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의 도서관통신 124] 도서관 건축에 대한 몇 가지 단상
- 도서관에 있어 건축과 공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 공공도서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와 건립·운영 컨설팅 사업
- 도서관 건축의 역사를 잘 챙기고 도서관건축상 등도 제정하면?
- 도서관 건축에 대한 관심과 구체적 실천을 기대한다

[한국독서교육신문 이용훈 도서관문화비평가]
도서관 건축의 역사에 관한 특별한 강좌가 있었다

강연을 맡은 백창민 작가는 준비하는 중 틈틈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생각이나 의견을 게시했다. '도서관 역사'에 흥미를 가지고 연구하는 중에 도서관 3요소 중 하나인 건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도서관 건축 역사'가 도서관사에서도 활발히 연구되는 주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사실 도서관사를 연구하는 사람들부터 많지 않으니 그 중에서 건축의 역사를 다루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돌이켜보니 정작 어떤 건축가가 설계를 했고, 실제로 누가 건물을 지었는지 등에 대한 기록이 충실하지 않다. 특히 오래된 도서관 건축물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실제 강좌를 통해 도서관 역사 속에 등장하는 초기 도서관 건축물에 관해서는 건축가에 대한 정보를 찾기 어렵고, 찾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강좌를 준비한 황두진건축사사무실의 황두진 건축가는 강연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언컨데 자기 분야의 역사를 연구하시는 분이 이렇게 관련된 건축과 건축가에 대한 관심을 깊게 드러내는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너무나 보편적인 명제가 매우 절절하게 다가오는 시간이었습니다."라면서 앞으로 건축사무실도 도서관 건축에 대해 더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도서관계와 건축계 모두에서 도서관과 건축의 역사 각각의 관점에서, 그리고 역사의 관점에서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기록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하게 되었다.
도서관에 있어 건축과 공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도서관 3요소는 건축/공간과 함께 장서와 사람(사서와 이용자)라고 한다. 가장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사람이다. 3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도서관으로서 존재하고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는 건축 5%, 장서 15~20%, 사람 80~75% 정도의 비중을 가졌다고 한다. [chjeon 블로그, "도서관의 3요소의 출전을 찾아서" 참고]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이미 수십 년 전 상황에서의 언급이라 현재에는 각 요소의 중요성이나 비중은 많이 변했다. 우선 도서관 수가 늘었다. 그만큼 도서관에 대한 인식과 이용 상황이 크게 변했다. 또한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이전 지식과 정보의 획득과 활용에 있어서 책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변화하면서 도서관 장서에 있어서는 매체 다양화와 함께 사람들의 활용이나 의존이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예전에는 자기 학습 등 개인적 목적으로 도서관을 이용하던 방식에서 점차 도서관이 자리한 지역사회나 공동체에서 제3의 공간으로서 개개인의 쉼은 물론 사회적 연대나 공동체적 활동 필요성 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 변화에 따라 다양한 이용자들의 요구와 이용 방식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요구되면서 효율적이고 편리한 공간 구성의 중요성은 점차 커졌다. 건축적 측면애서도 건축가들의 자유로운 상상과 효과적인 기능을 담아내는, 아름다우면서도 혁신적인 도서관 건축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 변화에 시민들도 도서관에 대한 인식과 지지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적지 않은 도서관들이 새로 건립되는 과정에서 분명 설계한 건축가와 실제 시공에 참여하 관계자 등이 있을 것이다. 설계와 시공 등에 있어 다양한 내용이 기록되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설계 공모 경우에는 당선작 등이 건축 관련 저널 등에도 실리기도 하고, 관련한 설계사사무소나 건축사무소 등에서도 계속 아카이빙 하고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런데 도서관 건축과 관련해서 적지 않은 내용이 단순히, 또는 형식적으로 남겨져 있을 것 같고, 충분히 수집되고 정리되어 아카이빙 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도서관 쪽에서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참여가 보장되어 있거나, 건축 과정 등에 대한 정보나 자료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공공도서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와 건립·운영 컨설팅 사업

도서관 건축의 역사를 잘 챙기고 도서관건축상 등도 제정하면?
