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추경호 비판 MBC 클로징멘트에 '파상공세'

김예리 기자 2026. 5. 4. 19:2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BC 앵커멘트에 방송심의·취재거부 압박… 전문가들 "문제 안 돼"
'尹옹호·내란 관련 후보' 잇단 공천… '선거개입' 프레임 전환 시도하나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2026년 4월 26일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멘트 화면 갈무리

국민의힘이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지적한 MBC 앵커의 클로징멘트를 '선거 개입'으로 규정해 선거 방송 심의를 요청하고 취재 거부까지 시사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해당 앵커 멘트는 통상적 논평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민의힘 공세는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윤석열 절연' 비판을 '편파 방송' 프레임으로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6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을 광역시장 후보로 내세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다”고 밝힌 앵커 멘트를 문제 삼고 나섰다. 당 지도부는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연달아 논평과 성명서를 쏟아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선거의 공정성을 뿌리째 흔드는 행위”라고 주장했고 박충권 원내수석대변인은 “방심위 제소와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해당 안건은 오는 8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에 오를 전망이다.

MBC 후속보도에 “언중위·형사고발 검토”까지…“취재거부 협박”

이건용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공보국장은 SNS를 통해 MBC가 사과하지 않으면 원내 취재 거부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4일 현재까지 관련한 공식 통보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상임위에서 “그렇게 멘트하고 싶으면 (민주당의) 전재수 후보, 김경수 후보 등등에 대해서도 똑같은 멘트를 해야 된다”며 편파 방송을 주장했다.

MBC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29일 리포트를 통해 이 사건을 “공당의 언론 재갈 물리기”라고 규정했고, 김경호 앵커는 지난 2일 클로징멘트에서 “저의 '질문'에 돌아온 건 답변이 아닌 '취재 거부' 협박이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MBC 후속 보도에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형사고발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지 MBC 앵커가 지난달 28일 뉴스데스크 앵커 멘트에서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비판한 클로징 멘트에 취재거부까지 언급한 국민의힘을 두고 알권리를 해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관행·타사 비교해도… '정치중립' 저촉 가능성 낮아

국민의힘은 '선거 개입' 근거로 '정치적 중립 위반'을 들고 있다. “공영방송이 특정 정당의 공천을 평가한 것”이 선거 방송 심의를 위한 특별규정(선거방송심의규정) 4조(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해당 앵커 논평은 선거 기간이라는 특수성이나 그간 방송 관행을 감안할 때 언론의 통상적 논평 행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앵커가 적시한 사실관계가 틀리지 않은 데다, 촌평도 특정 정당의 주의·주장을 대변하는 내용이 아닌 후보가 받는 혐의와 관련해 정당의 판단을 묻는 질문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선거방송심의규정 4조는 △선거의 후보자와 정당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특정 후보자나 정당의 주의·주장·이익을 옹호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했는데, 해당 논평이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같은 시기 타 방송사 메인뉴스에서도 6·3 지방선거 관련 정당 공천과 후보자 관련 논평이 이어지고 있다. TV조선 '뉴스9'에선 지난달 28일 윤정호 앵커가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을 그만두고 보궐선거에 나선 하정우 민주당 후보를 향해 “정치가 그리 좋나”라고 비판했다. JTBC '뉴스룸'에선 오대영 앵커가 지난달 24일 방미 중 국무부 차관보 만남이 거짓으로 드러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외교 참사'라고 클로징멘트를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을 지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클로징멘트는 본래 뉴스에서 앵커의 의견을 밝히는 부분인데, 해당 발언은 사실에 기반해 간단한 논평을 덧붙인 데 불과하다”며 “해당 내용이 선거방송심의위에서 문제 삼을 수 있는 사안인지 의문이다. 공정성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지라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4월28일 TV조선 '뉴스9' 윤정호 앵커의 '앵커칼럼'(위)과 24일 JTBC '뉴스룸' 오대영 앵커의 '앵커한마디' 갈무리.

“국힘, 공정성 빌미 삼아 보도 위축 시도” 비판

국민의힘의 공세가 선거를 앞두고 방송사의 검증과 논평 기능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도원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공천을 하며 후보가 무슨 죄목으로 기소됐는지 검증하지 않았을 리 없다. 예상됐던 비판에 답하면 될 일”이라며 “여기에 '선거 개입' 낙인을 찍고 취재 거부까지 시사하는 일은 언론에 대한 부당한 압력 행사”라고 비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국민의힘의 MBC 앵커 발언 심의 요청은 선거의 공정성을 빌미 삼아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시도”라며 “내란 관련 혐의로 재판 받는 이를 공천해선 안 된다는 것은 특정 집단의 주의·주장이라 보기 어려운, 내란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이를 정치적 중립 훼손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스스로 내란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26년 5월3일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열린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장동 혁 대표와 추 예비후보가 얼싸안고 있다. ⓒ연합뉴스

BBC, 중립성 자체 가이드라인 관련 논란 거듭

국민의힘은 “공영방송으로서 정당의 공천을 평가”한 점이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방송심의규정이 방송사 소유 구조에 따라 심의 기준에 차이를 두지 않는 데다, 언론의 공적 기능에 검증과 논평이 기본적으로 포함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공영방송이라고 논평 성격의 보도를 하지 말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공영방송이라는 이유로 사회 공기로서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내란 관련이 아니더라도, 앵커 멘트에선 전과가 있거나 돈 봉투를 돌려 감찰받는 후보를 논평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보도의 어느 부분을 논평으로 볼지를 현미경으로 따지기 시작한다면 사실 한도 끝도 없이 문제 삼을 수 있다”며 “그보다 중요한 것은 논평이 공정한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해외 일부 공영방송은 언론인의 '중립성' 관련 자체 가이드라인을 뒀지만, 적용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당한 비판은 공영방송의 책무'란 반발이 나오면서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예외적이고 제한된 상황을 제외하고 뉴스 진행자와 기자의 개인적 견해 표명을 금지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그러나 2019년 앵커 나가 문체티(Naga Munchetty)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는 발언을 인종차별적이라고 비판한 뒤, 경영진 산하 불만처리부서가 이를 '부분적 규정 위반'으로 판단했다가 방송계 안팎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이를 철회했다.

당시 BBC 편집기준 책임자 등 안팎 언론인과 전국기자노조(NUJ) 등은 “명백한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은 의견의 문제가 아니라 공영방송의 책무”라며 “인종차별적 표현과 경험에 대해 '불편부당성'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추 외에도 '尹옹호·내란 관련 후보' 잇달아…프레임 선점?

국민의힘의 이번 공세는 다가오는 선거가 내란세력 심판 구도로 비춰지는 흐름에 맞서 관련 보도에 '편파 방송' 프레임을 선점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오는 6·3 지선과 재보궐선거에선 내란 관련 혐의로 기소됐거나 윤석열씨를 옹호해 온 인물들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했거나 출마를 앞두고 있다.

추 예비후보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표 '친윤' 인사로 불린 이용 전 의원은 경기 하남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공천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된 이진숙 전 위원장은 대구 달성, 김태규 전 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 후보가 됐다. 윤석열 탄핵 반대 1인 시위를 했던 박종진 후보는 인천 연수갑에 공천됐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