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told] '라이벌리는 전쟁처럼, 어린이날엔 평화를' K리그여서 가능했던 천안-충남아산의 상생 전략

김아인 기자 2026. 5. 5. 00:4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포포투 김아인 기자

[포포투=김아인(천안)]

지역 감정이 교차한 치열한 라이벌 매치였지만, 천안과 충남아산은 선을 넘지 않는 도발과 어린이날에 어울리는 '이색 마케팅'을 통해 승부욕은 물론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축구에서 '더비'가 갖는 상징성은 빼놓을 수 없다. 주로 같은 지역 내 라이벌 의식, 정치적 혹은 종교적 대립, 계급 차이 등으로 시작된 두 팀 간의 경기를 말한다. 라이벌전은 유난히 “서로 절대 질 수 없다”는 의식이 강하게 깔려 있다. 백 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이나 남미 명문 팀들은 특히 선수단은 물론 팬들 또한 서로의 팀에 대한 충성심이 더욱 크다.

이렇다 보니 더비 경기에서는 지나친 승부욕으로 각종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 주말만 해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노스웨스트 더비'에서는 도미닉 소보슬러이가 야유하는 맨유 팬들에게 프리미어리그 우승 패치를 가리키며 도발해 논란이 됐다. 같은 날 브라질 상파울루 지역 라이벌인 파우메이라스와 산토스 경기에선 온몸을 초록색으로 칠하고 '헐크' 분장을 한 남성 팬이 경기장에 난입하려다 골절상을 입는 엽기적인 사고도 있었다.

K리그에도 '슈퍼 매치', '동해안 더비', '현대가 더비' 등 여러 라이벌리가 존재한다. 이들 역시 감정의 골이 깊지만, 현실적으로 세계적인 라이벌전의 광기 넘치는 열기까지 따라잡진 못한다. 역사의 깊이, 연고지 정착 차이도 있지만 가족 단위 팬이 많고 국내 정서상 매너와 안전을 우선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어린이날 연휴에 수많은 더비 경기를 집중 배정하면서도, 아동 보호 캠페인 '같이 가요, K리그'와 다양한 어린이 이벤트를 마련해 이런 문화를 잘 드러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3일 열린 올 시즌 첫 '충남 더비'는 치열한 라이벌리와 어린이날의 아기자기함이 공존했다. K리그2의 천안시티FC는 충청남도 천안시, 충남아산FC는 충청남도 아산시를 연고로 두고 있는 숙명의 라이벌이다. 그간 두 팀 사이 많은 서사가 있었고 팬들 간에 쌓여온 감정도 상당해 '천안아산 더비', '아산천안 더비'의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냉정히 말해 두 팀의 대중적 유명세는 낮은 편이다. 그래서 천안과 충남아산 모두 이번 연휴 경기를 앞두고 관중몰이에 고민이 깊었다. 최근 6경기 무패로 상승세를 탄 천안이 충남아산에 먼저 흥행을 위한 마케팅 제안을 보냈다. 감독 교체와 3경기 무승부로 분위기가 흔들리고 있어 조심스러웠지만 충남아산도 뜻을 함께했다.

그렇게 성사된 이벤트가 바로 '인지도 대결'이었다. 충남 더비와도 관계가 깊은 천안아산역에 선수들이 등장해 평일 시간대 시민들에게 "어느 팀을 알고 있나"라고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인지도가 낮다는 점을 역이용한 나름의 '자학 개그' 요소이면서도, 지역 라이벌이 존재한다는 홍보로 흥미를 끌 수 있었다. 30분간 팽팽한 견제 싸움 속 스티커가 붙기 시작했고, 경기 당일 발표된 결과는 24대 27로 충남아산이 근소하게 앞서면서 승리했다.

천안은 이밖에도 홈 경기에 많은 공을 들였다. 장내 다양한 이벤트는 물론 어린이날을 맞아 '트로트 꼬맹이'로 알려진 천안 팬 박서준 어린이를 하프타임 공연자로 초청했다. SNS에는 양 팀을 상징하는 다람쥐와 올빼미가 맞붙는 등 어린이날다운 도발이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홍보 포스터를 게시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천안 선수단은 물론, 모든 관계자들이 충남 더비에 진심이었다. 킥오프 전 양 팀 마케팅팀장들은 '커피 80잔 내기'를 걸었고, 김효일 감독 대행은 절친한 박진섭 감독을 향해 “내가 이기고 밥 사겠다”는 유쾌한 선전포고를 날리기도 했다.

경기 역시 치열한 전쟁처럼 뜨거웠다. 양 팀 합쳐 슈팅 24회, 유효 슈팅 10회가 쏟아졌고, 거친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반 10분에는 천안 우정연이 머리를 다쳐 곧바로 응급실로 후송돼 처치를 받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승부는 천안이 라마스의 결승골로 승리하면서 충남 더비 4경기 연속 무패를 달렸고, 박진섭 감독 체제에서 7경기 무패라는 구단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비록 이날 궂은 날씨 여파가 겹쳐 관중 수는 1,967명에 그쳤지만, 더비가 주는 특유의 긴장감과 어린이날 가족 팬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여 인상적이었다. 천안과 충남아산은 K리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평화와 긴장감이 공존하는 더비의 모범 사례를 충분히 입증해 보였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 포포투(https://www.fourfourtw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