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쩍" 투수를 춤추게 한 마법 같은 수비...LG 국대 2루수가 돌아왔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흔히 우리는 예상치 못한 경이로움을 마주할 때 '입이 쩍 벌어진다'라고 말한다. 그런 장면이 실제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있었던 일이다.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투구에 자책하던 송승기의 입을 실제로 벌어지게 만든 마법 같은 순간이 있었다. 그 마법의 주인공은 LG 2루수 신민재였다.
이날 선발투수 송승기는 평소답지 않은 투구로 타자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경기까지 평균자책점 1.42로 리그 최정상급 투구를 하던 그였지만, 이날은 컨디션 난조로 고개를 숙이는 순간이 많았다. 그런 송승기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신민재의 수비였다.


특히 2회초, 데이비슨의 날카로운 직선타를 동물적인 감각으로 낚아챈 장면은 이날의 압권이었다. 보고도 믿기 힘든 호수비에 송승기는 한동안 입을 쩍 벌린 채 멍하니 2루를 바라봤다. 이내 정신을 차린 송승기가 모자를 벗어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한 장면은, 야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로 이루어진 팀 스포츠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신민재의 호수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어진 무사 1, 2루 위기에서도 안타성 타구를 글러브로 막아낸 뒤 감각적인 글러브 토스로 주자를 잡아내며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사실 신민재는 올 시즌 내내 마음고생이 심하다. 지난 시즌 타율 0.313을 기록하며 팀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했지만, 올 초 WBC 대표팀 차출 여파인지 타격 페이스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4일 현재 신민재의 타율은 0.169로 누구보다 성실한 그에게 무거운 짐과 같은 숫자다.

그럼에도 염경엽 감독은 그를 믿고 꾸준히 기용했다. 타격이 부진해도 팀의 실점을 막아내는 그의 수비 가치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지난 3일 경기에서 드디어 결실을 보았다. 10일간의 긴 침묵을 깨고 터져 나온 멀티히트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씻어내는 단비와 같았다. 동료의 실점을 막기 위해 몸을 날리던 그 간절함이 결국 방망이 끝에도 전달된 것이다.
LG는 올해도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달리고 있는 팀이다. 그 목표를 향한 여정은 화려한 홈런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투수가 흔들릴 때 입이 쩍 벌어지는 수비로 뒤를 받쳐주고, 부진 속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반등의 기회를 노리는 신민재 같은 주전들의 끈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방망이를 예리하게 가다듬기 시작한 신민재의 반등은 LG 타선이 '완전체'로 돌아가기 위한 신호탄이다.
[신민재의 호수비에 입을 벌린 채 깜짝 놀라는 송승기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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