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압도 미국 ‘전쟁’ 못 이기는 이유…“정치권 목표 불분명 탓”

천호성 기자 2026. 5. 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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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의 최신예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호를 포함한 항모강습단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세계 최강’이라는 미군의 전력을 톺아볼 시험대였다. 2개월 넘게 이어진 전쟁에서 드러난 미국 군사력은 ‘명불허전’으로 강했다는 게 중론이다. 개전 직후 적 영공을 장악하고, 정밀 무기로 수뇌부를 제거하는 전과는 어느 군사 강국도 따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미군은 전투에서 압도하고도 전쟁은 이기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내건 불분명한 목표 아래 싸움을 시작했다가 전쟁 수렁에 빠지는 ‘고질병’이 반복됐다는 평가다.

​1만번 넘는 출격 동안 손실 2대

4일 중동 전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미군이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지난달 7일 휴전 선포 전까지 동원한 군용기는 26종에 이른다. 현존 최강의 전투기로 꼽히는 F-22와 스텔스 폭격기 B-2, 자폭 드론 루카스 등 첨단 전력을 두루 선보였다.

전쟁이 시작된 2월28일부터 4월1일까지 32일 동안 미 군용기의 출격 횟수는 1만2천번 이상이었다.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부와 군 격납고, 미사일 발사대 등 1만3천개 이상의 목표를 폭격하고, 155척 이상의 적 함선을 손상·격침했다고 중부사령부는 밝히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전쟁 첫날 사망하는 등 정권 지도부도 폭격에 잇따라 제거됐다.

이에 견줘 미군 손실은 적은 편이었다. 유인 항공기가 적 방공무기에 맞아 떨어진 건 4월2일 F-15 전투기, A-10 지상공격기 각각 1대뿐이었다. 총 전사자는 13명이었다. 지상에 세워져 있던 조기경보통제기 등이 이란 폭격에 파괴됐지만, 항공모함 등에 실린 함재기나 함선이 피격된 적은 없었다.

이는 현대전에서 보기 드문 ‘교환비’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1991년 걸프전 때 ‘사막의 폭풍’ 작전을 입안한 미 예비역 공군 중장 데이비드 뎁툴라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전쟁 한달째에야 첫 전투 손실(격추)이 발생한 건 놀라운 일”이라고 짚었다. 걸프전에선 미군이 43일 동안 42대의 전투기를 잃었다. 특히 미군이 4월5일 이란 서부 고원에 고립된 F-15 조종사를 구출한 건 여러 병종이 투입된 협동 작전의 백미로 꼽힌다. 155대의 미군 항공기와 특수부대원이 이란 혁명수비대와 교전한 끝에 인명 손실 없이 구조 작전을 성공시켰다.

스테판 오드랑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연구원은 한겨레에 “베네수엘라(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와 이란과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미군은 공중·해상 다영역 작전에서의 화력과 복잡성 관리, 작전 수행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동맹국과 경쟁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 오직 이스라엘만이 공중과 자국 주변 지역에 한해 미군 능력에 근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3월26일 이란 국영방송(IRIB)이 공개한 이란군 미사일 발사 모습. 방송은 이란군이 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주둔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쐈다고 했다. AFP 연합뉴스

​굳어진 “지상군 투입 울렁증”

다만 미국의 전쟁 지속 능력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걸프 국가와 미군 기지를 보호할 요격 미사일이 빠르게 소모되면서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21일 낸 보고서에서, 미군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360기 중 190~290기, 패트리엇 미사일 2330기 중 최대 1430기를 소모했다고 추산했다. 이들을 다시 생산하는 데는 주문 이후 각각 47, 42개월이 걸린다.

공격용 미사일은 종류마다 전쟁 전에 견줘 70% 안팎의 재고를 남겨두고 있다. 미군은 토마호크 3100기 중 1천기 이상, 합동 공대지 장거리 미사일(JASSM) 4400기 중 1100기를 이란에 쐈다. 미군은 재래식 폭탄에 통합정밀직격탄(JDAM) 유도조종 장비 등을 장착해 날리는 식으로 미사일을 아끼고 있다.