도서관 건축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고, 도서관 건축 자체도 문화적인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앞으로 도서관계와 건축계가 함께 도서관 건축/건물에 대해 실질적인 관심과 행동을 하면 좋겠다. 몇 가지 생각을 더해본다.
우선 모든 도서관, 특히 공립 공공도서관 경우에는 도서관 건축과 관련된 모든 정보나 자료, 설계도 등을 아카이빙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대통령 소속인 국가도서관위원회가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공동으로 도서관 건축 아카이브를 구축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설계도면도 수집하고, 요즘 공개하고 있는 설계공모 심사 영상도 모으고, 가능하다면 설계 모형도 수집할 수 있다면 좋겠다. 관련해서 모든 도서관은 새로 건립한 후에 반드시 <건립 백서>(가칭)을 만들도록 할 필요가 있다. 2012년 개관한 서울도서관 경우에도 개관 후 『서울도서관 건립 백서 : 서울의 정보중심, 도서관의 중심도서관』(2013)을 발행한 바 있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정관도 건립 후 백서(2016)를 발행했다. 국회부산도서관도 2022년 건립백서를 발행했다. 더 있을텐데, 이것도 파악해서 더 많은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면 좋겠다. 앞으로 건축 관련 내용도 부분도 충실하게 수록한 각 도서관들의 건립 백서 발행을 기대한다. 일부 도서관에서 자관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발행하는 책(예를 들어 50년사, 100년사 등)에서도 건축에 관한 내용을 좀 더 정확하게 수록하면 좋을 것 같다.
도서관 건립에 어떤 방식으로든 관여한 사람들을 모두 기록해 늘 볼 수 있는 곳에 게재해 놓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03년 처음 문을 연 순천기적의도서관부터 이어진 몇 곳의 기적의도서관에는 '기적을 만든 사람들'이라는 현판을 만들어 입구에 잘 보이게 걸어두고 있다. 공사에 참여한 사람들 이름까지 모두 적어두었다. 나중에 누군가는 자신이 많은 공사에 참여했지만 이렇게 이름을 적어 걸어둔 곳은 처음이라면서 개관식에 가족과 참석했다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도서관들이 이런 방식으로 건립의 기억과 많은 사람들의 수고를 늘 기억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물론 주기적으로 명단을 확장해 나가는 것도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럼으로써 도서관은 건립은 물론 그 이후로부터 끊임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이용과 지지로 성장하는 도서관, 즉 랑가나단의 도서관 5법칙 중 5번째 법칙인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라는 것을 모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는 늘 순천기적의도서관 개관한 다음 《경향신문》에 실린 도정일 교수의 "오 쓸쓸함이여, 스승이여"(2003.11.11.)이라는 칼럼을 기억한다. 이 칼럼을 읽고 도서관 사람으로서도 건축가처럼 늘 이런 쓸쓸함을 품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게 한, 그래서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 있다.
"(앞부분 생략) 지난 10일 순천에서 이른바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어린이 전용도서관 개관식이 있던 날, 건물 설계를 맡았던 건축가 정기용은 사람들이 다 떠난 뒤에도 저녁 늦은 시간까지 열람실 한쪽 구석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그의 머리에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을 것이다. (중간생략) 그날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한 설계자 정기용의 마음을 나는 안다. 개관과 함께 설계자는 건물을 넘겨주고 떠나야 한다. 지난 몇달 턱없이 적은 경비와 시간제약 속에서 설계 아이디어를 살려내기 위해 밤새우며 작업해온 현장소장, 시공자, 관리자들도 떠나야 한다. 그들의 땀과 노심초사를 사람들은 기억해줄까? 그들이 장차 도서관에 들렀을 때 직원들은 "누구시죠?"라고 묻지 않을까? "개관식때 우리는 참 쓸쓸합니다". 시공회사 유탑엔지니어링의 모득풍 현장소장의 말이다. 쓸쓸했을 사람들이 어찌 그뿐이랴. 쓸쓸한 사람들이여, 쓸쓸함에 이끌려라. 삶은 결국 쓸쓸함의 길이가 아닐 것인가? 오오 쓸쓸함이여, 그대도 삶의 진실 하나를 보게 하는구나."
