 오후 성당에 모인 민주 인사들은 성당에 쳐들어온 경찰의 방해를 뚫고 성당 종루에 올라 42번의 종을 쳤다. 이 종소리를 들은 시민들은 박수와 경적, 손수건 흔들기로 독재 타도에 호응했다. 전국으로 퍼진 이 물결은 결국 6·29선언이란 열매를 맺었다.
박 신부는 “서울주교좌성당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민주화운동, IMF 외환위기 등 100년 동안 많은 질곡 속에서도 늘 국민과 함께해 왔던 곳”이라며 “건축미를 넘어 모든 이의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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