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 "TBS, 언론 넘어 생존권 문제…'사람 내쫓는 서울' 바꿔야"
[인터뷰]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
"TBS, 오세훈 시장 언론탄압 사례…예비비 항목 지원 적극 검토"
'적정서울' 구상, 주거·교통·의료 3대 공공서비스 보장 공약
[미디어오늘 김예리, 정민경 기자]

6·3 지방선거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8일 용산역 앞에서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2009년 용산참사 현장인 옛 남일당 터 인근이다. 오세훈 현 시장이 국제업무지구를 추진 중인 용산 정비창 부지와 인접한 장소이기도 하다. 권 후보는 “17년 전부터 현재까지, '사람을 내쫓는 개발'로 이어져 온 시정에 정면으로 문제 제기하겠다는 뜻”이라며 용산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권 후보 캠프의 핵심 슬로건인 '적정 서울'과 '같이 삽시다, 같이 갑시다'는 “더 크고 화려한 공간이 아니라 그 외 지역과 공생하는 공간, 겨우 버티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사는 공간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동 소득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목표로 주거·교통·의료 3대 필수재 공약을 냈다. △아동부터 시작해 병원비 연 100만 원 상한제 △대중교통 무상화 △공공임대주택 매년 5만 호 공급 및 전월세 인상 상한제다.
'노동자가 살아갈 수 있는 서울'은 그가 TBS 사태에 밝힌 대응 계획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TBS 폐국 위기를 '노동자 생존권' 문제로 규정한 유일한 후보로 꼽힌다. 지난 30일 인터뷰에서 권 후보는 “TBS는 오 시장의 대표적 언론탄압 사례이자, 최근 추경 과정에서 민주당이 배신감을 안겨준 곳”이라며 “서울시장이 된다면 예비비 항목을 최대한 검토해 긴급하게 재정 지원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선거 보도를 두고서는 “언론이 관심을 충분히 보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주지 않는다”며 “소수정당 후보들을 '일정 정도 비례하게 보도해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투자 없이도 일해서 살 수 있는 도시, 시대정신”
- 용산에서 출마 선언을 한 이유는.
“용산은 서울 개발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2009년도에 세입자를 내쫓으려다 남일당 빌딩에서 세입자들의 농성이 시작했고, 강제진압에 들어갔다. 한 지역에서 오랜 시간 자기 삶과 기회를 일궈온 사람들을 내쫓고, 거기에 고층 건물을 지어 가진 사람이 들어오게 만드는 방식이다. 나는 철거민 변호인을 담당했다. 당시에도 서울시장은 오세훈 시장이었다. 오 시장의 시정은 (용산참사가 일어난) 17년 전과 똑같다. 한강 버스부터 종묘 일대 재개발까지, 마천루와 랜드마크를 만들어 그곳에서 열심히 살아온 세입자와 월급쟁이들이 살 수 없는 조건을 만든다. 은평 혁신파크를 상업지구로 만들겠다고 하고, 용산 정비창 부지도 민간 매각해 개발하겠다고 한다. '사람을 내쫓는 개발'에 정면으로 문제 제기하기 위해 용산을 택했다.”
- 핵심 구상은 '적정 서울'이다. 첫 공약으로 주거·의료·교통 필수재를 공공서비스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로, 서울로' 정책의 결과로 '서울 일극 체제'가 만들어졌다. 인구가 과밀화하니 계속 팽창했고, 집값 폭등과 교통 대란이 일어나고 생활비의 고비용 구조로 이어졌다. 일하는 서민은 안정적으로 살 수 없는 서울이 됐다. 부푼 풍선에 바람을 빼야 한다. '적정 서울'은 더 크고 화려한 공간이 아니라 그 외 지역과 공생하는 공간, 겨우 버티는 공간이 아닌 인간 존엄을 지키며 사는 공간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가 무상급식을 실현했듯이 공공 교통 무상화도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 아픈 사람은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식비 비중이 매우 높아 가구당 월평균 91만 원에 달한다. 시에서 공공 조식을 제공하는 구조도 고민하고 있다.”
- '적정 서울'은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의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가격을 감당할 수 있음)' 슬로건과도 맞닿아 보인다.
“'노동소득으로 살 수 있는 도시'를 보장하는 일이 시대정신이라 본다. 지금 서울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도저히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곳이다. 이대로라면 자산을 상속 받거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서울에 살 수 없다는. 일하는 사람이 주변으로 밀려나는 사회가 정상적인가. 생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투자로 이를 메우라'고 한다. 그 투자의 책임과 위험은 개인이 떠안는다. 손실이 나면 개인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낭떠러지에 떨어진다. 노동 소득으로 살 수 있는 도시란 말 앞엔,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란 말이 붙어 있다.”
TBS 해법엔 “폐국 일단 막아야…긴급 지원해 정상화”
- TBS를 두고 “오 시장의 대표 언론탄압 사례이자, 최근 추경에서 민주당이 배신감을 안겨준 곳”이라고 발언했다.
