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없는 서방’ 모색하나···캐나다·아르메니아 껴안는 유럽

백민정 기자 2026. 5. 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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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6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날 카니 총리와 스타머 총리는 안보, 세계 경제, 중동정세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다. GettyImages/이매진스

미국 중심 안보 질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안보·외교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캐나다가 처음으로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러시아 영향권에 있던 아르메니아가 유럽연합(EU)과의 밀착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4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열리는 제8차 EP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캐나다는 EP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첫 비유럽 국가다. EPC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유럽 국가들이 정치·안보·에너지·경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범유럽 정상급 포럼이다.

유럽정치공동체(EPC)란?
△ European Political Community.
△ EU 회원국과 영국·터키·노르웨이·스위스·세르비아 등 총 48개국 이상이 참여. 기존 EU·나토(NATO)·유럽평의회로는 다 담기 어려운 광범위한 정치 협력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 EU와 비EU 국가가 대등하게 참여하는 것이 특징.
△ 연 2회 개최국 순환하며 회의 주관. 정상 간 비공식 대화, 소규모 라운드테이블, 양자·다자 회담 등으로 구성.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의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이상 철수 계획, 미·이란 전쟁, 러·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안보 재편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럽 내부에서는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인 안보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에 더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온 점도 유럽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니 총리 역시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무역·외교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최근에는 캐나다의 EU 가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EU 가입 추진설에 선을 긋고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캐나다인의 약 60%가 EU 가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고율 관세 압박에 나선 것도 이런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회의는 개최국인 아르메니아의 외교 노선 변화와 맞물려 더 주목받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오랫동안 러시아의 핵심 우방국으로 분류돼왔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이며, 러시아군 기지도 자국 영토에 주둔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 유럽과의 관계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니콜 파시냔 총리는 오는 6월 총선을 앞두고 친유럽 성향의 다변화 외교를 추진 중이다.

변화의 배경에는 2023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이 있다. 당시 아제르바이잔이 분쟁 지역을 무력 장악하며 10만명 이상의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피란했지만, 현지 평화유지군을 두고 있던 러시아는 사실상 개입하지 않았다. 러시아 주도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역시 아제르바이잔의 국경 침범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아르메니아 내부에서는 기존 안보 체계에 대한 불신이 급격히 커졌다. 이후 아르메니아는 지난해 CSTO 참여를 전면 중단했다.

반면 EU는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국경 협상을 중재하고 민간 감시단을 파견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사르기스 칸다냔 아르메니아 국회 외교위원장은 BBC 인터뷰에서 “EU의 물리적 존재가 시민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아르메니아는 지난해 3월 EU 가입 의사를 공식화했다. 오는 5일에는 첫 아르메니아-EU 양자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지난 3월 마르타 코스 EU 확대 담당 집행위원은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을 방문해 “아르메니아와 EU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캐나다 총리의 EPC 참석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등 러시아와 대립하는 국가들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러시아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아르메니아의 움직임을 서방이 지지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고 전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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