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분만실 뺑뺑이’로 태아 사망, 언제까지 봐야 하나

조선일보 2026. 5. 5. 00: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4년 8월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 정부의 의료정책을 규탄하는 피켓이 놓여져 있다. /뉴스1

충북 청주의 한 산모가 응급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까지 이송됐으나 태아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월 말 대구에서 산모가 119 신고 4시간 만에 경기 분당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쌍둥이 중 한 명이 숨진 지 두 달 만에 일어난 일이다.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위험 산모의 응급 분만이 늘어나는데 의료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는 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30대 임신 29주 차 산모의 태아 심박수가 떨어진다는 119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1일 이었다. 그 산부인과는 인근 상급종합병원 여러 곳에 환자 수용을 요청했으나 전문의가 없다는 등을 이유로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119가 수소문한 끝에 산모는 3시간 30분 만에 소방 헬기를 통해 부산까지 이송됐다. 산모는 무사했으나 태아는 끝내 숨졌다.

이 사건은 산부인과·소아과 진료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 주고 있다. 응급 분만은 산과 전문의가 있어야 하고, 소아과 등 배후 진료 인력과 장비도 필수적이다. 임신 37주 이전에 낳는 조기 출산의 경우 신생아 중환자실까지 갖춰야 환자를 받을 수 있다. 충북대 병원은 도내에서 유일하게 신생아 중환자실을 갖추고 있었지만 당시 고위험 분만을 담당할 전문의가 부족해 환자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최근 들어 고령 산모와 조기 출산, 다태아 출산 등 고위험 분만이 늘고 있는데 분만 전문 산과 전문의, 신생아 전문의는 턱없이 부족해진 지 오래다. 있는 인력이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 단위 ‘실시간 응급 이송 핫라인’과 광역 네트워크 구축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데 잇단 사고를 보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저출생 극복을 외치면서 정작 임산부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시스템이 불안하다는 것이 말이 되나. 적정 규모의 전문의 확보가 안 되고, 책임에 비해 보상이 낮은 데다, 의료 사고 발생 시 민형사상 책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 생긴 문제들이다. 고위험 분만이야말로 필수 중 필수 의료인 만큼 최우선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필수 의료 의사를 적정 수준까지 양성해 나가되, 현재 있는 인력과 장비로 응급 임산부가 어느 지역에 살든 제때 대응이 가능하도록 네트워크 구축 등 대응 체계 마련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