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강 “최근 새 소설 쓰기 시작…마지막 뭘 발견할지 기대”

“‘채식주의자’를 쓰던 3년 동안 무척 힘든 시간이었어요. 이렇게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죠. 당시에는 소설은 완성할 수 있을지, 작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 지금도 소설의 ‘성공’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어색합니다. 특히 주인공 영혜는 ‘성공’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처럼 보이거든요.”
10년 전 이달 한국 작가로는 처음 부커상(국제 부문, 당시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4일 부커상 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연작 장편 소설 ‘채식주의자’가 부커상 국제 부문 10돌을 맞아 진행된 역대 수상작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게 계기다. 한 작가는 최근 새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2007년 국내 출간된 ‘채식주의자’는 2010년 베트남을 위시로 지금까지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소개되어 있다. 한강 작가는 영역 소설에 동반된 오역 논쟁에 대해서도 전례 없이 길게 답변했다. 한 작가는 “좀 더 검토에 좀 더 시간을 쏟았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2018년 재출간된 영어판에서 67건의 수정 사항을 데버라 스미스와 함께 반영했다. 이 기회를 빌어 번역 오류를 발견하고 이메일을 보내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도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1문1답.
―당시의 국제 부커상 수상은 작가에게 어떤 의미였나?
“그땐 (좋은 의미로) 꽤나 묘한 기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수상 이후 가장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여러 작품이 여러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고 번역 중이다. 국제 부커상이 다양한 문화권의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제 작품이 알려지는 데 귀중한 도움을 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인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 소설의 국제 인지도가 더 높아졌다고 생각하는가?
“당시에도 김혜순과 같은 훌륭한 한국 시인과 작가들의 작품은 이미 영어로 번역되어 있었다. 지금은 해외로 번역 출판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최근 한국 문학 번역가의 수가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한국 영화와 대중음악의 세계적인 성공과도 밀접하게 관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채식주의자’는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는데, 특히 놀라웠던 국외 반응이 있는가?
“다양한 문화와 세대에 걸쳐 해석의 차이가 미묘하게 나타난다는 게 흥미롭지만, 더 인상적인 건 이 소설이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방식이다. 이 소설은 전세계적으로 여성 독자들에게 더 큰 호응을 얻고 깊이 이해받고 있다.”
―데버라 스미스와의 번역 작업은 어땠나. 번역 논란 당시 소감은?
“많은 분들의 우려와 달리, 저는 번역가가 의도적으로 원작을 훼손했거나 원작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류는 수정되었으며, 번역이라는 행위 자체가 본질적으로 상실과 탐색을 수반하는 매우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다. 서정성, 리듬, 시적 긴장감, 미묘함, 다층적인 의미, 원어 깊숙이 새겨진 문화적 맥락 등 ―그 언어에서만 가능한 모든 것들은— 도착어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상실된다. 모든 번역가는 이 상실의 어두운 터널을 헤쳐 나간다.”
한강 작가는 이어 “‘채식주의자’의 번역 원고를 처음 받았을 때, ‘소년이 온다’ 창작에 몰두하던 때라 솔직히 서너 시간 정도 원고를 읽고, 몇 가지 오류를 데버라로 메일로 주고받았다”며 “나중에 ‘채식주의자’ 번역 논쟁이 벌어졌을 때, 좀 더 검토에 시간을 쏟았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창조적 번역’을 넘어 오역으로 판단된 사항 등 영어판 재출간본(2018)에서 67건이 수정되었다는 점이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재확인된다.
―‘채식주의자’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 규범 등에 대한 풍자이자 우화다. 2007년 한국 출간 이후 지금도 작품이 유효한가?
“이 소설이 가부장제에 대한 우화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만 국한된 현상이라고는 보진 않는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으나, 보편적 현상이 아닐까? 저는 한국 사회만을 묘사하려던 게 아니었다.”
―‘채식주의자’가 전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은 데 대한 소감은?
“‘채식주의자’를 쓰던 3년 동안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 어떻게든 그 시기를 잘 넘기고 소설을 완성했다. 그리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 보통 소설을 쓰고 나면 남는 질문들이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는데, 저는 ‘채식주의자’의 마지막 장면에서 던진 질문, 즉 아름다우면서도 폭력적인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해 네 번째 소설(‘바람이 분다, 가라’)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네 번째 소설의 마지막에 던진 그 질문이 새 작품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글을 써왔다. 올여름 새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마지막에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한강 작가는 끝으로 질문자의 요청에 따라 영어권 독자들에게 세 영역 소설을 추천했다. 작가 황정은의 소설 ‘백의 그림자’(정예원 옮김),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제이미 장), 정보라의 ‘저주토끼’(안톤 허)가 그것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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