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 참다 갈라선 황혼, 신혼 이혼 앞질렀다

김승현 기자 2026. 5. 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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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지난해 ‘황혼 이혼’이 1990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신혼 이혼’을 넘어섰다. 황혼 이혼은 결혼한 지 3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을 가리키고, 신혼 이혼은 결혼 기간 5년 미만인 신혼부부의 이혼을 뜻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신혼부부는 줄고 50대 이상 인구 비율이 늘어나는 점, 중장년 부부들의 독립 욕구가 커지는 심리적 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또 최근 몇 년간 상승한 집값이 재산 분할 과정에서 경제적 안전판 역할을 해주면서, 황혼 이혼을 가로막던 경제적 장벽도 허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5년 만에 황혼 이혼이 신혼 이혼보다 많아져

4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기간이 3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 건수는 1만5628건으로 혼인 기간이 5년이 채 안 된 부부의 이혼 건수(1만4392건)보다 1236건이 더 많았다. 황혼 이혼은 2024년 이후 2년 연속 증가한 반면, 신혼 이혼은 2020년부터 작년까지 6년 연속 감소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0년만 해도 신혼 이혼 건수는 1만8053건으로 황혼 이혼(368건)보다 49배쯤 많았다. 2000년대 들어서도 신혼 이혼은 황혼 이혼보다 매년 2만6000~3만5000건쯤 더 많았지만, 격차는 서서히 좁혀졌다. 2018년에는 그 차이가 9629건으로 1만건 아래로 줄었고, 2024년엔 114건까지 줄었다. 그러다 지난해 황혼 이혼이 신혼 이혼을 앞서게 됐다.

이혼 상담을 받는 이들 중에서도 고령층 비율이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 2월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발표한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대상 이혼 상담 4013건 중 60대 이상이 전체의 22.1%를 차지했다. 2005년에는 이 비율이 5.8%에 불과했지만, 20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래픽=양진경

◇“독립 무섭지 않아” 중장년 부부 심리적 변화

이 같은 추세는 우선 고령화로 중장년층 인구 비율이 늘고 2030세대 인구 비율은 줄어드는 식으로 인구 구조가 변화한 영향이 크다.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작년 전체 인구 중 50대 이상 연령대 비율은 45.14%로 20년 전(23.69%)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런데 20~30대 비율은 33.75%에서 25.37%로 쪼그라들었다. 인구 절벽 여파로 ‘이혼 후보군’인 20~30대가 다수인 신혼부부의 절대적인 수는 줄어드는 반면, 50대 이상 부부들의 수는 늘어난 것이다.

중장년층 부부들은 길어진 기대 수명 속에서 적극적으로 홀로서기에 나서기도 한다. 외벌이가 흔했던 과거에는 남편으로의 경제적 집중이 컸지만, 50대의 주축인 1970년대생들부터는 경제력을 갖춘 고학력 여성들이 늘고, 대신 식사·청소 등 가사에도 익숙한 남성들도 많아졌다. 가사 이혼 전문 변호사인 손정혜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시대와 가치관 변화로 중장년층 부부가 서로 종속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했다.

◇집값 오르니 황혼 이혼도 증가

최근 이어진 집값 상승이 황혼 이혼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가치가 높을수록 부부가 재산 분할 과정에서 각자 챙길 수 있는 몫이 늘어나게 되는 만큼, 집값 상승이 이혼을 망설이게 했던 경제적 우려를 거둬내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이혼으로 재산 분할을 하면 공동 재산을 나누는 것이어서 증여세 등을 내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 고가 주택을 가진 중장년층이 집값 급등기에 ‘위장 이혼’을 하면서 황혼 이혼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 저금리와 유동성(돈)이 많이 풀려 집값이 급등했던 2017~2021년에는 황혼 이혼 건수가 지속해서 상승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고금리와 거래 절벽 등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어진 2022년과 2023년에는 황혼 이혼이 줄었다. 이후 2024년부터 신축 공급 부족 등으로 서울 등 주요 지역 집값이 다시 반등하자, 황혼 이혼 건수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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