도서관 건물 중에 국가나 지자체 유산으로 보존해야 할 곳들도 빨리 찾아내 이를 국가유산이나 미래유산(서울시) 등으로 정해 보존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에서도 도서관 건물이 몇 건 소개되어 있다.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전북대학교 구 중앙도서관, 구 경기고등학교(현 정독도서관), 경성부청사(현 서울도서관) 등과 예전 도서관으로 쓰였던 몇 건의 고건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서울시가 지정 운영하는 '서울미래유산'에서 도서관으로 검색해 보면 4.19혁명기념도서관, 남산도서관,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숙명여자고등학교 도서관, 중앙대학교 중앙도서관, 한국점자도서관 등 6건이 있다고 나온다.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도서관 건물은 도서관적 또는 건축적으로 가치나 중요성이 커질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보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도서관 관련한 유적에 안내판을 설치하는 것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현재 서울시 종로도서관이 개관 100년을 기념해서 2021년 도서관 전신인 1920년 개관 경성도서관 옛터(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입구)에 기념 표석을 설치한 것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앞으로는 이미 사라졌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옛 도서관 터에 표석이라도 설치해야 하지 않겠는가.
도서관 건축 관련 상도 있으면 좋겠다. 물론 여러 건축 관련 상에서 도서관 건축이 수상을 하고 있기는 하다.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가 매년 시행하는 '한국문화공간상'(2025년에 제11회 시상)에 도서관 부문이 있어 매년 그해의 도서관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도서관만을 대상으로 한 건축상은 없는 것으로 안다. 2018년 한국도서관협회가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와 '새로운 도서관 건축문화 구축을 함께 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 했었다.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도서관 건축문화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문화공간 건축과 도서관 부문의 전문지식과 경험, 활동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협약한 대로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 같다. 일본에는 '日本図書館協会図書館建築賞'이 있다. 1985년 처음 제정되어 지금까지 41회 시상을 진행했다. 미국에서는 미국건축가협회(AIA)와 미국도서관협회(ALA)가 공동 주관하는 '도서관 건축상(AIA/ALA Library Building Awards)이 있다. 2년마다(홀수 해)에 도서관 구조 전반과 디자인의 혁신성을 평가하여 수상작을 선정한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도서관건축상(가칭)이 제정해 시상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도서관 건축에 대한 관심과 구체적 실천을 기대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도서관계와 건축계가 함께 또는 각자 전문성을 기반으로 도서관 건축에 대한 관심을 더 갖고 다양한 기획을 마련해 구체적으로 실천하길 기대한다. 이러한 활동은 궁극적으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할 시민들에게 더 도서관을 가깝게 느끼고, 실제 방문 시에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이용이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도서관의 가치와 가능성, 건축의 의미와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뭘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앞으로 도서관계와 건축계가 만나 대화를 해 봐도 좋겠다. 지난 달 백창민 작가의 황두진건축사사무소에서의 강연이 그런 일에 자극이 되길 기대한다.
참고로 세 가지 사안에 대한 언급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 번째, 1991년 문화부가 한국도서관협회를 통해 수행한 <공공도서관 표준모형개발에 관한 연구> 가 있었다. 이 연구는 도서관의 현대적 역할 재정립, 장서 구성, 공간 배치 및 사서 기준 등 합리적인 운영 모델을 제시했는데, 이것은 국가의 도서관 정책 기능이 문체부로 이관된 것을 계기로 정부가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기능과 조직, 시설, 운영에 대한 기초 표준을 설정한 중요한 연구였다. 특히 도서관 유형별(소형, 중형, 대형 등) 합리적인 공간 배치와 리모델링을 위한 표준 모델을 제시했다. 이런 연구가 있었다는 걸 잊고 있었는데, 다시 찾아봐야겠다. 도서관 건축의 표준 모델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세 번째, 근래 공공도서관 등에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건축과 관련한 강좌나 강연 등도 적지 않게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그럴 때 가끔은 도서관 건축을 주제로 한 강좌도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종종 진행되는 도서관 역사 탐방을 진행할 때나 국내외 도서관 견학 등을 추진할 때에도 가능하다면 일반 시민과 도서관 관계자, 건축가 등이 함께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럼으로써 도서관 전문가와 건축가 등이 일상적으로 서로 소통하면서 더 나은 도서관 건축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