이는 자폭 드론, 탄도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동원한 이란 반격이 예상보다 강했던 결과다. 방공 무기로 중동 전역의 기지를 방어하는 건 물론, 지하 벙커와 해안에 흩어진 적 발사대를 부수는 데 화력이 소비되는 것이다.

브라마 첼라니 독일 로버트보쉬(로베르트 보슈)아카데미 연구원은 최근 르몽드 기고문에서 “이란 안보 교리의 기반은 탄도·순항 미사일, 드론, 대리 세력 네트워크 등 비대칭 군사능력을 국경 밖까지 전개하는 ‘전방 방어’”라며 “이런 무기 체계는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넓은 지역에서 적을 괴롭혀) 적 승리를 막기 위해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이런 함정을 미리 예상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지상군 투입 울렁증’도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노출한 약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해병대 5천명을 이란 일대에 전개하고, 이란의 석유 수출기지 하르그섬 등에 상륙시키겠다고 을렀지만 지상군 투입을 결정하지 않았다. 이만큼의 병력으로 이라크 영토 4배에 이르는 이란을 장악하기 어려울뿐더러, 지상전으로 인명 손실이 불어나는 것도 부담스러운 탓이다.

오드랑 연구원은 “모든 분쟁은 결국 지상군을 개입시키거나, 그렇게 하겠다는 위협을 통해 해결된다”며 “미국이 지상군 투입에 대해 갖는 공포가 (전쟁에서) 힘을 지속시키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2003년 3월23일 지중해에서 작전 중인 미국 해군 유도미사일 순양함 유에스에스(USS) 케이프세인트조지호(CG-71)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공습 잘한다고 전쟁 못 이겨”

결국 이번 전쟁은 미군이 공습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고도 전략적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은 이란과의 휴전 발표 이튿날인 4월8일 기자회견에서 “이란 탄도미사일 저장고 450곳” 등 “미사일 시설 80% 이상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은 휴전 직전까지 드론·미사일을 계속 쐈다. 이란이 남겨둔 드론과 탄두가 얼마나 있는지, 손실분을 얼마나 빨리 메울 수 있는지 미국은 언급하지 않는다.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이 몇년이나 미뤄졌는지 역시 미지수다. 2월28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으로 “이란 정권의 임박한 위협을 제거해 미 국민을 방어”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여전히 이루지 못한 셈이다.

미 안보전문 매체 ‘워 온더록스’는 “이란의 군사 능력 저하만을 두고 ‘승리’라고 정의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미국이 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며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식별 가능한 정치적 목표를 실현하지 못했다”고 봤다.

이는 대통령 등 정치권이 허점 많은 전쟁 전략을 세운 탓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 목표를 이란 정권 교체, 핵능력 무력화, ‘이란 국민의 자유’ 등 중구난방으로 던진데다, 지상군 투입 계획, 보급 등 이를 이룰 수단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트럼프 대통령이 2월11일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부터 ‘이란 지도부 제거→거리 시위 촉발’을 뼈대로 한 전략을 듣고 이란과 전쟁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최근 보도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장 등 미국 수뇌부는 이 계획에 반대했지만 이후 3주가 채 안 돼 미국은 전쟁에 나섰다.

특히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결과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틀어쥐지도 못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에 제안한 평화 협상안에서 통행료 징수 같은 해협 통제권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 온더록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초기에 이란 정권이 카드로 쌓은 집처럼 무너질 것이라고 가정했던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사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전략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미군이 수년간 전쟁을 치르고도 패배한 채 철수한 베트남·아프가니스탄의 교훈을 이란에서 다시 찾고 있다. 오드랑 연구원은 “전술적 성공의 누적이 반드시 ‘전략적 효과’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이는 20세기 초부터 미국 군대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라며 “미국은 누구보다도 잘 폭격할 줄 알지만, 그것만으론 승리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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