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파도가 사람을 삼켰다”…어린이날 황금연휴 덮친 보령 해안의 비극 [오늘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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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2008년 5월 5일, 소방 당국은 전날 충남 보령 죽도 해안에서 너울성 파도에 휩쓸린 피해자 수를 사망 9명, 구조 27명 등 36명으로 공식 집계했다.
◇바람도 없었는데 왜'너울성 파도'의 습격=사고 직후 대전지방기상청은 만조 때 해안을 따라 흐르던 강한 조류가 방파제에 부딪히며 파도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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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m 너울파도에 36명 순식간에 휩쓸려
너울성 파도, 맑은 날도 안심 금물

“밖으로 나가 보니 아이들이 ‘우리 엄마 죽었다’며 울고 있었다”
2008년 5월 5일, 소방 당국은 전날 충남 보령 죽도 해안에서 너울성 파도에 휩쓸린 피해자 수를 사망 9명, 구조 27명 등 36명으로 공식 집계했다. 맑은 날 아무런 전조 없이 들이닥친 ‘살인 파도’는 어린이날 황금연휴를 즐기던 나들이객의 일상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2008년 5월 4일 낮…바닷가 나들이객 덮친 참변=사고는 2008년 5월 4일 낮 12시 41분께 충남 보령시 죽도 인근 갓바위에서 일어났다. 방파제에서 약 500m 떨어진 이곳은 평소 파도가 거세지 않기로 알려진 곳이었다. 서해안 최대 해수욕장인 대천해수욕장과도 인접해 있어 평소에도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였다.
맑은 하늘에 바람마저 잠잠했던 터라 낚시꾼과 관광객은 가족과 함께 해안 주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닷물이 썰물처럼 한꺼번에 빠져나가더니 높이 약 9m의 파도가 순식간에 관광객을 덮쳤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 A씨는 “잔잔한 바다에서 갑자기 파도가 일더니 낚시꾼들과 관광객들을 삼켜버렸다”며 “파도는 딱 한번 쳤고 사람들이 물에 휩쓸리며 아비규환이 일었다”고 말했다. 그는 “10분 정도 지나자 평상시처럼 파도가 잔잔해졌다”고도 했다.
선착장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던 B씨도 “느닷없이 천둥과 벼락치는 소리가 나더니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며 “밖으로 나가 보니 아이들이 ‘우리 엄마 죽었다’며 울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 있다가 구조된 C씨는 “미처 피할 틈도 없었다”면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고 밝혔다.
희생자는 5세 어린이부터 60대까지였다. 36세 아버지와 4세 아들이 함께 숨지는 등 가족 단위 피해가 잇따랐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앞두고 바닷가 나들이에 나섰다 참변을 당한 가족이 적지 않았다. 이튿날인 5일 태안해경과 보령시는 경비정 26척과 해군함정 2척 등을 동원해 죽도 인근 반경 2~3㎞ 해역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이어갔다.

◇바람도 없었는데 왜…‘너울성 파도’의 습격=사고 직후 대전지방기상청은 만조 때 해안을 따라 흐르던 강한 조류가 방파제에 부딪히며 파도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잔잔하게 육지 쪽으로 다가오던 파도가 방파제·선착장에 부딪히며 뒤따라오는 파도와 합쳐져 순간적으로 강력한 파도로 돌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고 당시 파고는 0.1~0.2m, 바람도 초속 0.5~4m로 잔잔한 수준이었다. 해일주의보 발령 기준(바닷물 높이 8.44m)에도 한참 못 미치는 최고 5.75m에 그쳤다. 특보 없이 들이닥친 파도였던 만큼 현장에 있던 누구도 몸을 피할 겨를이 없었다.
관광객을 덮친 파도는 ‘너울성 파도’로 분류됐다. 먼바다에서 잔잔하게 밀려오다 수심이 얕은 해안에 이르러 갑자기 솟구치는 형태다. 바람으로 생겨나는 일반 파도와 달리 속도가 매우 빠르고, 해안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의 작은 파도를 흡수해 위력이 배가된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너울성 파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본격적인 해수욕 시즌을 앞두고 해안가를 찾는 발길이 늘어나는 만큼, 전조 없이 들이닥치는 너울성 파도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지원 AX콘텐츠랩 기자 g1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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