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학습과정까지 생략하게 해선 안 돼

한겨레 2026. 5. 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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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뉴요커'에는 만 11살 아이가 쓰는 학교 컴퓨터에 AI가 탑재되면서 "글 쓰는 거 도와줘" "이 발표 자료 예쁘게 만들어줘" 버튼이 자동으로 뜨는 것에 질린 기자의 한탄이 실렸다.

원하는 이미지가 있을 때 AI가 최대한 비슷한 이미지를 빨리 만들어내도록 정교하게 프롬프트를 주는 게 잘 쓰는 걸까? 아니면 토큰을 최소한으로 사용해서 만드는 것? 아니면 어떤 이미지를 원하는지 잘 모르겠을 때 상황이나 용도를 설명하면 알아서 보기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것? 사실은 누가 어느 목적으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정답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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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ㅣAI시대 자녀 교육법
양육자들은 학교에 들어오는 AI가 아이의 학습과정을 생략해버리지 않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아이와 함께 AI도구 사용법을 리뷰해줘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정은진 |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 부교수

얼마전 ‘뉴요커’에는 만 11살 아이가 쓰는 학교 컴퓨터에 AI가 탑재되면서 “글 쓰는 거 도와줘" “이 발표 자료 예쁘게 만들어줘" 버튼이 자동으로 뜨는 것에 질린 기자의 한탄이 실렸다. 교육자 입장에서 이런 버튼이 위험하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너무 손쉽게 학생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면 학생은 그 과정에서 배울 기회를 박탈당한다.

매번 AI의 도움을 받아서 글을 쓰는 사람은 AI 없이 글 쓰기를 어려워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글을 쓰고,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은 어떤 글이 더 나은 글인지 판단할 기준을 익힐 기회를 박탈당한다. 주제에 맞게 AI가 작성해준 글만 접하다 보면 자신의 취향을 계발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

사실 글쓰기나 발표 자료 꾸미기를 도와주는 게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서 작성이나 발표 자료 작성에 AI의 도움을 받아 생산성을 높이고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데, 학생들이라고 그 혜택을 받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차피 앞으로 평생 쓸테니 어릴 때부터 AI를 잘 쓰는 법을 배워야한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하지만 AI를 잘 쓰는 법이란 당최 무엇인지 모호하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AI로 생성하는 이미지들을 예로 들어보자. 원하는 이미지가 있을 때 AI가 최대한 비슷한 이미지를 빨리 만들어내도록 정교하게 프롬프트를 주는 게 잘 쓰는 걸까? 아니면 토큰을 최소한으로 사용해서 만드는 것? 아니면 어떤 이미지를 원하는지 잘 모르겠을 때 상황이나 용도를 설명하면 알아서 보기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것? 사실은 누가 어느 목적으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정답이 달라진다. 그러니 AI를 잘 쓰는 법이라는 건 마치 스마트폰을 잘 쓰는 법처럼 광범위하고 정답을 찾기 어려운 말이다.

범위를 좁혀서, 초등학교 5학년에게 AI 잘 쓰는 법이란 무엇일까? 학교에서 제공하는 AI는 학업 성취를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초등학교 5학년이 교육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배움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보면 된다.

예를 들어 국가과정교육센터에 실려 있는 초등학교 5학년 글쓰기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독자를 고려한 내용과 표현을 강조하고 있다. 학생이 글쓰기를 시작할 때 “글 쓰는 거 도와줘" 버튼을 누르면 대신 글을 써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쓰는 글의 독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같은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이면 좋을 것이다. 초안을 쓰고 나면 AI에게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경험을 해보면 좋다.

기술은 눈깜짝할 사이에 발전하지만, 사람의 뇌는 같은 속도로 달라지지 않는다. AI가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은 지식을 축적해도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기를 그만두지 않는 것은 학습의 목표가 지식 축적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계산기가 발명된 지 50년이 넘었지만 사칙연산을 배우는 건 그 과정에서 습득하는 수개념 때문이고, 자동 번역 소프트웨어가 전세계의 X 사용자를 대통합시켜도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까지 이해하는 더 높은 레벨에 도달하기 위해서다. 아이가 AI의 쉽고 빠른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도와주려면 학교에 들어오는 AI가 아이의 학습과정을 생략해버리지는 않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하고, 아이와 함께 AI도구 사용법을 리뷰해주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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