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경남 청년人·家]남해로 귀어한 청년어업인 양종혁

김윤관 2026. 5. 4. 21: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참숭어 물회밀키트·매운탕 가공품 브랜드화 계획
“기름기 없는 담백한 생선국으로 중동 수출 모색”
할랄 인증·OEM 생산체계로 블루오션 개척 기대
경남도 청년어업인 활동으로 어업성공모델 도전
가두리 양식장을 둘러보고 있는 양종혁씨.

남해 고현면 차면리 앞바다. 잔잔한 물결 위에 질서 있게 놓인 가두리들 사이로 한 청년의 하루가 시작된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하 작업을 마친 뒤에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바다는 그에게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참숭어 양식업을 하는 청년 어업인 양종혁(39)씨. 그는 이곳에서 약 1.28㏊ 규모의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며 남해 어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결국 돌아올 곳은 바다였다

남해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그는 창원에서 대학을 마치고 한때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나 삶의 방향은 다시 고향을 향했다. 아버지가 이어온 양식업,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바다의 기억. 여기에 건강 문제까지 겹치며 그는 2017년 귀어를 결심했다.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낯설지 않았고, 무엇보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귀어 10년. 그는 이제 단순한 후계자가 아니라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경영인이 됐다.

양 씨가 운영하는 가두리 양식장은 1.28㏊. 단순히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방식이 다르다.

그의 양식장은 '경험'이 아닌 '데이터'로 움직인다.

남해군 친환경양식어업육성사업을 통해 총 6억 3000만 원을 투자해 첨단 장비를 도입했다. 어류 선별기, 산소수 발생기, 실시간 수질 모니터링 시스템, 관리 소프트웨어까지 갖추며 생산 전 과정을 체계화했다.

특히 3억 원에 달하는 자동 선별기는 출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균일한 크기 선별은 상품성을 끌어올리고, 어류 스트레스를 줄여 성장률까지 개선시켰다.

"양식업도 이제는 과학입니다. 데이터를 쌓아야 기후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고,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합니다."

그의 말처럼 바다 위 양식장은 이제 '스마트 생산기지'로 변모하고 있다.

◇참숭어 선택… 위기를 기회로

양 씨의 또 다른 전환점은 어종 변화였다.

기존 돔과 우럭은 적조와 질병에 취약해 수익 변동이 컸다. 그는 과감하게 참숭어로 방향을 틀었다.

이 선택은 결과로 증명됐다.

참숭어는 지역 해양환경에 적합하고 질병 저항성이 높아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했다. 여기에 물회 소비 증가로 수요까지 확대되면서 가격도 상승했다. 부산 등지 도매상들이 선수금을 지급하며 물량 확보에 나설 정도로 시장 반응은 뜨겁다.

"남해 바다에 맞는 어종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환경과 시장을 함께 봐야 합니다."

그의 전략은 '감'이 아닌 '분석'에서 출발했다.

양 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양식업자가 아니라 '수산식품 기업인'이다.

현재 그는 참숭어를 활용한 물회 밀키트와 숭어국(매운탕)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에 머물지 않고 가공·유통까지 연결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중동 시장을 겨냥한 수출 구상도 구체화하고 있다.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생선국은 중동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할랄(HALAL) 인증을 고려한 가공식품 개발과 OEM 생산체계 구축까지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시도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남해 수산업의 새로운 판로를 여는 도전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

양 씨는 개인의 성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경남도 청년어업인 남해군 연합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20여 명의 청년들과 함께 정보를 나누고 협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 고가 장비를 공유하고, 데이터를 함께 축적하며, 새로운 어업 모델을 고민한다.

"어업은 혼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성장해야 지속가능합니다."

그가 지향하는 것은 '경쟁'이 아닌 '공존'이다.

양 씨의 도전은 단순한 성공 사례가 아니다. 그것은 '가능성의 증명'이다.

그는 귀어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귀어는 막연한 선택이 아니라 준비된 도전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바다는 기회가 분명히 있는 곳입니다."

기후변화, 인구 감소, 산업 구조 변화. 농어촌의 현실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길을 만들어가는 청년이 있다.

양 씨는 1.28㏊ 바다 위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신어종 도입, 스마트 양식, 가공과 수출로 이어지는 새로운 모델. 그의 발걸음은 남해 어업의 미래이자, 농어촌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건네는 하나의 메시지다.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그 바다 위에서, 한 청년은 오늘도 자신의 가능성을 키워가고 있다.

김윤관기자 kyk@gnnews.co.kr

남해 고현면 차면리 앞바다. 잔잔한 물결 위에 질서 있게 놓인 가두리양식장 전경.
남해 고현면 차면리 앞바다. 잔잔한 물결 위에 질서 있게 놓인 가두리 참숭어양식장에서 먹이를 주고 있다. .
양종혁씨가 가두리양식장에서 먹이를 주기위해 준비하고 있다.
어류 자동 선별기를 관찰하고 있는 양종혁씨.
양식중인 참숭어를 크기에 따라 자동선별기를 통해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Copyright © 경남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