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기록화·인물화, 모두 잘 그린 김홍도

허윤희 기자 2026. 5. 5.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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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중박 서화실 ‘단원 김홍도’ 전시
50세에 그린 ‘총석정도’ 처음 공개
“풍속화는 김홍도 재능의 일부일뿐”
김홍도, ‘총석정도’(1795). 50세에 그린 ‘을묘년화첩’ 중 한 그림이다. 27×23cm. 종이에 먹과 엷은 색, 개인 소장. 이번 전시에서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

단원 김홍도(1745~1806 이후)는 50세 되던 해, 관동팔경의 백미인 총석정을 그렸다. 쭉쭉 내리뻗은 육각형 돌기둥 주위로 싱그러운 바다를 청록색 담채에 담았다. 동글동글 부서지는 포말, 바위 꼭대기에서 바람에 휘날리는 소나무, 파도에 놀라 날아오르는 두 마리 새까지, 한 폭의 시(詩) 같은 산수화 명작이다.

새롭게 단장한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서 김홍도의 이 그림 ‘총석정도’가 공개됐다. 박물관은 올해 서화실 두 번째 주제 전시로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를 4일부터 연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겸재 정선이 그린 ‘총석정’은 묵법이 강한 힘이 있지만, 이렇게 쓱쓱 그린 것 같은 선율로 서정성을 깊게 집어넣은 솜씨는 단원을 따라갈 수가 없다”며 “개인 소장자를 설득해 이번 전시에 처음 나온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4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전시에 나온 '단원풍속도첩'의 그림들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홍도, '무동'. 보물 '단원풍속도첩' 중 한 그림이다. 종이에 먹과 엷은 색. /국립중앙박물관

김홍도를 풍속화의 대가로만 알고 있었다면, 서둘러 봐야 할 전시다. 산수화, 기록화, 인물·꽃·나비 그림까지 능했던 ‘천재 화가 김홍도’의 다채로운 면모를 작지만 옹골차게 채웠다. 유홍준 관장은 “풍속화는 김홍도가 성취한 것의 일부이고, 모든 장르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다”며 “카메라가 없던 시절 그의 디테일을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한다”고 했다.

서화실 전체 작품을 교체한 이번 전시에는 김홍도 작품을 포함해 50건 96점이 나왔다. 김홍도 주제 전시는 회화 2실에 마련됐다. ‘이 계절의 명화’로 선정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전성기부터 노년까지 단원의 화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보물 ‘단원풍속도첩’을 비롯해 만년의 명작인 ‘총석정도’, ‘기로세련계도’, ‘노매도’가 ‘이 계절의 명화’로 선정됐다. ‘단원풍속도첩’은 조선 백성의 일상을 생생하게 포착한 풍속화로, 이번 전시에서는 총 25점 중 ‘무동’과 ‘씨름’, ‘서당’ 등 주요 작품 11점을 선보인다.

김홍도, ‘노매도(老梅圖·1804)’. 22.3×17.6cm. 종이에 먹과 엷은 색, 개인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59세에 그린 ‘노매도(老梅圖)’는 노년의 무르익은 기량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매화 등걸에서 새순이 돋아나 꽃망울을 터뜨리는 순간을 포착했다. 거침없는 붓질로 등걸의 형태를 잡고, 먹이 번지는 효과를 활용해 나무의 질감을 표현했다. 개인 소장품으로 1995년 국립중앙박물관과 호암미술관, 간송미술관이 공동 주최한 ‘단원 김홍도 탄신 250주년 기념 특별전’에서 한 번 공개됐다.

김홍도, '기로세련계도'(1804년). 비단에 먹과 엷은 색, 개인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개성 만월대에서 열린 원로들의 모임을 그린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契圖·일명 만월대계회도)’는 산수와 인물 묘사를 넘나드는 원숙한 솜씨가 한 화면에 담긴 걸작이다. 유 관장은 “미술사적 의미는 진경 산수화를 개척한 겸재 정선이 크지만, 단군 이래 최고 화가는 단원 김홍도”라고 꼽았다.

회화 1실에선 김홍도와 그의 스승 강세황(1713~1791)을 함께 조명한다. 김홍도의 ‘서원아집도’와 ‘행려풍속도’에는 강세황이 직접 써넣은 감상평이 남아 있다. 회화 3실에서는 조선 시대 궁중 채색 장식화와 민화를 전시했다.

이순신, 친필 간찰. 조선 1598년, 종이에 먹, 개인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서예실에서는 이순신(1545~1598)의 친필 간찰이 처음 공개됐다. 노량해전을 불과 4개월 앞둔 1598년 7월, 물품 지원을 담당하던 한효순에게 보낸 편지다. 지난 3월 막을 내린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때는 소장처를 확인하지 못해 출품하지 못했던 작품이다. 8월 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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