“작년에도 긴급 지원 예산안을 편성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추경 예산에 들어갔다가 지도부에 의해 빠졌다. '전쟁 추경'이란 이름으로 편성하는 문제가 논란의 소지는 있을 수 있겠다. 문제는 TBS는 폐국 직전 위기라는 점이다. 폐국을 막기 위해 긴급한 예산 편성이 필요한 사정을 숙고했다면 어땠을까. 대단히 안타깝다. 소관 상임위원회가 여러 가지를 고려해 예산 편성을 결정했는데, 당 대표의 한 마디에 없던 일이 됐다.”
- 지난달 28일 TBS 노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됐다. 2024년 총선 무렵에도 방문했던 기억이 나는데, 조례 폐지 무렵이었다. 이후 예산이 끊긴 상태에서 약 19개월 동안 구성원들이 완전히 무급으로 자원봉사 하듯 방송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먹먹했다. 서울시 행정 책임자의 한 순간의 판단 때문에 방송 노동자들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고, 이렇게 오래 생존권을 위협받으며 방송을 유지해 왔는데도 계속 방치되는 상황에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 서울시 출연금 중단으로 TBS는 송출 중단 위기까지 거론된다. 관련해 긴급명령 발동을 약속했는데, 시장에 취임한다면 TBS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일단 폐국과 방송 중단 사태를 막아야 한다. TBS는 당장 송출료가 없어 2개월 치를 내지 못했고 한 번 더 못 내면 송출이 중단된다. 방송 자체가 없어진다.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부분에 재정·행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서울시장이 되면 예비비 항목을 최대한 검토해 긴급 재정 지원을 추진하겠다. 송출료와 같이 방송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원, 다음으로 필수 전문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확보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 현 체계가 전부 직무대리 상태라 제대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표이사를 임명해 의사결정과 집행 기구를 정상화해야 한다. 폐지된 조례를 복구하기 위한 작업도 즉시 착수해야 된다. 물론 그 과정에 행정안전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과 TBS 지위 정상화를 위한 협의를 해야 한다.”
- TBS 사안에 대해 '노동자 생존권'을 강조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구성원들이 겪은 2년의 임금체불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TBS 복원 과정에 상당한 쟁점이 될 것이다. 1년 9개월 동안 (노동자들) 가계는 이미 파산에 이른 상태이고 개개인이 임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겨우 버티고 있다. 서울시가 사실상 폐업, 해고한 상태나 마찬가지란 점에서 심각한 노동권 문제다. 이 문제를 충분히 들여다보고 단계적으로 고민해가야 한다.”
- TBS의 재원 구조와 운영 방식은 어떤 방향으로 개편할 계획인가.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갈지, 아니면 다른 공영방송 모델로 전환할지는 내부 구성원과 서울시, 방미통위와 여러 관계를 고려해 적정한 방법을 찾아가는 일이 필요하다. 조례를 우선 복원하고 중장기적으로 TBS 위상은 더 촘촘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후 위기로 인해 재난과 교통 전문 방송 역할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 그러나 TBS가 시사교양과 교육, 다문화 등 주제에서 큰 기능을 수행해 온 상황에서 그것만 수행하라는 요구가 맞느냐는 의문이 따를 수 있다. TBS 설립 취지에 맞는 전문 역량을 키워가되 내부 논의를 거쳐 공영방송으로서 일정한 교양과 시사 프로그램을 조화롭게 편성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언론, 소수정당 관심 '불충분' 넘어 아예 없어…최소한의 공평함 갖춰야”
- 지방정부의 공영방송 예산 통제가 언론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은.
“권력과 언론 간의 긴장은 TBS만의 문제가 아닌 숙명과 같은 일이다. KBS도 윤석열 정권이 KBS에 재정 위기를 초래하기 위한 방식으로 수신료 분리 징수를 강행했다. 당연히 TBS도 공영방송이자 언론으로서 권력 견제 기능을 해야 한다. 향후 서울시 의존성을 최대한 낮추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단은 방미통위가 TBS의 상업광고를 허용하는 조건부 재허가를 했다. 재정 확보 방안을 다변화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 언론이 서울시장을 비롯한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정당 후보에는 관심을 충분히 보이지 않고 있다.
“충분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관심을 주지 않는다. 언론은 지금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후보만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소수정당 후보들에 대해, '일정 정도 비례하게 보도해달라'는 말이 무색하게, 양당 외 후보는 없는 것처럼 보도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다. 서울시장 후보가 여러 명 있고 관련 입장을 내고 있음에도 마치 두 사람의 입장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도한다. 여론조사에도 아예 포함하지 않는다. 대선 때도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구에 항의와 지적이 있고서야 일부 포함된 바 있다. 언론은 후보들에 대해 최한의 공평함을 갖춰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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